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자친구를 둔 한국 여성들 중 그가 예전에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귀었다는 사실에 짜증이 나거나 민감해진다는 분들이 있다. 왜 그럴까? 나도 한 때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다. 처음 사귀었던 미국인 남친의 전여자친구가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미묘한 감정이 생겼었다. 알지도 못하는 그녀에 대한 질투심도 생겼고. 혹시 이 남자가 동양 여성 페티쉬가 있는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고.

그 때까지 알게 모르게 동양인을 좋아하는 서양남자들은 뭔가 좀 비정상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나보다. 그래서 다른 미국인 친구(남자)에게 물어봤다.
“야, 미국 남자들 중에 동양여자하고만 사귀는 남자들 있지?”
“있지.”
“그 남자들은 왜 동양여자만 사귀는걸까?”
“글쎄.. 그냥 자기 취향 아닐까? 그러고 보니 내 동생도 동양여자들만 사귀었네..”

그 친구의 말인즉, 개개인이 좋아하는 이성 취향이 있지 않냐,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큰 키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흰 살결을 좋아하고, 금발을 좋아하고, 푸른 눈을 좋아하고, 등등등. 좋아하는 취향이 거무잡잡한 살결에 작은 몸집, 검은 머리라면 아시안과 연결될 확률이 높은거 아니겠냐. 그 말을 듣고는 동양여자를 좋아하는 서양남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서양남자들과 데이트하는 것처럼 그들도 뭔가 동양여자에 대해 선호하는 점이 있어 동양여자랑 사귀는것이지 그걸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혹시 내가 한국인이 아니었더라도 나를 좋아했을까 하는 걱정때문에 남친이 한국인과 사귄적이 있다는 얘기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나도 물론 그런 걱정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S에게도 물어본 적이 있다. (참고로 남편은 나를 만나기 이전엔 한국인과 사귀어 본 적이 없는 사람임) 내가 한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나를 혹시 더 좋아하게 된 건 아니냐고. 그의 답변은 이랬다. 내가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었어도 좋아했을거다, 나의 성격과 가치관 때문에 나를 좋아하는거다, 외모는 동양인이라서가 아니라 작고 아담해서 좋아한거다(그의 미국인 전여친들도 다 자그마했다), 하지만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우리 관계에 도움이 된건 맞는거 같다. 왜냐하면 항상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가 있어서다. 동양 문화를 배울 수 있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그런 점들이 너무 좋다. 그 얘기가 기분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나로부터 분리시켜 생각할 수는 없겠다, 오히려 내가 한국인이라는 점이 강점이 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남편에게 만약에 혹시라도 우리가 헤어지게 되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다른 여자를 사귀고 싶어지면, 한국 여자에게 더 끌릴 것 같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조금 생각한 끝에 그럴 것 같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나 때문에 한국 문화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자기는 그게 너무 좋아서 아마도 다른 국적의 여자보다는 한국 여자와 또 사귀고 싶을 것 같다나.

당신의 외국인 남친이 한국 여자와 사귄 것에 대해 짜증이 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고, 이상한 상상을 할 필요도 없다. 특히나 그가 한국인을 만나기 어렵지 않은 동네에서 살았다면 더욱. 한국인을 좋아하는 취향이 뭐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