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 나이로 갓 21살 된 대학교 여학생입니다. 부모님 직업 때문에 9살때 외국으로 나와 살게 됐고, 지난 가을부터 독일로 대학을 가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지난 11년 동안 외국에 살고 자랐기 때문에 겉은 한국사람이지만 속은 외국사람 같다고 생각이 됩니다. 한국어보다 독일어가 훨씬 편하고, 한국 방식이나 문화도 이해가 안가고.. 저희 부모님도 외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제 문제를 이해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연애나 사랑에 대해서는 부모님이 까다롭습니다. 17-18살때 어머니랑 같이 영화를 보다가 섹스신이 나오면 저에게 다른 곳 보라고 하시던가, 제가 혼자 독일로 오기 전에 저에게 “남자들 조심하라”, “남자애 절대 사귀면 안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연히 딸을 혼자 외국에 두고 계시니 걱정이 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전 외국 친구들이랑 자라고 외국 생활만 해봐서 15-16살부터 첫 남자친구를 사귀는 등의 행동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조언을 구하려는 이유는 제 남차친구 때문입니다. 3년 전 부터 알고 지냈지만 사귄지는 1년이 조금 안됐어요. 그 사이에 벌써 그의 부모님도 만나고, 그의 친구들이랑도 친해지고, 그와 함께 휴가도 갔습니다. 한국어가 재미있다고 한국어까지 배우기도 하고, 정말 재미있고 귀여운 친구입니다. 제가 이번 여름에 한국으로 2주 정도 갈 예정인데, 그가 함께 가고 싶다고 그러네요. 문제는 아직 부모님한테 우리에 대해서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몇 달 전부터 제 부모님께 말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외국인이랑 사귄다, 너는 남자랑 사귀기에 너무 어리다 등의 이유로 반대할까봐 무서워서 아직 말을 못했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께 계속 숨길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계속 생각을 해보니 왜 숨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처음에는 당연히 부모님께서 화를 내시더라도 몇 주가 지나면 실제 상황을 받아들이실 것 같거든요. 워낙 부모님께 아무 것도 숨기지 않고 자라서 이 상황이 더욱 더 힘드네요.

아무래도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지만 부모님의 반응이 두려워서 망설이고 있는 중이에요. 제 남자친구를 진짜로 알고 보시면 두분 다 좋아하시기는 할 것 같지만 첫발을 내디기가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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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에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다’라는 표현을 쓰셨는데요, 일단 그 마음은 좀 접어두세요. 그리고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도 부모님께 당분간은 말하지 마세요. 보나마나 부모님이 알게 되시면 후폭풍이 대단할테고, 부모님의 마음도 편치 않으실거예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남자친구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너무 당연한 마음이지만, 아직은 시기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이 상황을 얘기하세요. 한국 부모님들은 대부분 외국인과 사귀는 것에 대해 아직은 불편해하신다, 내 부모님은 게다가 연애에 있어 좀더 보수적이시다, 그래서 아직은 부모님께 네 얘기를 할 수가 없다, 나중에 우리가 더 심각한 관계가 되면 그 때 말씀드릴거라구요. 대부분의 서양사람들은 자식의 연애와 결혼에 가타부타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한국의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이해하기 힘들어 할 수 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남자친구에게 잘 설명해 주시구요. 여름에 한국 가는 것에 대해서도 이런 이유를 들어 잘 거절하세요.

하지만, 이 얘기를 남자친구에게 하기 전에, 님 스스로 확신이 있어야 해요. 남자친구가 이렇게 물어볼지도 몰라요. ‘넌 부모님이 끝까지 반대하셔도 나와 계속 만날거니?’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예를 들어 부모님이 당장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하신다거나, 생활비를 주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런 상황에 처한다해도 남자친구를 버리지 않을 자신과 용기가 있으신가요?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무척 힘드실 거예요. 때문에 정말로 남자친구를 많이 사랑한다면 졸업하고 부모님으로부터 자립할 때 까지는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마세요. 자립할 능력을 갖추신 후라면 부모님이 반대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가 훨씬 쉽죠.

제 경험으론 어린 나이에 연애를 하게 되면 부모님이 반대하실 확률이 더 높다고 봅니다. 제 주변이나 저의 경우를 보더라도 처음부터 외국인과 사귀는 것을 말리지 않는 부모님은 별로 없을 뿐더러, 20대 초반, 중반의 나이라면 더더욱 반대가 심하시죠. 나이가 30이 넘어가면서는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에 대한 반대에 덜 부딛히는 것을 많이 봤구요. 아무래도 지금 나이에 외국인과 사귀겠다고 하면 부모님이 진지하게 받아들지 않으실 거예요.

두 분이 사귄지 아직 일년도 되지 않으셨고, 두 분의 나이가 아직 20대 초반이라는 점, 두 분이 다른 도시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점,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전 아직 두 분의 관계는 소위 결혼을 생각하고 만나는 관계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좀더 사귀시면서 미래에 대한 얘기를 구체적으로 하게 되고, 장기적인 두 분의 관계, 나아가 결혼에 대해서도 두 분이 얘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때, 그 때 부모님께 얘기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부모님께 숨기는 것 없이 자라오셨기 때문에 남자친구 얘기도 하고 싶으신 마음도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모든 것을 부모님께 숨기지 않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이가 들어갈 수록 아마도 경험으로 배우시게 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