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미국 전역이 난리다. 내가 살고 있는 시애틀, 워싱턴 주는 미국에서 제일 먼저 코로나 환자와 사망자가 나온 곳으로 3월 초부터 대부분의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의무화했다. 나와 남편도 그 때문에 지금 3주가 넘게 재택근무를 해오고 있다.

테크놀러지 회사에서 일하는 우리 둘에게 재택근무가 새로운 건 아니다.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는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재택근무를 하는 동료들이 많고, 나도 가끔 회사가기 귀찮거나 미팅이 없는 날에는 재택근무를 해왔다. 하지만 나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회사를 간다라는 행동에 따르는 약간의 불편함 혹은 긴장감이 좋은 자극이 되었고, 일하는 공간과 사는 공간의 경계가 확실한 것이 좋았다.

재택근무 의무화 1주일째, 회사에서 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움직이는 시간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그래서인지 허리도 뻐근했다. 1주일이 지나갈 무렵, 얼굴 전체에 두드러기까지 돋았다. 아무래도 운동부족에 남편과 같이 집에 있으면서 이것저것 주전부리하면서 과식한 것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2주일째 들어서면서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없지만 씻고 머리도 정리하고 얼굴에 파우더 정도는 발라주었다. 과식은 피하고 술도 줄였다. 날씨 좋은 날엔 한 시간씩 동네를 산책했다. 남편 회사에서 전 직원에게 지급한 재택근무 지원금 500불로 높이 조절 책상을 샀다. 그 덕에 하루에 2-3시간은 서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3주일째가 되자 이 생활에 많이 적응된 것 같다. 5-6시쯤엔 무조건 컴퓨터에서 로그 아웃한다. 화상채팅으로 하는 미팅이나 인터뷰도 이젠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출퇴근하는 시간이 절약되니 저녁 만들 시간도 생기고, 아침도 여유있게 먹을 수 있어 좋다. 집에서 이틀에 한 번은 푸쉬업과 스쿼트 같은 운동을 한다. 생체리듬도 이 생활에 맞춰진 듯 첫 주에 있었던 변비 증상이 사라졌다. ^^;

업무면에서도 더 효울적이 됐다. 불필요한 미팅이 줄어들었고, 미팅룸 잡을 필요가 없어져서 꼭 필요한 미팅은 즉각즉각 할 수 있게 되었다.  매니저가 역할 분담을 확실하게 해준 덕분에 농땡이 부리는 사람도 없다. 다들 집에서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고들 한다.

물론 재택근무를 즐길 수 있으려면 집에 어느 정도 공간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다행이 우리집은 다층집이라 둘이 다른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지만,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어떤 커플은 둘 다 미팅이 같은 시간에 있을 때 한 명은 화장실에서 미팅을 한다는 웃픈 얘기도 들었다.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재택근무가 힘들 수도 편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이게 가능하구나, 생각보다 나쁘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하게 된 건 분명해 보인다. 나부터도 이제는 오히려 계속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졌으니 말이다.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회사들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이미 남편 회사는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활성화 된 회사인데 이번 기회로 본사 공간을 확 줄일 것 같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얼마나 더 확산될 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