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 개론을 이제서야 봤다. 한국 멜로영화는 웬만하면 잘 안보는데, 이 영화는 무리없이 잘 만들어졌고 연기도 무리없고, 모든 면에서 볼 만한 영화였다. 하지만 공감하기 힘들고 심지어 짜증까지 나게 한 결말..

여주인공의 ‘내 첫사랑은 너였으니까’의 고백 후, 남주인공의 키스. 그리고 남주인공은 아무 일 없었다는 약혼녀와 함께 미국으로 출국. 아마도 결혼했겠지.

내가 그 결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니까 S는 그게 왜 이해가 안되냐면서 내가 오히려 이상하다고 반박했다. 남주인공이 아직도 첫사랑을 좋아하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여자와 결혼할 수가 있냐는 것이 내 입장. 반면 S는 그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아직도 사랑한다고 보긴 힘들다, 키스는 그냥 그 상황에서 감정이 북받쳐서 할 수 있다, 그 일 때문에 결혼을 취소하는 건 누구에게나 무리다라는 입장.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S와 같이 생각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공감을 했겠지. 하지만 나는 아직도 공감할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현재의 파트너보다 다른 상대에 대한 열망과 동경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영화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대학 시절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었다. 3년 정도를 사귀었는데 그 기간 동안 내 쪽에서 적어도 세 번은 헤어지려고 했었다. 그 이유는 자꾸 다른 남자들이 눈에 밟혀서였다. 남자친구가 있는데 다른 남자가 자꾸 좋아지는거다. 그건 내가 남자친구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그리고 지금 헤어지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분명히 다른 남자에게 마음이 갈 것이라는 생각에, 그건 남자친구에게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헤어지자고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그는 내가 잠시 흔들리는거다,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을거다, 내가 널 좋아하니까 너도 날 좋아하게 될거다라면서 나를 붙잡았다. 결국엔 나의 첫사랑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나는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아마도 나의 그 전남친은 건축학 개론의 결말에 공감했을 것 같다.

관계는 사랑에 따라오는 것이지 관계가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때로 사랑보다 관계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 같은데, 난 그것에 공감을 할 수가 없다. 사랑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그 관계를 붙들고 있을 가치가 있을까?

물론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그래서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사랑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끝으로, 이 영화에서 건진 가장 큰 수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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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뜩이 조정석.
역시 조정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