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럽에서 거주 중이고 외국인 남친과 사귀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 해에 공부를 마치는데 이곳에서 직장을 잡고 싶거든요. 남자친구에게도 늘 난 여기서 살고싶다라고 말하는데, 그는 제가 공부를 마치고 혹 한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질까봐 늘 불안한가봐요. 이런 저의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우리는 아직 미래를 약속하진 않았어요. 농담반, 진담반으로 앞으로 같이 할 미래에 대해 종종 얘기하긴 하지만요. 하지만 함께 할 미래를 그리면서도 만약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그가 절 따라서 한국에 올 것 같진 않아요. 그는 사랑보다 자기 일이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이 주제로 몇 번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긴 했는데 늘 결론은 그 때 가서 보자에요.

솔직녀님에게 남편 분은 삶의 중심인가요? 남편 분도 솔직녀님을 삶의 중심으로 두고 계신가요? 삶에서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 예를 들면 직장을 먼 도시에 잡게 된 상황 등 – 솔직녀님은 늘 남편을 염두하고 계신가요? 그로 인해 그 결정이 달라지기도 하나요?

전 그와 오래 만나고 싶어요. 그래서 전 그를 위해 저의 어떤 것쯤은 포기하고 희생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그러니까, 그를 제 삶의 중심에 두고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는 어떨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만약 오직 제 살길만을 찾아 나선다면, 제 커리어가 늘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아마 그와 저는 멀어질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요. 이에 관해서는 아직 서로 얘기를 해보진 않았어요. 사실 저도 막상 결정의 상황에 닥치면 어찌할지 잘 모르겠어요. 사랑을 시작하는 것만큼 그것을 유지하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더군다나 삶의 어떤 중요한 기로에 놓이게 되는 상황 앞에서는요. 말은 하지 않아도 우린 서로 불안해해요. 지금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너무 좋고 행복하면서도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면 마냥 한숨이 푹푹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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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편이 삶의 중심인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남편으로 인해 그 결정이 달라지기도 하는지 물으셨죠. 네, 저에겐 남편이 삶의 중심이예요. 그리고 저도 남편의 삶의 중심이구요. 저희가 지금 살고 있는 시애틀로 옮겨왔을 때, 사실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와서 다시 직장을 구해야 했죠. 그 때문에 커리어가 좀 꼬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곳으로 오는 것이 우리 둘 다에게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희생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 부부에겐 아직까지 그보다 더 큰 결정을 해야할 상황은 없었던 것 같아요. 남편이 유럽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제 직장 때문에 그 생각을 접었던 적이 있었죠. 저희는 그런 큰 결정을 해야할 때면 항상 우리 둘을 합쳐놓고 생각을 해요. 이 결정이 우리 둘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를 보는거죠.

연애나 결혼에 있어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들 하지요. 저희 부부가 늦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만났기에 저희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 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가 만약 20대에 만났더라면 둘 다 욕심도 많았을테고, 인격도 덜 성숙했을터라 싸우기도 더 싸웠을테고, 그래서 결국 결혼하지 못했을거라고 종종 얘기해요. 두 분이 20대의 나이라면, 커리어를 시작해야 할 그 시기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수 밖에 없죠. 그 나이엔 앞으로 다른 상대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도 높구요. 때문에 굳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커리어를 포기하라고 조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남자도 자신의 경력을 위해 사랑을 포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셔야 하구요. 전 제 경력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치 않고 살아온 것에 가끔 후회를 할 때가 있어요. 훌륭한 경력을 쌓은 여성분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구요. 하지만 제 주변엔 일로는 성공했지만 사랑과 결혼은 이루지 못한 여성분들도 꽤 많아요. 그런 분들을 보면 살면서 다 가지기란 참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내가 계획하는대로 인생이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런 인생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거예요. 때문에 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해요. 님도 지금 남자친구와의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하기 보다는 현재 두 분의 감정에 충실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맘껏 즐기도록 하세요. 그러다가 결정의 순간이 되면 그 때 고민하세요. 그 때까지 두 분의 감정이 더욱 확실해질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어요. 지금의 감정을 가지고 미래의 결정을 할 수는 없는 일이죠.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그리고 님이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할 상황이 된다면, 그가 과연 그것을 포기하고라도 붙잡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잘 생각하세요. 그 가치란 그의 능력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님이 원하는 미래를 함께 꾸려갈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시란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희생이 가치가 있다고 봐요.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단지 님이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무언가를 포기하지는 않으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