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30살이 된 여자고요, 현재는 대만에서 지내고 있어요. 저의 고민은 제 외형에 따른 남자 관계에서의 자신감 결여랄까요. 저는 한국사람치고 매우 까만 피부와 한국사람처럼 생기지 않은 외모 덕분에 어린시절에 거의 모든 주변의 남자애들로부터 놀림을 받았습니다.  몇몇 아이들로부터는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언어폭력을 장기간 당하기까지 했구요.

그런 일들로 인해 저는 ‘나는 남자들이 볼 때 무시당할만한 외모구나, 못생겼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렸고 여자로서의 자존감이 결여되었죠. 남들 외모에는 많이 신경을 안써요. 그런데 유독 저에게만 높은 잣대를 들이대죠. 그냥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이 저보다 다 예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추가적인 이유가 있어요.

그건 바로…..

제 흑색극세포증이라는 증상 + 정말 심하게 작은 가슴 + 기형적으로 너무 작은 바스트포인트 + 빈약한 상체에 반하는 너무너무 두꺼운 하체 + 뼈모양 + 소음순모양

때문이죠.. ㅜㅠㅠㅠㅠ

흑색극세포증은 피부의 일정 부분에 착색이 일어나는 거래요. 저는 온몸의 접히는 모든 부분에 심한 착색증상이 있습니다. 겨드랑이, 사타구니, 무릎, 팔꿈치는 제일 심하구요. 20대 초중반 무렵 피부과 가서 흑색극세포증이며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가슴은 AAA컵 정도 되는 정도이고, 젖꼭지가 매우 작은 것을 볼 때에 가슴자체가 성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키도 크도 덩치도 있고 한데 가슴만 기형적으로 작습니다. 전 남친에게 나 가슴 수술할까 하고 물어봤더니 젖꼭지가 작아서 가슴만 커지면 비율 안맞아서 이상할것 같으니 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ㅠㅠ  그에 반해 하체는 얼마나 두꺼운지 제가 신을 수 있는 부츠가 아예 없어요. 키 164에 장화 헌터 8 사이즈 신어야 들어가는 정도입니다.  일반적인 한국여성 체형이 하체비만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거기에 비할바가 못돼요.

그리고 제일 고민인 뼈와 소음순 모양… 갈비뼈가 원시인처럼 심하게 돌출 되어 있습니다. 가슴이라도 조금 있으면 커버가 될수 있을텐데… 눕지 않고도 제 왼쪽 갈비뼈는 언제나 툭 튀어나와 있네요. 그리고 더 문제는 제 치골… 치골뼈가 상당히 돌출되어 있습니다. 천정을 보고 똑바로 누웠을 때 보면 정말 남자의 성기만큼 우뚝 솟아있습니다. 장난 아니에요. 항상 숨기면서 살아오다 예전에 우연히 친한 언니가 제 우뚝 솟은 치골을 보고 그 언니 혼자 심하게 고민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소음순은 매우 검은색에 늘어나 있습니다. 치골돌출의 영향을 받아 성기와 소음순도 더 나와 보이네요.

후우…고민만 이야기 하는데에도 참 기네요. 정말 총체적 난국이라는 생각만 드네요….가슴이 아프고 시리고 답답하고… 왜 나는 이렇게 생겼을까….후우….

결론은 제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남자들 앞에서 자신감도 없고, 관계에 있어도 문제가 생깁니다.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것은 2~3년전 1년 조금 안되게 사귄 동갑 남자친구가 전부이구요, 성관계도 그 친구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겨드랑이가 노출되는 것이 무서워 거의 대부분 불꺼놓고 했습니다. 제 이런 모습 때문에 그 친구와도 제대로 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헤어지고 만 것 같네요.

제 연애관은 사귀게 되면 성관계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성관계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제 모습을 본 남자들은 저에게 매우 실망할 것 같고, 그로 인해서 사랑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제가 하자가 많은 사람같고, 그래서 남자 앞에서 도도하거나 당당할 수 없습니다. 제 겉모습만 보고 저를 존중하지 않거나 마음이 식어버리는 남자는 정말 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 저도 물론 하지요. 그런데 그건 너무 이상 같고, 솔직히 현실은 조금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큽니다. 딱 까놓고 제가 남자라도 저같은 외형의 여자는 좀 꺼려질 것 같거든요.

