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이가 32살이나 먹도록 연애를 잘 모르는 한국여자입니다. 몇 달 전 유럽 여행가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스위스 남자랑 친해졌습니다. 그 친구는 저를 보자마자 자기 명함을 주고 친절해서 ‘이 놈이 추근대는구나’ 싶었는데 절대 터치는 하지 않고 11시간 동안 그냥 친절했습니다. 메일 주소랑 전화번호 달라고 해서 적어주었는데 얘는 이미 한국인 친구가 많아서 카카오톡도 알고 있었어요. 저는 진짜 아무 생각 없이 바이바이 했는데 진지하게 ‘See you soon’하더니 그 후로 이메일에 카카오톡에 난리였습니다. 한 열흘 정도 그랬을까요. 그런데 제 영어 수준이 너무 떨어지니 냉랭해진 것 같았어요.

그러다 저의 유럽여행은 끝이 났고,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또 연락해서는 잘 지내냐고 묻더군요. 저는 그 사이 석사 유학 준비를 하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두달 만에 연락 온 얘와의 채팅으로 영어 실력이 좀 업되는 것 같았죠. 제가 석사하러 영국에 갈지도 모른다고 하니까 그러면 그 때 우리가 다시 만나면 커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말을 했어요. 참고로 얘는 저보다 5살 어려요…

1월 초에 11시간 비행기에서 만나고 지금까지도 종종 카톡하고 지내요. 여름을 기점으로 얘보다 제가 더 자주 연락하는 거 같아요. 그래봤자 한 달에 한 두 번 카톡하는게 전부지만요. 그래서 아직도 나한테 관심있냐 물으면 아주 현실적으로 대답합니다. 시간이 너무 지나서 잘 모르겠다, 너는 내 코리안 친구다.. 저도 똑같이 대답해 주었죠.

그런데 제가 이번 1월에 영국에 가게 되었는데 그 얘길하니 ‘내가 런던으로 갈까, 네가 스위스로 올래?’ 그러더군요. 저는 스위스를 못가봤고, 얘가 런던에 오면 잘데도 없고 해서 스위스행 비행기를 지금 왕복으로 끊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스위스에서 만나봐야 알겠지만 제가 숙소를 따로 잡아야 되냐고 그냥 대놓고 물었습니다. 자기 아파트가 정말 좁지만 재워줄 수 있답니다. 같은 방을 써야하지만 내가 원하면 침대는 따로 쓸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곤 갑자기 ‘너는 나랑 자고 싶니?’ 이렇게 묻길래 그냥 친구로서 만나러 가는건데 너를 다시 만나기 전에는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그랬더니 ‘let’s see :)’ 이럽니다.

저는 이 남자가 저한테 관심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장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저와 비행기에서 몇 시간 눈빛으로 얘기한게 다인데 아직까지 연락한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한국 남자(전남편)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던 차에 ‘왠걸 딴데서 갑자기 운명이 나타났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가서 만나볼 생각인데요, 이 남자 저한테 관심있는게 맞는지요?

저는 약간 올인하는 연애스타일이고, 한 6년 이상 연애 경험이 전무해서 얘한테 어떻게 어필하는게 좋을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

그 남자가 님에게 관심이 있는건지를 물으셨죠. 이미 님이 그에게도 물으셨고 그는 답을 주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지나서 잘 모르겠다. 넌 내 코리안 친구다’ 라고요.. 그 답이 그의 마음입니다. 제 생각엔 그는 그 이상으로 님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게 사실 정상적이고 현실적이겠죠. 두 분이 비행기에서 만난 시간 외엔 얼굴을 다시 보지도 않았고, 연락도 카톡으로 가끔 하는 정도라면요. 두 분이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나요?

님도 그 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호기심과 낯선 것에 대한 설레임 때문에 그를 만나고 싶어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예요. 그런 설레임은 살면서 가끔 필요하죠. 하지만 제가 당부드리고 싶은 점은 이번에 스위스에서 그를 만날 때 절대 그와 사귀고 싶다는 내색은 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만약 그와 스킨십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건 그가 님을 좋아해서라고 생각하지도 마시구요.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런 상황에서 여자가 싫은 기색을 하지 않는다면 스킨십을 마다하지 않거든요. 그가 님에게 호감이 있는 것과 사귈 의사가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금은 호감이 있는 정도랄까요. 지금 상황에서 님이 절대 피해야 할 행동이 바로 그에게 매달리고 올인하는 일입니다. 서양사람들은 캐주얼하게 만나서 스킨십과 섹스를 거치고 서로에 대해 깊이 알게 된 후에 사귀는 사이로 발전해 갑니다. 지금 그와 님이 다시 만난다면 그건 캐주얼하게 만나는 단계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지금은 그와 어떻게 잘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는 아예 하지 마시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그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까.. 이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보다는 이 남자가 좋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내가 정말로 이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를 따지도록 하세요. 물론 몇 번의 만남으로 그걸 완전히 파악하기란 힘들겠지만요.

님이 말씀하신대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사람을 만나는 건 좋습니다. 자꾸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봐야 내가 어떤 사람과 잘 맞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만남을 연애로 이어가려는 노력보다는 일단은 그런 욕심(?)을 버리고 만남 자체를 즐기시길 바래요. 님의 스위스 친구와도 그에게 잘보이려거나 어필하려고 하지 마시고, 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편하게 친구처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하세요.

그리고 그 사람보다 자주 먼저 연락하지는 마세요. 고리타분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제가 확신을 가지고 믿는 연애 규칙 중 하나가 바로 ‘먼저 연락하지 않기’ 랍니다. 물론 상대방이 세 번 먼저 연락하면 내가 한 두 번, 이런 식은 좋아요. 하지만 그 상황이 역전이 되는 건 결국 내가 매달리는 입장이 되는 것이거든요. 누가 뭐라고 해도 매달리는 여자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남자는 없답니다. 특히나 서양 남자들은 오히려 조금 바빠보이고, 자기가 아니어도 다른 약속이 있거나 할 일이 있는 여자들에게 더 매력을 느끼죠. 그와 계속 연락을 하는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면 이 점을 꼭 명심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