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올리던 때가 언제였던가. 블로그 업데이트를 자주 안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물론 시간이 예전만큼 없어서다. 역시 혼자 살 때가 시간이 훨씬 많았다는 얘기. 하지만 S와 같이 살기 시작했던 초반에는 글을 꽤 자주 썼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나의 저녁 시간이 사라져버렸다. 그건 바로 S가 한국 드라마에 빠져들게 되면서부터. 이미 S의 한국 드라마 사랑에 대해선 예전에 썼던 적이 있는데, 그 사랑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S의 한국 문화 섭렵은 드라마로만 끝난게 아니었다. 어느날, ‘자기, 이 밴드 알아?’ 하면서 유투브(YouTube) 비디오를 나에게 보여줬다. 그건 크라잉 넛의 ‘말달리자’ 비디오. 한국 펑크 음악 중 최고인 노래라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들 중 하나라고, 그런데 넌 어떻게 이걸 보게 된거냐고 물었다. 펑크를 좋아하는 S는 그냥 호기심에 ‘Korean punk’라고 유투브에서 검색을 해봤더니 이 노래가 떴단다. 그런데 들어보니 너무 좋다고. 그렇게 펑크로 시작된 한국음악 순례는 계속 이어져 K팝 아이돌 그룹들까지 섭렵을 하게 됐다. 덕분에 나도 내 친구들은 누군지도 모르겠다는 방탄소년단이니, Got7이니, 몬스타엑스니 하는 애들의 노래를 주구장창 듣고 있다.

S의 한국 음악 사랑 덕에 우린 작년에 라스베가스에 가서 빅뱅 공연을 보는 짓을 감행하기도… 덧붙이자면 그 뒤로 우린 빅뱅 빠순이 빠돌이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 겨울 한국방문시엔 함께 크라잉 넛의 공연을 보고 감동의 도가니에 빠지기도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백그라운드 음악은 Got7의 ‘딱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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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 빅뱅 콘서트 끝나고. 보시다시피 외국인이 대부분. 빅뱅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원래 미국인 같지 않은 미국인인 줄은 알았지만, S는 정말 미국인의 몸에 갇힌 한국인이 아닐까 새삼 느끼게 되었던 계기는 무한도전을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처음엔 무도 가요제에 나온 지드래곤과 태양을 보기 위해 무도를 같이 보게 되었는데, 그걸 다 보더니 ‘우리 예전 에피소드도 보자. 재밌을거 같어.’ 라면서 1-2년 전 에피소드들을 모두 섭렵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이제는 무도까지 봐야하니 블로그 쓸 시간이 줄어든 건 당연..) 확실히 드라마 보다는 훨씬 고난이도인 예능 프로인지라 처음엔 자막이 너무 빠르다면서 조금 고생하더니 이제는 술술.. 이젠 웬만한 연예인들은 다 알아볼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에선 사실 한국 대중문화가 국외에서 얼마나 인기인지 실감하기 힘드실거다. 한국 미디어가 한류를 과장하는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는 분들도 계실테고. 하지만 미국에 살면서 미국 매체를 통해 느끼는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는 확실히 대단하다. S뿐만이 아니라 내 직장에도 미국인 KPop 덕후들이 있고, 유투브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이나 인디밴드들을 찾아보면 댓글은 거의 영어다. Dramafever.com을 통해 영어 자막이 깔린 한국 드라마와 예능, 영화들을 수시로 볼 수 있는데, 주 시청자들을 보면 다 외국인이다. 실로 감개무량할 정도다. 하긴 S만 봐도 한국 대중문화는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흡입력과 중독성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나와 함께 한 7년 동안 그렇게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에 빠져 나보다 더 한국 사람이 된 내 남편. 이제 비가 오면 막걸리와 파전을 찾고, 주말이면 치맥을 찾고, 안 바르던 로션도 바르고, 가끔씩 화투 치자고 조르기도 한다. 덕분엔 난 미국에 살면서 점점 더 한국과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