외모 때문에 죄책감 갖을 필요도 없고, 내 선에서 최대한 노력한 외모로 가꿀 필요 있고, 내면과 멘탈의 건강이 더 중요하고, 무엇보다 상기 문제들을 타파할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생각합니다만…그러나 대부분 많은 비용 + 기간이 필요한 문제들이네요. 혹은 영원히 해결이 안 될  가능성이 높은 문제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만에 오고 난 후 얼마전 하우스파티에서 알게 된 미국 남성이 있는데요, 제 대만 친구 남편의 직장 동료였고, 그 커플과 미국 남성, 저, 이렇게 넷이서 옥상에서 대화를 하던 중, 그가 제 손을 자꾸 잡더라구요. 저는 술에 좀 많이 취해 있어서 평소 같으면 부끄러워서 오래 못 잡고 있었을 텐데, 그 날은 그냥 그가 제 손 잡고 있어도 가만히 있었어요. 그가 제가 되게 릴렉스하게 있어서 맘에 들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한 기억이 있어요. 그는 제 스타일도 아니었구 손이 잡혀있는데도 전~혀 아무 느낌도 없었어요. 그냥 남자라는 존재가 제 모습을 좋게 봐주니, 관심을 가져주니 좋았고 알고 지내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 페이스북을 교환했고 그 남자가 적극적인 멘트들을 날리기에 저는 부담스러워서 친구로 시작하자고도 말했구요. 그러다 다음날 그 남자가 밥먹자고 해서 만났어요. 저는 그 남자에게 전혀 마음이 없었으니 편하게 만났죠. 근데 이게 미국 스타일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 날 그가 되게 말로 많이 표현한다라고 느꼈어요.  너를 보게 되어 너무 좋다, 너를 만나기 전까지 너무 시간이 안갔다, 이쁘다…등등.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더라구요.

그렇게 저에게 호감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부터 저도 막 맘이 흔들리고, 특히 외국남자는 이렇게 만나보는게 처음이라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이질감 같은 것도 느껴졌어요.

그리고 일주일 후 2번째 만났을 때는 그 남자에게 저도 마음이 가서 많이 설레고 떨렸어요. 아무 감정 없었을 땐 자신감있게 말하고 그랬는데, 두번째 만났을 땐 수줍어서 찌질하게 말도 못하고, 영어를 못하니 더더욱….하필 날씨도 엄청 더워서 얼굴엔 땀이 한바가지….메이크업 다 지워지고….하아… 맘이 생기니 저 남자가 나 보고 싫어하면 어쩌지하는 생각도 발동했고요.

그냥 아시아 여자랑 재미볼려고 저한테 접근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사람 페이스북을 봤는데 아시아 여행도 많이 했고,  베트남에서 베트남 여성으로 추정되는 여인의 사진도 떡하니 올려져 있더라구요. 제가 이런거 너무 따지는 건가요. 그는 자기 마지막 연애가 2년 전이고, 사귀었던 여자들한테는 모두 차여서 연애에 대해 두려움이 있대요. 그래도 전 그냥 미국 남자한테 놀아나다 버림받을까봐 걱정이 되네요.

일단 상처받는 연애든 뭐든 경험해 보는게 더 좋다라고 생각하지만,  제 신체적 문제들을 생각하니 용기있게 진행을 못하겠습니다. 다른 걸 다 떠나 제 마인드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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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솔직한 이메일, 정말 감사합니다.  마치 친한 동생이 털어놓는 고민인 것처럼 제 마음에 와 닿았네요.

외모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 내면이 중요하지..라고 자신있게 말하기엔 너무나 외모 지상주의인 한국 사회인 건 제가 말하지 않아도 인정하실거예요. 외모, 중요하죠. 그래서 님이 고민하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구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 수록 단순히 얼굴이나 몸매가 예쁜 것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매력은 확실히 다름을 깨닫게 된답니다.  처음 볼 때 예뻤던 사람도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면 그 사람의 성격에 따라 그 얼굴이 더 예뻐보일 수도 있고, 혹은 매력없게 느껴질 수도 있죠. 결론은 외모가 중요하긴 하지만 사람의 성격에서 나오는 매력은 외모를 뛰어 넘는다는 사실이예요.

