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위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이다. 남편과 나는 3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만나서 내 나이 39살에 결혼을 했다. 때문에 애를 낳고 싶었어도 쉽지는 않았을테지만, 우리 둘 다 (특히 내가) 아이를 그다지 원하지 않았기에 갖지 않기로 합의를 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들이 꽤 있지만, 아직도 결혼하면 아이를 갖는 것을 수순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듯 하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원하지 않아도 주변의 부추김에, 혹은 아이가 없이도 행복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에 아이를 낳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눈에 뜨인다. 나는 다행이 그런 부추김이 없는 미국에서 살고 있기에 쉽게 딩크족이 되었지만, 한국에서 아이없는 부부로 살기 위해선 꽤 큰 결단과 강단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모든 결정엔 장단점이 있고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말고 선택한 길을 가면서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그런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딩크족으로 살고 있는 우리의 일상을 조금 공개해 드리면..
우리 부부는 주중엔 퇴근 후 간단히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하러 간다. 아니면 게으름증이 도지는 날엔 그냥 티비를 보거나 영화를 보면서 쉰다. 간혹 집에서 일을 하는 날도 있다. 금요일엔 거의 100프로 외식을 한다. 둘이서만 오붓하게 아니면 다른 친구들과 함께. 주말엔 같이 운동을 하고 집안일을 한다. 주로 청소는 남편이, 빨래와 요리는 내가. 일주일 먹을거리 장을 보러 같이 가서 외식을 하기도 한다. 친구들과의 브런치나 저녁 약속이 있는 주말은 좀 더 바빠진다. 공원이나 문화생활을 하러 가기도 하고, 여름엔 동네 산책도 자주 한다. 주말에 서 너 시간 정도 일을 할 때도 있다. 그럴 땐 동네 커피숍에 가서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일을 한다. (지금도 그러는 중…)
남편은 가끔 주말에 맥주를 만든다. 내가 옆에서 도와주면 남편은 훨씬 좋아하는데, 가끔은 혼자하게 둘 때도 있다. 물론 시음은 둘의 몪이다.
간혹 아무 계획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는 주말이 있다. 그런 주말은 섹스에 딱이다. 그리고 나면 남편은 게임을 하고, 난 오래 걸리는 요리(갈비찜 같은거..)를 해본다.
둘 사이에 서로 얼마를 벌고 쓰는지 완전히 투명하다. 남편 월급으로만 생활하고 내 월급은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해 그대로 저축해서 다른 곳에 투자하기도 한다. 신용카드도 공동계좌라 서로 쓰는 거 빤히 다 보인다.
어린아이가 있는 친구들과는 만나기가 힘들어진다. 주로 우리같이 아이가 없는 커플들이나 싱글인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아니면 아이가 아예 다 커서 고등학생 정도 된 친구들과 만난다. 하지만 둘이 노는 것, 둘이 여행다니는 것이 제일 편하다.
일년에 두 번은 일주일 이상의 긴 휴가를 간다. 주로 한 번은 한국을 가지만 다른 한 번은 유럽이나 다른 동네를 가는 편이다. 그 사이 사이에 짧게 2-3박 정도로 주말 여행을 한다. 분기별로 한 번 정도 짧은 여행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여행을 다니면서 은퇴 후에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은지, 뭘하면서 살지 서로 얘기를 많이 한다.
향후 몇 년 안에 다른 나라에 가서 살아볼까하는 생각이 있다. 둘 다 유럽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크고, 남편은 한국에서도 살아보고 싶다고 하는데, 난 아직 한국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 높고 싶다.
남편은 애기들이나 아이들을 보면 귀여워라 하는 편이다. 나는 방탄소년단을 보면서 걔들 엄마들을 부러워한다.
남편은 확률적으로 자기가 나보다 먼저 죽게 될 것이라면서 혼자 남게 될 나를 걱정한다. 혹시나 내가 먼저 죽으면 어떡할라고 라고 물으면 자기는 나 따라서 죽을거란다. 말이라도 고맙고 눈물난다.
May 28, 2018 at 2:15 pm
주변에서 그런 분들을 많이 보시고 그런 분들 때문에 상처받으셨나 봐요. 님께는 다행이게도 전 그런 계획 전혀 없답니다. 제 걱정해 주시기 전에 주변 분들 잘 챙겨주세요.
May 28, 2018 at 11:15 am
딩크라..
