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학생이고 백인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저에겐 대체 누가 맞는지 틀리는지 보다는 어떻게하면 저와 남자친구 사이의 논쟁이 없어질 수 있을까가 더 큰 고민입니다. 그와 헤어지더라도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같은 일이 번복될까 무서워서 여쭤봅니다.

제 남친은 펄스널 트레이너이며 일의 특성상 일하는 시간이 규칙적이지 않아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이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학생이면서 아르바이트를 주말에 하기 때문에 둘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주말 하루, 그것도 낮에 몇 시간, 그리고 평일 저녁에 가끔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에 남자친구에게 많은 기대를 하면 안된다는걸 압니다. 하지만 섭섭해지는 경우가 점점 많아져요. 예를 들어 저는 홈스테이를 하기에 제가 주로 남자친구네 집에 매번 운전하고 가는데, 가끔은 너무 서운해서 네가 좀 오라며 크게 싸운 적도 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은 자기 루틴(계획된 일상)을 정말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저는 남자친구가 제가 보고 싶으면 그냥 잠깐 30분이라도 일 끝나고 얼굴보고 갔으면.. 하지만 그는 항상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있어요. 이게 절 미치게 해요. 유치하지만 저를 그만큼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는거죠. 하지만 남자친구는 너를 안 생각하거나 덜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구요. 그 사람은 여느 커플들처럼 하는 데이트를 둘이 시간 맞는 날에 하고 같이 여러가지를 하지 않았냐 이런 생각을 하는거예요. 왜 내가 하는 노력을 너는 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냐 이러구요. 저는 너를 이해하지만 너는 너무 단호하고 일을 나보다 우선 순위에 두는거 같다고 말했어요. 오늘도 한 시간 동안 싸우다가 시간이 밤 11시가 되니 자기는 자야하는데 이 싸움이 끝나지 않아서 너무 신경쓰여 못 자겠다 하더라구요. 그리고 너도 내 생활을 알다시피 일 특성상 잠을 못자면 다음 날은 비생산적이된다 이러는거예요. 저는 거기에서 또 한 번 화가 나서 내가 너였으면 그런 식으로 대화하지 않을거다, 심지어 다음 날 일이 있어도 여자친구에게 30분 정도 할애를 못하냐 이러면서 울분이 터졌죠.

물론 제 할 일도 있는데 남자친구를 오매불망 기다리는건 무엇보다 한심하고 가치없다는 걸 저도 알아요. 근데 막상 연애를 하니 제가 안 느껴도 되는 그 섭섭함을 너무 느끼는건가 싶기도 하고.. 남자친구는 자기 선에는 노력을 하는 거라고 믿고 있는데 저는 그걸 못 느끼고.. 하..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참고로 남자친구는 나이가 31살이기에 자기 커리어가 있고 계획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남자라 어느 정도는 그걸 존중하고 이해하려 하지만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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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서로 정해진 일정이 있고 바쁜 와중에 연애를 하려면 자연히 만남에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어요. 전 남자친구 분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개인적으로 그런 남자들을 많이 보아 왔어요. 물론 여자를 너무나 좋아하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는게 남자이긴 하지만 일단 사귀는 관계가 되고 정기적으로 만나는 관계가 되면 얘긴 다르죠. 남자친구와는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고, 만나선 아마도 좋은 시간을 보내시리라 생각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남자친구는 그렇게 데이트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을거예요. 굳이 거기에 더해 일 끝나고 피곤하거나 다음 날 일이 있는데 예정에 없던 짧은 만남을 꼭 가져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할거예요.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데 넌 왜 못하냐, 이런 식의 대화는 절대 금물이예요. 왜냐하면 그건 내 방식이 옳고 넌 틀리다라는 가정을 깔고 하는 말이기 때문이죠.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구요. 연애든 뭐든 개개인마다 자기가 선호하는 방식이 있을 뿐이지 절대 옳은 한 가지 방식이 있는 건 아니예요. 그리고 사람마다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방식의 연애를 할 수도 없구요. 지금 남자친구는 자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연애를 하고 있는데, 님은 그 이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그리고 제 경험으로 봤을 때,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은 자기의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더라구요. 게다가 님의 남친처럼 일하는 시간이 남들과 다르거나 불규칙한 사람들은 자기의 수면/휴식 패턴을 철저히 지키려고 애쓰는 편이구요. 제 친한 친구 하나도 그런 남자와 사귀고 있어서 그가 얼마나 철저하게 자는 시간을 지키는지, 그게 잘 지켜지지 않으면 다음 날 짜증이 나고 일이 안 된다고 불평을 한다는 얘기를 무수히 들었어요. 그 입장이 아닌 사람에겐 30분 정도 덜 잔다고 뭐가 얼마나 다를까 싶겠지만, 당사자들에겐 그게 아니거든요.

제가 너무 남친을 옹호하고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전 그가 님이 원하는대로 해주지 못하는 이유가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유라는 점을 우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그의 이유가 정당하다고 해도 그런 그의 태도를 님이 계속 참아줘야 하는 것도 한계가 있죠. 님이 현재의 데이트 스케줄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고 그와의 관계에 익숙해지고 편해져서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된다면 두 분의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과연 이 남자가 계속 사귈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인지, 내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을 계속 이해하면서까지 만날만한 남자인지를 고민해 보셔야 할거예요.

그리고 제가 경험한 미국남자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자기 생활이 있고 할 일이 있는 여자, 그래서 남자를 귀찮게 하지 않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점이예요. 물론 데이트를 할 시간은 당연히 있어야겠지만 주말이나 노는 날마다 남자친구가 연락하기만을 기다리고 남자친구만을 바라보는 여자보다는 바쁜 중에 자기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여자를 더 귀하게 여긴다는 겁니다. 때문에 지금 남자친구와 다투는 이유로 자주 다투게 된다면 남자친구가 결국 점점 지쳐가고 님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될거예요. 물론 님과 비슷한 연애 패턴의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