님은 지금 필요 이상으로 너무 외모 때문에 주눅들어 있어 보입니다. 일단은 자신감을 가지도록 노력하세요. 그리고 결함을 자꾸 숨기고 부끄러워 하기 보다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별 것 아닌 것으로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해요. 물론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요.  님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나 다른 서구나라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지금처럼 외모 때문에 주눅들어 지내지는 않으셨을거예요.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한국 사람들만큼 외모에 집착하고 까다로운 사람들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외모를 따지는 한국 사람들도 모두 선남선녀와 사귀는건 아니잖아요?  성격이 예쁘고 나와 잘 맞는 사람은 내 눈에 예뻐 보이게 마련이예요.  님도 분명히 님을 예쁘게 보아줄 사람을 만날 수 있어요. 진심으로 그렇게 믿습니다.

사실 지금은 외모에 대한 고민에 앞서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떻게 자립할 것인지, 그런 고민들을 하셔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만약 남자를 만나지 못해 평생 혼자 살아도 괜찮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셔야 해요. 일단 혼자 잘 살 수 있는 내가 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면 자신감도 저절로 향상되죠.

그렇다고 지금 있는 그대로 신체적인 결함을 내버려두시란 얘긴 아니예요. 님도 인정하신대로 님의 신체적인 결함은 쉽게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게 아니지요. 하지만 님은 아직 30살, 앞으로도 50-60년을 살 수 있다고 치고, 몇 년이 걸리더라도 지금부터 노력해서 단점들을 조금씩 업그레이드 시켜나간다면 남은 인생을 훨씬 즐겁게 사실 수 있을거예요.

제일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건 두꺼운 하체를 위한 운동이 아닐까 싶어요. 평소에 운동을 자주 하시는 편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당장 운동을 시작하세요. 걷기, 조깅, 수영, 웨이트 트레이닝, 뭐라도 좋아요. 매일 매일이 힘들면 이틀에 한 번씩, 꾸준히 운동을 하세요. 운동만큼 자신감을 길러주는게 없어요. 운동으로 몸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건 아니지만, 꾸준히 운동을 하면 일단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리고 제대로 트레이닝을 받으면 몸매도 바로 잡을수 있구요. 다른 문제들은 천천히 님의 능력이 될 때 한가지씩 고쳐가면 되구요.

남자를 만날 때 신체적 결함이 신경쓰이는건 너무도 당연해요. 하지만 시각적으로 남자를 즐겁게 해주는 능력이 딸린다 생각되면 다른 부분으로 만회하면 되죠. 여자 경험이 꽤 많은 제 남편 말로는 오히려 예쁜 여자들이 잠자리에서 별로고, 외모가 별로인 여자들이 섹스시에 남자를 즐겁게 해주려는 노력 면에서나 스킬 면에서 더 나은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린 성격!  예쁜 여자 마다하는 남자 없겠지만, 결국은 성격이 좋은 여자에게 남자들도 끌리게 되어 있어요. 남자들이 외모만 따진다라고 생각하진 않으셨으면 해요.

최근에 만난 미국 남성이 접근하고 호감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님이 생각하신대로 미국 남성들은 처음엔 재미보기 위해 여자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처음부터 ‘난 이 여자랑 사귈거야’라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미국 남성은 거의 없다고 보셔도 돼요. 일단 몇 번 만나보고 난 뒤에 이 여자가 사귈만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거죠. 전 어떤 연애든 경험해 보는 쪽을 권하지만, 이별이나 차이는 것이 너무나 두렵고 그 상처를 극복하기 힘들 것 같다면 아예 시작하지 마세요. 단 그런 두려움 때문에 평생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산다면, 그건 나중에 더 큰 후회로 남게 될거예요.

제 결론을 요약해서 적어보면,

– 자신의 외모에 너무 민감해하실 필요 없어요. 사람들은 남의 외모에 그다지 관심이 없거든요.
– 꾸준히 운동하세요. 운동하면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해진답니다.
– 자기 계발하세요. 실력이 쌓이면 자신감도 향상되니까요.
– 남자 만나는 것을 겁내지 마세요. 누구나 이별도 겪어보고 차이기도 한답니다. 그런 경험이 없이는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죠.

제가 너무 뻔한 얘기들만 늘어놓았나요. 만약 여유가 있으시면 심리상담사와 주기적으로 대화를 나누시는 것도 도움이 될거예요. 저에게 이메일 주셔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