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으로 알게된 외국인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우리는 4개월 동안 꾸준히 거의 매일 연락을 했고 자연스럽게 연인사이처럼 되었죠. 원래는 그가 한 달 후에 한국에 올 계획이어서 금방 만날 사람이니까 저도 쉽게 마음을 열었는데 좀 계획이 변경되면서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거에요. 아무래도 채팅만 하다보니 대화가 한정되는 느낌은 있었는데 그럴 때는 웹툰으로 같이 언어를 공부하거나 하면서 잘 이겨왔답니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에 오게 된 그와 만나게 되었고 우리는 너무 좋았어요. 같이 이곳저곳을 다니는 평범한 데이트였지만 그동안 할 수 없었던 것이었기에 너무 즐거웠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의 모든 대화는 한국말로 이루어져요. 그는 한국어로 기본적인 회화가 가능한 수준이고 저는 영어로 엉망인 문장을 만들어 쓸 순 있지만 말하는 걸 부끄러워해서 그가 가끔 영어로 대화를 시도해도 다음에 하자고 도망치곤 했어요. 그게 문제였을까요. 최근의 데이트에서 그는 제가 다 좋은데 우리의 언어문제 때문에 앞으로 길게 사귀려면 어렵지 않겠냐고 차분하게 얘기하더군요. 연인 사이엔 더 깊은 얘기도 많이 해야 하는데 자기의 한국말은 아직 충분하지 않고 지금의 자기 수준으론 제가 하는 한국말을 다 이해할 수 없다고.. 그래서 우리 친구로 돌아가서 서로 언어를 더 공부하고 1년 후나 그 때쯤 서로의 마음을 잘 전할 수 있을 때 만나기로 하는게 어떻겠냐고, 그러면서 Time will tell 이라는 말을 했어요.

그렇게 얘기하는데 제가 생각보다 그를 많이 좋아하고 있었던지 눈물이 많이 났어요. 그런 저를 보면서 미안하다며 그도 많이 울었구요. 그가 이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예쁜 카페를 발견해서 들어갔는데 조금씩 대화를 나누다가 끊기는 상황이 반복된 것도 사실이에요. 언어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저는 원래 먼저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니라 보통 친구들과 만날 때도 듣는 걸 편해하거든요.

언어는 연인 사이에서 서로 격려하면서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제 생각보다 더 답답해했고 스트레스를 받았나 봐요. 솔직히 그가 한국말을 하니까 라는 이유로 영어를 게을리 공부했던 건 사실이어서 반성했습니다.

제가 영어를 더 공부하고 노력한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요? 그는 정말 정직한 성격이라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혹시 언어말고 다른 행동습관 같은 것을 보고 여자친구로선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한 걸까요? 지금으로선 그를 많이 좋아해서 뭐든 노력해 볼 생각인데 혹시나 후자의 이유라면 그에게 저는 이제 여자친구의 대상이 아닌 것인지..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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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그를 정말로 좋아하고, 진지하게 사귀어보고 싶으시다면, 영어를 당장 공부하세요.

제 생각은 이래요. 온라인 상으로 한계가 있는 대화 만을 하다가 직접 님을 만나서 데이트를 하게 되었을 때, 그는 아마도 채팅 이상의 교감을 원했을거예요. 하지만 언어 장벽 때문에 그게 힘들었을테구요. 두 사람이 제대로 연애를 하려면 일단 말이 통해야지요. 특히나 나와 다른 문화에서 자라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과 연애를 할 때엔 대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답니다. 한국 사람들끼리는 말을 안해도 알 수 있는 공감대가 있고, 감이란게 있죠. 하지만 외국인과의 연애에선 그렇게 감으로, 짐작으로 넘어가기 힘든 부분이 많아요. 때문에 정확한 의사전달이 서로 간에 필요하고, 상대방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도 말을 많이 해야하게 되죠. 더군다나 서구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에 비해 모든 것을 말로 표현하는 편이예요. 아마도 그는 님과 만나서 아주 짧은 한국어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해 답답했을거예요. 그렇게 의사소통이 힘든 사람에게 애정을 느끼기란 힘든 일이죠.

님의 영어실력이 늘어서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게 되었을 때 그와 다시 만난다면 지금보다는 잘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그에게 가끔씩 보여주세요. 짧은 영어라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꾸 쓰시구요.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배우려는 의지가 있음을 그에게 보여주세요. 지금으로선 언어문제가 그가 님과 사귀기 힘든 가장 큰 이유인 것이 분명해 보이니까요. 의사소통 외의 다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는 님의 이메일만으로는 제가 판단하기 힘드네요.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지금은 접어두세요. 일단 대화가 되고 나면 다른 문제점이 있는지 자연히 알게 되실거예요.

그가 한국어를 공부하니까 난 영어 안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금물이예요. 국제결혼을 한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려는 노력을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서로에게 공평할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시야도 넓어지고 삶도 풍부해지거든요.

영어 공부 열심히 하시구요, 그와의 관계도 잘 지속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