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시작한지도 벌써 6년이 넘었다. 그동안 받은 이메일들 중 내가 어떻게 미국에서 취업하고 정착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꽤 많았기에, 오늘은 그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나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 입사해서 직장 생활을 4년 정도했다. 그러다가 직장 생활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고, 특히 한국의 기업 문화가 무척 마음에 안들었다. 안 그래도 일하던 분야에서 한자리 하려면 좀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사귀던 남자친구와도 문제가 많아서 마음의 정리를 위해서도 유학을 가야겠다 결심했다. 마침 IMF가 터지면서 회사에선 희망퇴직을 권유했고, 그 기회에 난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유학 준비를 했다.

다음 해에 미국 모대학 예술경영 석사과정에 합격이 되어서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유학을 왔다. 막연히 새로운 환경과 경험에 부닥치게 된다는 기대에 들떠서 왔던 것 같다. 그 땐 인터넷이 막 붐을 일으키고 있었고, 유학을 올 때 이미 조금 컴퓨터에 관심이 있었던지라 그 쪽으로 공부를 할 수 있으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합격된 대학도 컴퓨터 공학으로 유명한 학교라 예술경영을 전공하면서도 프로그래밍이나 데이터베이스 관련 수업들을 선택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런 수업을 들으면서 이게 오히려 내 적성에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인턴쉽도 예술경영이 아닌 예술관련 기관에서 데이터베이스 일을 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석사 2년차 때엔 대학 내의 예술경영 리서치 센터에서 파트타임으로 웹프로그래머 일을 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미국 생활이 마냥 좋았다. 같이 공부하던 한국 유학생들 중엔 미국 생활을 못 견뎌, 혹은 한국이 그리워서 졸업 후 귀국한 분들이 많았는데, 나는 미국체질이었던거다. 자유롭고 남 의식하지 않는 생활에 완전 적응돼서 졸업 후에도 미국에서 취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미국에서 예술경영 분야에 취직하기는 무척 어려웠다. 일단 언어도 문제고, 비자도 문제고, 일자리 자체가 많지 않고, 취직이 된다해도 보수는 쥐꼬리… 그래서 이미 석사 2년차 때엔 컴퓨터 쪽으로 직업을 구해야겠다는 결심이 굳어갔다. 졸업할 무렵엔 그 쪽으로 석사 학위를 더 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운좋게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던 리서치 센터에서 나에게 정직원 자리를 제안하는게 아닌가. 학교에서 정직원으로 일하면 석사과정 학비도 많이 면제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고, 부모님께 도움을 더 이상 받지 않을 수 있었기에 선뜻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래서 그 대학에서 정직원으로 일하면서 파트타임으로 IT쪽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학이건 회사건 미국에서 외국인으로서 일을 하려면 취업비자가 있어야 한다. 가장 흔하게 받는 비자가 H1B인데, 이것도 매년 할당량이 있어서 시기를 놓치면 한 해를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 소규모의 회사들은 비자 스폰서를 꺼려하기 때문에 외국인을 쉽게 고용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대학이나 비영리 기관들은 H1B의 쿼터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 기업체보다 H1B 비자를 받기가 훨씬 쉽고, 그래서 나도 쉽게 비자를 받았다.

두번째 석사를 마치고는 기업체에 취업을 하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마침 그 때 불경기의 한파가 몰아쳤다. 해고도 많이 되고 취업시장도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비자 스폰서를 해주겠다는 기업은 더더욱 찾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학교에서 일하면서 아예 영주권까지 받고, 그 뒤에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고, 영주권 신청 수속을 시작했다. H1B 비자는 6년이 만기라 어차피 그 전에 영주권을 받지 못하면 미국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주변 분들도 그렇게 하는 것이 안전할거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영주권은 학사 학위 이상을 소유한 경우 Category 2나 3으로 신청을 하게 되는데, 2는 석사 이상, 경력 3-4년이 요구되는 직책, 3은 학사 이상, 경력 2년이 요구되는 직책에 해당된다. 내 경우엔 이미 경력은 3-4년 이상이지만 당시의 직책이 category 3에 해당되는 자리였기 때문에 3으로 신청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2와 3은 영주권을 받기 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많이 난다. 때문에 가능하다면 2로 신청하는 것이 최선인데, 난 그걸 잘 몰라서 수 년을 기다려야 했다..T.T… 영주권 신청에 드는 변호사 비용은 내가 부담했고, 학교측에선 필요한 서류를 제공하는 것만 부담했다. 보통 대기업들이 영주권 스폰서를 하는 경우엔 변호사 비용을 비롯한 각종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하는데, 내 경우엔 교수도 아니고 임직원인지라 학교측에선 비용부담을 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H1B 5년차때 영주권 신청을 했고, 그로부터 4년 이상 걸려 결국 영주권을 받았다. 영주권을 받고 나서는 다른 직장으로 옮기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주변의 유학생 분들 중 미국에 정착하신 분들을 보면 이공계 계통이나 MBA 출신이 아무래도 비자 스폰서를 받기는 훨씬 쉽고, 일자리도 많다. 나는 중간에 커리어를 바꾼 좀 특이한 케이스인데, 결국 미국에 정착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운좋게 대학에 취직이 되어 H1B를 쉽게 받을 수 있었고, 취직이 되었기에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었던 점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불법체류나 법에 어긋나는 짓을 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혹시라도 미국 정착을 꿈꾸시는 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