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밀당이라는게 필요없다고 생각해서 항상 제가 좋아하는 마음 100%를 다 보여주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다 보여주면 안된다고 말하더군요. 처음에는 한귀로 듣고 흘렸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아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하고… 너무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다 보여줘서 여자친구가 자만을 하게 되는건 아닌가 싶고 그렇네요. 밀당이 정말 필요한 것일까요?

또 여자친구는 저를 남자라기보다는 마치 부서질 것 같아서 보살펴야 하는, 그런 동생같은 느낌으로 귀여워 하는거 같아요. 저는 좀 더 여자친구가 저한테 기댈 수 있고 듬직하게 보일 수 있는 남자친구가 되고 싶은데 혹시 조언을 해주실수 있으실까요? 제가 여자친구에게는 애교도 많이 피우곤 해요. 그래서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려고 갑자기 애교를 안 피우면 섭섭해 할 것 같고요.

솔직녀님은 여자로써 남편분이나 그 전의 남자친구분들의 어떤 모습에서 기댈 수 있겠구나 남자구나 그런 기분이 드셨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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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좋아하는 마음을 다 보여주는 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자건 여자건 무조건 퍼주기만 하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그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다 해주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줌으로써 님이 진정 행복해진다면 계속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대신 그녀가 님에게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거나 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시면 안돼요.

저도 과거에 겪었던 실수이고 많은 분들이 겪는 실수 중 하나가 연애할 때 상대방에게 너무 많이 맞춰주는 것이예요. 예를 들어 내 친구들, 가족들과 약속이 있는데 애인이 갑자기 만나자고 할 때마다 먼저 있던 약속을 취소하고 애인을 만나러 간다든지, 애인이 원한다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취미를 포기한다든지, 애인이 먹고 싶어하는 음식만 먹으러가게 된다든지.. 물론 이런 일은 연애하다보면 흔히 있을 수 있죠. 하지만 나만이 그렇게 맞춰주고 있고, 상대방은 나를 위해 전혀 맞춰주고 있지 않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거예요.

애정표현도 비슷하다고 봐요.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100% 표현했는데 상대방은 내가 느끼기에 그만큼의 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그 때는 표현을 좀 줄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 이게 밀당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밀당은 상대방이 좀 애가 타게끔 만들기 위해 전혀 바쁘지 않은데도 바쁜 척, 연락을 받을 수 있는데도 안 받는 등, 의도적으로 연락이나 만나는 횟수를 조절하는게 주라고 보면, 애정표현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연애가 너무 한쪽의 주도로 진행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하면 불같이 끓어오르고 그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반면, 어떤 사람에겐 그런 사랑이 불가능하고 상대방을 천천히 알아가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자라나게 되는 사랑만이 가능하죠. 때문에 전자와 같은 사람과 후자와 같은 사람이 만나 연애를 하게 되면 후자의 사람은 상대를 좋아할 시간을 가지기도 전에 오히려 부담을 느끼고 상대에게 질릴 수도 있습니다.

여자친구와 이런 얘기를 해보신적이 있나요? 서로 어떤 스타일의 상대를 원하는지, 어떤 식의 연애를 원하는지 말이죠. 제일 중요한건 서로가 원하는 스타일을 알고 그에게 맞춰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거예요. 혼자서 고민하지 말구요.

믿을 수 있고 듬직한 남자친구가 되고 싶으시다구요. 여자들이 남자에게 의지할 수 있겠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사실 여자마다 크게 다르지 않을거예요. 제 경우엔 남자가 자기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때, 그리고 제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즉각 달려와서 도와줄 때 그런 느낌을 가장 크게 받죠. 평소에 아무리 잘하고 애교를 많이 부려도, 막상 여자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선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고 어떻게든 빠져 나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남자는 여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어요. 그건 남자건 여자건 마찬가지겠죠. 남자들도 자신이 힘들 때 곁에 있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여자친구를 당연히 원하지 않을까요?

제가 제 남편과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 그를 믿을 수 있겠다라고 느낀 계기가 되었던 일은요, 그 때가 겨울이었는데 우리가 살던 곳에 눈이 엄청나게 왔어요. 학교와 직장들이 다 문을 닫았죠. 길가에 세워놨던 제 차는 거의 반 정도가 눈에 파묻혔구요. 남편은 그 때 큰 삽을 들고 와서 제 차 주위 눈을 다 치워줬죠. 아마 한 시간도 더 걸렸을거예요. 어찌보면 단순한 일이지만 그래도 저에겐 그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어요. 그리고 항상 내가 힘들 땐 와줄 사람이구나 라는 믿음도 생겼구요. 마찬가지로 남편도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우리가 사귄지 넉 달 쯤 되었을때 남편 집 지하실에 물이 새서 지하실 바닥이 완전 젖어버린 적이 있어요. 그 때 전 하루 휴가를 내고 남편이 지하실 바닥을 다시 까는 걸 종일 도와줬어요. 그 때 남편은 무척 감동을 받고 이 여자는 진심으로 나를 좋아하고 생각해주는구나라고 느꼈대요.

평소엔 제 남편도 무지 애교가 많아요. ㅎㅎ.. 하지만 그렇게 힘들 때 저를 도와주고, 제가 감정적으로 힘들어서 울 때는 꼭 안아주고, 그래서 저는 그 사람이 너무 든든해요. 그러니까 애교가 너무 많은건 걱정하지 마시구요, 여자친구를 도와줄 수 있을 때 확실하게 도와주도록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