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한창 연애가 알콩달콩일 100일 정도 되었을 때 여자친구와 술을 마시다 서로의 과거 잠자리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첫경험 등)

술 기운도 있고 이미 우리는 사귀는 사이니 쿨하게 원나잇 정도는 듣고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여자친구도 원나잇 경험을 이야기 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예전 해외 워킹홀리데이 때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여자친구는 워킹홀리데이 때 아는 언니와 펍에서 만난 멕시코 남자 2명과 합석을 하게 되었고 술에 만취해서 그들의 집에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거기서 섹스를 했다고는 하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그 남자가 자기 위에 있었고 옆에는 언니가 누워있었답니다. 밖에 나가보니 거실에 어떤 모르는 남자들이 나체로 누워있었답니다. 그 이후로 자기는 무서워서 바로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듣고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2:2 섹스가 아니라 사실상 갱뱅(여자 한명을 여러 명의 남자가 돌려가며 섹스하는 행위) 수준의 섹스를 한 거 같더군요. 거실에 있던 남자들은 멕시코인들이 자기 지인들을 부르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어차피 여자친구와 같이 동행한 언니는 만취해서 기억을 잃었으니까요.

그 이후로 여자친구가 그룹섹스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도저히 사랑할 수 없어지더라구요. 마음은 계속 식고…잘 때마다 생각나고… 그래서 제가 이별을 선택했습니다.

정말 착하고 예쁜 사람이었지만 과거 때문에 헤어져서 더 가슴 아픕니다. 제가 잘 한 선택이라고 주변 사람들을 말하지만 아직도 저는 생각나고 합니다. 다시 그녀를 붙잡는다 해도 제가 그 과거를 다 잊는 게 아니니 다시 다가가지도 못했습니다.

제 선택은 잘 한 게 맞을까요?


그녀의 그런 과거를 님의 머리속에서 깨끗하게 지울 수 없고 그 때문에 자꾸 괴롭다면 헤어지시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 상태로 사귀면서 두 분 모두 행복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지금도 그녀가 생각나고 보고 싶다 해도, 그 일을 잊을 수가 없고 그 일 때문에 그녀를 온전하게 사랑하기 힘들다면 헤어짐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마세요. 잘하신 거예요.

님과 비슷한 사연을 보내주신 남자분들이 몇 분 계셨는데, 전 그 때마다 의아했어요. 님의 이메일을 읽으면서도 그랬구요.  왜 사람들은 만나는 상대의 과거의 섹스경험에 그렇게 집착하는 걸까요?

제 버릇 남 못준다는 말처럼 과거의 행적을 보아 이 사람은 아니구나 하고 걸러야 할 경우는 분명히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해왔다거나 폭행을 자주 했다거나 도박중독, 약물중독, 알콜중독 등 심한 중독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거나, 습관적으로 양다리를 걸치고 여러 명의 이성과 관계를 지속한다거나, 등등.  그런 사람이라면 저도 헤어짐을 택하게 될거예요. 하지만 심지어 과거에 그랬던 사람도 개과천선해서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님의 전 여친의 경험은 님의 얘기로만 봐선 여친이 만취된 상태에서 자기도 모르는채 당한 상황인 것 같아요. 남자들이 술에 약을 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구요. 물론 모르는 남자들과 만취가 되도록 술을 마신건 잘한 일은 아니죠. 하지만 그룹 섹스까지 하게 된 건 여친의 의도는 아니었다고 봐요. 그리고 그런 얘기를 님에게 한 이유는 님을 그만큼 믿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려도 님이 그 사실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머리속에서 지우지 못하실 거란 걸 알아요. 하지만 조금은 전 여친분의 입장을 옹호해주고 싶어서 이런 말씀을 드려요.

많은 분들이 ‘상대방의 과거에 대해서 난 쿨할 수 있어’라고 믿고 서로의 과거 얘기를 나눈 뒤에 충격을 받고는 생각처럼 쿨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하고 상대방을 원망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결국 헤어지는 경우를 봤어요. 그런 분들께 말씀드렸죠. 제발 다음에 만나는 연애 상대에게는 과거의 섹스경험에 대해 묻지 말라고요. 상대방이 100 프로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도 있고, 100 프로 진실을 말하는 경우에 상처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얘기를 들어서 좋을게 없어요.

보통은 사귄지 어느정도 되고 서로 정말 좋아하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커플들이 과거의 섹스 경험에 대해 털어놓게 되는데, 그런 단계라면 굳이 과거 얘기를 끄집어 낼 필요가 없는거예요. 이미 상대방을 좋아하고 있다면 상대방의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해요. 만약 그 사람에게 정말 문제가 될만한 과거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그 문제가 언젠가는 불거지게 될거예요. 하지만 문제되지 않을 과거를 굳이 끄집어 낼 필요가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 사이엔 서로 숨길 것이 없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죠. 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아요. 숨겨서 상대방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면 숨기는 편이 나아요. 과거에 한 번 실수로 있었던 섹스 경험 같은게 그런 거죠. 하지만 빚이 많이 있다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거나, 그런 문제를 숨기는 건 상대방에게 나중에 피해가 갈 수도 있죠. 현재의 생각과 감정은 서로 숨기지 않되,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과거에 대해선 서로 어느 정도 필터링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답변이 앞으로의 연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