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남자, 고등학교를 미국 서부에서 시작해서 대학은 동부, 의대를 서부, 레지던트를 마이애미에서 하고있습니다. 문화차이를 극심하게 경험했고 좀 빡센 커리어를 쫓다보니 연애에 있어서는 다소 경험치가 항상 낮다는 컴플렉스를 안고 살고 있습니다. 솔직녀님이 쓰신 연애문화차이의 현실을 저는 최근 1-2 년 되서야 어느정도 알아차린 정도로 발전이 좀 느렸던 생각이 드네요. 여기서 자란 남자들은 14-16살 때 알아차리기 시작할 만할 진실인데 말이죠.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의사되는거 뼈 뿌러지는 고생이었고 저만의 “삶” 이 너무 없었던 지난 15년이었는데 운없게 동양남자에게 너무 열악한 남플로리다에서 또 몇년을 보내고 있는지라 작년에 좀 우울증을 겪었지요. (현실은 거의 타주에서 온 모든 남자들이 여기 여자들 이상하다고 동의함)

혼자 지내는 동안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찾아서 하고 있습니다. 운동, 스포츠, 독서. 대시도 많이 받아봤고 외형적으로는 별로 열등감이 없지만 항상 공부만 하느라고 남들이 흔히들 말하는 “좋은 시절” 상반수가 이미 지나간 시점입니다.

좀 힘든 점은 저의 연애관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깊은 본능은 한국사람이지만 여기서 한국인들과 별로 어울리지도 않았고 지난 10년간 변화되어온 한국문화가 너무 싫어요. 한국은 전국민이 드라마같은 연애 판타지에 홀려 살고있는거 같고 그에 비해 저는 미국화가 많이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냉철하고 현실적인 사고를 키워야 했기 때문에 솔직녀님이 쓰신거 같은 easy going 스타일이 저의 성격이 되버렸어요.

문제는 제가 외국여성에게 과연 얼마나 매력이 있을까하는 의심이 항상 잠재되어 있다는 겁니다. 지나간 썸에 대한 아쉬움이나 차이면 울고 짜고 하는 한국식 노래 가사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유약함이 너무 싫어서 상대방의 번호, 문자, 사진을 단박에 지울 정도로 좀 과격한 처세방식이 있어요. 사실 한국사회나 문화가 강한 남성성을 키우는 나라는 아닌 거 같아요. 남자들이 metrosexual 하거나 게이에 가까운 성격을 조성하는 분위기라서. 동양남자들이 외국에서 인기없는 이유중에 하나라고나 할까.

모든 남자들이 연애에 갈등을 겪고 진정한 남성성에 대한 답이 없다고 인터넷에 호소를 하고 있답니다. 동양남자들은 서양문화권 연애마켓에서 최하위층을 잡고 있고요. 이런 현실에서 저는 절대로 더 이상 여자분들은 탓하지 않습니다. 학벌탓, 직업탓, 문화탓, 지리탓도 지겹도록 이미 해봤고 백날 투덜대봐야 아무 답도 나지 않으니까요.

급격히 변화되가는 세상속에서 어떻게든 저에게 맞는 자아를 실현하고 저에게 맞는 여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서 남성쪽에서 경험한 현실을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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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담긴 댓글 감사합니다.

미국에선 남성성이 강한 남자들이 인기가 많은 것처럼 보이고,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이상적인 남성상도 주로 그런 남성들인 건 사실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고 여성적인 남자들도 많고, 그런 남자들도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제 주변엔 geek들이 많아서 그런지 전 그런 분들을 실제로 많이 봐왔구요.

감정에 솔직한 것이 남성성에 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은데, 사실 감정에 솔직한 것은 큰 플러스입니다. 많은 여성분들은 남자가 눈물을 보인다든지, 힘든 것을 토로할 때, 인간미를 느끼게 됩니다. 물론 항상 유약한 것과 정말 힘들 때 그 감정을 드러내는 것엔 차이가 있지만요. 너무 억지로 자기 감정을 억누르실 필요는 없어요. 슬플 땐 슬퍼하고 기쁠 때 기뻐하고, 그런 모습이 자연스러운거니까요.

남성성을 얘기할 때 주로 외모가 많이 언급되는데, 사실 여성들이 매력을 느끼는 남성성은 단순히 외형적인 부분이 아닙니다. 기계를 잘 만진다는지, 맡겨진 일을 책임감있게 잘 처리한다던지, 힘을 써야 되는 일을 잘 도와준다든지, 무엇보다 여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모습에 여성들은 매력을 느끼는겁니다. 어릴 때엔 외모에 혹해서 연애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30대에 들어서고 성숙한 연애를 원하는 사람들은 외모 이상의 것들을 보게 됩니다. 때문에 님의 나이와 성숙함에 맞는 상대를 만나도록 노력하신다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들겁니다.

지리탓은 하지 않으실거라고 하셨지만 지리적인 요인은 중요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봐야 나와 맞는 상대를 찾을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힘든 지역에 살고 있다면 그 확률이 낮아질 수 밖에요. 특히나 미국에선 대도시가 아닌 곳이라면 다양한 가치관이나 문화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가 더욱 힘듭니다. 레지던트 후에 다른 곳으로 옮기시게 된다면 동부나 서부 대도시, 혹은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중소도시 (덴버, 피츠버그, 오스틴, 등등) 로 가도록 노력해보세요. 만약 레지던트가 끝날 때까지 연애 상대를 찾지 못하시게 된다면 말이죠.

중요한 건 어느 장단에 맞추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맞는 상대를 찾는겁니다. 미국인들 중에도 동양적인 매력에 끌리는 사람들이 있고, 한국인들 중에도 서양적인 매력에 끌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나와 맞는 사람이 어디엔가는 있다고 믿고 나만의 매력을 잘 간직하시길 바래요.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님과 맞는 상대를 찾으실 수 있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