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대 중반의 남자로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저는 이 친구를 만나기 전 한 명의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었지만 짧은 기간 만나고 헤어진터라 사귀었다 할 수도 없구요, 이 친구가 첫사랑입니다. 여자친구는 과거 서너명의 남자친구를 사귀었고 남자 관계가 조금 복잡했던 것으로 압니다. 저는 여자친구가 나랑 결혼할거냐고 물었을때 진심으로 그러겠다고 했고, 지금까지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게 좋았습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손만 잡아도 떨리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정말 순수하게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여자친구가 교제한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때 저희 집에서 자고 가도 되겠냐 물었고 결국 그 날 저희는 관계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동거 아닌 동거를 하게 되었고 하루에 많게는 세 번, 적어도 두 번씩은 관계를 했습니다. 여자친구와 저는 속궁합이 맞나보다 싶었고 둘 다 굉장히 만족했구요.

그런데 이런 시간이 길어질 수록 저는 자꾸 여자친구의 과거가 궁금해졌고 결국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남자친구 모두와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과 그외의 다른 것들도요. 여자친구 있는 남자와 원나잇한뒤 사귀게 된 것도 어쩌다 알게 되었고, 첫번째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두번째 남자친구가 된 사람과 바람을 핀 사실도 알게 되었고,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남자와 키스하고 관계를 한것도… 진지한 만남도 아니었으면서 왜 쉽게 관계를 가졌는지, 바람을 폈는지, 나를 만난게 단지 외롭기 때문이었는지…

저는 혼전순결주의자는 아니지만 바람을 피우거나 이렇게 여럿 남자와 아무렇지 않게 관계를 맺어온 여자친구가 너무 이해가 안되었어요. 내가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쿨하지 못할까, 왜 과거에 집착할까,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여자친구의 과거를 더 알아야 할거 같았고 화도 많이 냈죠. 여자친구는 그 때마다 미안해 하더군요. 좋다가도 그녀의 과거가 생각나면 또 기분 나빠지고…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결혼을 할 상대라는 것 때문에 과거의 행실이 거슬리는 것인지, 저를 만나면서도 바람을 피지는 않을지, 제가 아는 것보다 더 난잡한 과거를 가졌던 것은 아닌지, 이렇게 힘들게 연애하고 결혼해도 되는건지, 진정 내가 이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게 맞는건지, 그것조차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그녀의 과거가 저를 괴롭힙니다.

저 어떡해야 할까요. 이 친구와 헤어질 수도 없는데, 제가 너무 이기적인가요. 결혼 전에 흥신소를 통해 여자친구 과거에 대해 알아볼까 생각한 적도 있고, 휴대폰을 뒤져보고, 이메일, 컴퓨터, 싸이월드, 페이스북을 다 뒤져보고 있고… 도대체 제가 왜 이러는걸까요. 보고 있으면 사랑스럽고 평생 지켜주고 싶으면서도 잠시 과거를 생각하면 왜 이런 정신병자가 되는지, 너무 힘이 듭니다.

——

님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여자친구의 과거에 대해 신경쓰지 말고 캐내려 하지도 말고 그녀와 계속 만나는 길, 아니면 깨끗이 헤어지는 길, 둘 중 하나입니다.

여자친구의 과거는 이미 일어난 일이고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일입니다. 님이 콘트롤 할 수 없다는 얘기죠. 내 여자친구는 나보다 이성 경험이 많고 섹스 경험도 많고 바람핀 경험도 많고, 그 밖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화려한 전력이 있다라고 믿어버리세요. 그 이상 더 확인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 때문에 님이 여자친구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자꾸 그녀의 과거가 궁금해진다면, 더 이상 과거를 캐내봐야 님의 마음은 더 안 좋은 쪽으로 기울거나 현재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거든요.

여친의 과거에 집착하는 이유가 그런 과거가 또 되풀이 될까 두려워서인가요? 그런 걱정은 사실 당연히 들 수 있습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과거에 바람을 폈다면 앞으로도 바람을 필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아무래도 다양한 성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절대다수가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젊었을 때 방탕한 이성 관계를 가졌다가도 성숙해지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개과천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 남편도 조금 그런 축에 속하거든요. 저도 제 남편이 과거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와 바람을 핀 전력이 몇 번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이 남자와 계속 사귀어야 하나, 바람기는 안 고쳐진다는데 나랑 살면서도 바람피면 어떡하나, 등등의 고민을 했었죠. 하지만 마지막으로 그런 일이 있었던 건 6-7년 전이다, 바람피우는 일이 얼마나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지 깨달았기 때문에 다시는 바람피우지 않을거다, 등등의 말로 저를 안심시켰구요, 결혼한지 5년된 지금까지는 흠잡을데 없는 남편으로서 저를 사랑해주고 있어요. 님의 여자친구도 님을 사랑한다면 그렇게 좋은 여자친구, 좋은 아내가 될 수 있을거예요.

하지만 과거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도 집착하지도 않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녀의 과거가 계속 님을 괴롭힌다면 그녀와 결혼할 생각은 잠시 접어두시길 권합니다. 결혼할 상대니까 더욱 과거에 집착하는 것일수도 있거든요. 아직 사귄지 그리 오래 되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당분간은 이 여자와 결혼해야겠다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그냥 연애를 하세요. 그녀에 대해 더 알아가도록 하세요. 그녀의 과거에 관심을 갖지 말고, 그녀가 현재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미래를 같이 할 만한 사람인지를 파악하도록 하세요. 그녀가 ‘나랑 결혼할거냐’고 자꾸 묻는다면 솔직하게 대답하세요. 너의 과거가 마음에 걸린다. 그 부분을 내가 완전히 잊을 수 있고 개의치 않을 수 있을 때 너랑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구요. 여자친구가 님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그런 님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어떤 노력이든 할거예요. 더 믿을 수 있는 여자친구가 되려는 모습을 보인다든지, 님에게 더 잘해준다든지, 어떻게든 님이 자기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을 할거예요. 그렇지 않고 ‘과거는 과거일 뿐인데 왜 그렇게 집착하냐. 쿨하지 못하게.’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님을 탓하기만 한다면 그녀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실 필요가 있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