임신이 안되서 그냥 애없이 사는 경우는 자연스러운데 요즘 60대 노인도 임신해서 화제가 되는 마당에 아직 40세도 안된 여성이 애를 안 낳는다는 건 그만큼 미래가 불안하다는 거겠죠.
부부관계라는 게 항상 좋을수만 있나요?
살면서 싸우기도 하고 아마 미국에서는 배우자 외도도 흔할텐데요.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가정이 위태로울 겁니다.
제삼자가 보기에는 당신의 딩크선택이 위태로워 보여요.
당신부부는 젊지가 않습니다.
젊은시절 저축한 추억도 없이 성생활과 여행으로 유지되는 그 생활 얼마나 유지될지 염려스럽습니다.
만약 당신 남편이 당신과의 섹스가 실증이 나고 당신과의 여행이 즐겁지 않고 주변의 젊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시선이 간다면 당신은 어떻게 그를 당신에게 되돌릴 겁니까?
또 다른 남자를 찾을겁니까?
당신도 점점 늙어가요..
당신의 글에 이런 현실적인 지적은 피하고 부럽네 뭐네 이런 허황된 댓글이 달리는 것이 신기할 뿐
May 28, 2018 at 2:13 pm
댓글 보면서 그저 웃습니다.
May 28, 2018 at 5:16 pm
님의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인생이란거, 내일을 모르는거죠. 지금 제가 마냥 행복해도 님의 말씀대로 10년 후에 어떤 상황일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거구요. 최소한 제가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건 앞으로 5년 뒤, 10년 뒤, 20년 뒤에도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뿐입니다. 제 글을 읽으시고 염려와 걱정이 들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전 아이를 갖지 않는 선택을 하신 분들이나 혹은 그런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제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가 불안해 보인다구요. 살면서 전혀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당연히 불안하죠. 혹시라도 몸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병이라고 있으면 어쩌나, 남편에게도 그런게 있으면 어떡하나, 주식값이 폭락하면 어떡하나, 부모님 건강에 문제라고 생기면 어떡하나, 매일 매일이 불안합니다. 그래도 견딜 수 있는건 남편과 친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글에서 한 번도 저처럼 살라는 조언을 한 적이 없고 그런 생각조차 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오래 살고 성공적으로 살아야만 조언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나보다 연배가 훨씬 높은 세대의 생각도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오히려 비슷한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블로그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세상엔 나와 다른 삶, 다른 형태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나면 타인을 좀더 조심스럽게 대하게 될 수도 있구요.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May 28, 2018 at 8:04 am
한국여자 입장에서 송옥숙씨나 솔직녀님같은 경우는 밥맛 없어요.
한국에도 성에 굶주려 외국인 클럽에 가서 성욕구해소하다가 아예 어학연수니 하면서 미국까지 진출해 욕구발산하는 경우 많이 봅니다
한국에서 한국남자와 마음대로 만나 섹스하고 그러는 건 쉽지가 않고 나중에 결혼해서 과거가 밝혀질까 두려워하는 매춘부같은 심정도 있고하니.
그렇게 짐승처럼 외국에서 인종별로 다 겪어보고 늙어서 퇴물 취급받으면 한국에 귀국해 멍청한건지 순진한건지 알수가 없는 한남하나 물어다가 노후를 의지.
이건 같은 여자가 봐도 좀 아니쟎아요
섹스에 환장한 여자들은 미국에서 애를 낳던지 아니면 매춘을 하든지 미국에서 생을 마감하세요.
오빠나 동생이 매춘부같은 여자와 결혼한다고 생각하면 나도 혈압이 올라 죽을 것 같으니
한남들은 퇴물 생식기 욕구처리하는 수컷 아니랍니다.
January 30, 2018 at 5:11 am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귀국을 하게 될수도 있는 상황에 개인적으로 고민하던 문제에 관한 글이기에 덧글을 남겨봅니다.
아이 없는 부부 두분의 생활이 참 부럽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딩크족 친구들의, 경제적 상황과 야근문화로 인해, 개인의 희망을 생각해볼 여유도 이유도 없이, 반강제적 딩크족이 되었다는 이야기와는 사뭇 달라 더 그런것 같습니다. 자녀 계획이 어떠하든 그 결정이 자의에 의한 행복을 위한 결정이 될수 있는 경우들이 더 많아지기 빌어봅니다.
January 30, 2018 at 11:23 am
네 동감이예요.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결정은 남의 눈치 안보고, 내가 정말 원하는대로 내릴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January 21, 2018 at 7:24 pm
마지막 문단이 마음에 남습니다.
January 30, 2018 at 11:20 am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