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냥 정말 평범한 한국여자입니다. 최근 여행갔다가 외국인과 연이 닿았는데… 전 영어로 간단한 글을 읽고 쓸 수는 있어도 말을 잘 못하는 그야말로 자신감 제로의 전형적인 한국인인데다가, 살면서 외국인과 직접 말해보는 것도 처음이라 제대로 대화도 못하고 어버버버 하고 있었죠.. 예쁘다, 멋있다, 감사하다 너도 잘생겼다, 간단한 통성명… 그렇게 어버버버한 다음 메신져 교환하고 귀국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한거라 한번 대화해보고 거의 메신져로만 이야기 했다고 봐도 무방해요. 그게 한 달 반 정도 됐을거에요.

그런데 이 사람 성격이 급한건지 벌써부터 사랑을 찾기 시작하더니 ‘내 품에 당신을 안고 침대에서 블라블라…’, ‘당신과 반드시 결혼하고 말겠어!’ 라는 등의 얘길합니다. 이 사람과 대화를 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건 기본이고 (사실 지금은 조금 즐기고 있습니다….) 말할 때마다 너무 아름답다만 연발해서 채팅프로그램과 이야기 하는 느낌도 종종 들고요. 벌써 저를 여자친구로 단정짓고 있더라고요.

게다가 올해 안에 자기가 한 달 휴가를 내서 한국에 오겠다며 한국에 오면 숙소를 함께 쓸 것인지 make love를 할 것인지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체크를 하시고, 심지어 나중의 가족계획까지 세우기까지! 저는 정말 교과서 영어밖에 모르는 상태라 make love가 정말 ‘사랑만들기’인 줄 알고, 거의 매일 하루종일 하겠다고 하는 말에 저는 마냥 편하게 ok 했다가 나중에 뜻을 알고 뜨악 했다죠. 그 무렵 서로 사진을 주고받게 되면서 문제가 점점 더 불어나게 됩니다.

‘너의 몸을 찍은 사진을 갖고싶어’
‘변태냐 몸사진을 왜 요구해!’
‘나는 너와 오래 만나지 못하니까 만날때까지 너를 그리며 사진을 만지고 싶어'(소름!)
-파자마 사진을 전송
‘이거 말고 옷 없는거~’
‘뭐??진짜 변태야?’
‘아니 누드 말고 브라까지만..나는 우리의 make love의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가지고 싶어.’

아아.. 정말 멘붕이 이런 멘붕이 없었어요. 오죽하면 꿈에도 나왔을까요. 한참을 실랑이 하다가 결국 나시 차림의 사진을 대충 보내주고 합의를 봤습니다.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에서는 사랑하기 전에는 관계를 갖지 않아. 나는 그런 대화에 거부감이 있다. 그런데 너는 너무 자주 해. 그런 말은 한국인에게 함부로 해서는 안돼. 오해받을 수 있어.’라고 몇번을 반복해서 이야기 해줬지만, 항상 제자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모두가 즐기고 당연하고 자연스러운건데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나는 너와 make love할거야! 내가 도와줄께! 내가 오선생을 데려오겠어.’
이러고 나오니… 저는 그냥 이 사람이 변태같습니다. 처음에 제가 좋아했던 가족과 임신에 대한 주제들도 너무 자주하니 이상하고, 다른 많은 대화도 했을 텐데 너무 강렬해서인지 그냥 다 변태같이 느껴집니다. 제가 영어는 잘 못하지만, 선택하는 단어나 말투가 다정하고 단정해서 좋았는데 지금은 그냥 변태 같아요.

이건 문화가 달라서일까요, 그냥 변태인 걸까요? 저로서는 구별하기 힘들어요. 조언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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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만나보거나 외국 생활을 해 본 경험이 없는 한국 여성분들에게 서양남자는 부드럽고 유머러스하고 로맨틱해 보이죠. 게다가 한국남자들에 비해 말로 감정을 잘 표현하기 때문에 나를 무척 좋아하나보다 느끼게 하구요. 하지만 서양남자도 한국남자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채팅으로 누드 사진을 요구하고 성적인 얘기를 하는 상대가 한국남자라고 상상해 보세요. 어떤 느낌이 들까요?

님이 만난 외국남의 행동이나 말들은 정상적으로 보긴 힘듭니다. 서양사람들이 성적으로 더 오픈되어 있다고 해도 그 남자처럼 너무 자주 성적인 얘기를 하거나 만난지 얼마되지 않은 여자에게 (그것도 말이 잘 안 통하는 외국여자에게) 결혼이나 가족계획 같은 얘기를 한다는 건 이상한거예요.

무엇보다도 님이 그가 변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 대화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요. 님이 어떻게 느끼는지가 가장 중요하죠. 서양 남자들은 다 그렇다해도 님이 그런 서양 남자가 불편하면, 그와 사귈 수 없는거예요.

만약 그와 계속 채팅으로 지금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고 다시 만날 기회도 갖고 싶다면, 그가 원하는 것이 아주 진지하게 사귀는 관계라기 보다는 성적인 관계쪽에 가깝다고 생각하시실 바랍니다. 님도 그런 캐주얼한 관계가 좋고 즐길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나중에 실망을 하실 수도 있을겁니다. 그리고 님이 이미 그에게 말했다고 하셨지만, 다시 한 번 아주 확고하게 ‘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는 섹스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우리 서로 잘 알지 못하는데, 넌 너무 자주 결혼, 가족 등등의 얘기를 한다. 그런 얘기는 우리 다시 만나기 전에는 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난 너랑 계속 채팅 하고 싶지 않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경고를 주세요. 그런 얘기 말고 다른 얘기를 하면서 그에 대해 더 파악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거든요. 만약 그가 그런 얘기를 듣고도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그 땐 깔끔하게 그와의 관계를 끝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