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럽인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습니다. 그의 책임감 강한 모습에 이끌려 사귀게 되었죠. 둘다 보수적인 가정에서 개방적으로 살았다는 점이 잘 맞으면서도 많이 틀려서 자주 싸워요. 가정을 같이 꾸리고 일에 있어 책임감이 있는 점을 서로 마음에 들어하지만, 제가 개방적인 부분에서 남자친구는 보수적이고, 남자친구가 개방적인 부분에선 제가 보수적이라 이해 못하고 싸우는 일이 많습니다. 서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일일히 설명하고 설득시키는 과정에서 끝까지 고집부리는 남자친구에게 많이 지쳐 있고, 남자 친구는 자신이 왜 내 주장을 받아줘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남자친구는 결혼하기 전에 당연히 서로 같이 살아 봐야된다, 저는 우리 문화에서는 그것은 안될말이다, 같은 것으로 싸웁니다.

같이 일을 하거나 계획을 실행시킬때는 서로 손이 척척 맞아서 신나요. 하지만 섹스에 문제가 많습니다. 어쩌면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요. 키스도 적어지고, 거의 매번 전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할려고 합니다. 섹스를 좋아하는 저라도 조금 더 이것이 즐겁고 재미있고 아니면 로맨틱 했으면 하는 마음에 실망을 합니다. 남자친구는 이런 제 눈치가 보이면 돌아서서 다시 자기 할일 봐요. 아무일 없었다는 듯. 그리고 며칠동안 시도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침대 봒에서는 또 잘 맞는 파트너처럼 잘 지내요.

전 예전 남자친구와 오래 사귀면서 이런 저런 것들을 많이 시도 해보고 제가 좋아하는 성향을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이걸 남자친구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처음에는 좀 들어 주었지만, 남자친구가 싫어한다고 하니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사실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쪽으로 해요. 남자친구는 자위도 하지 않아요. 성욕에 자신이 압도 당하는것이 싫대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침대에서 싫은 티를 내면 딱 끊어버리고 그냥 다음 할 일을 합니다. 예전에는 화나고 불만족스러웠는데, 요즘은 저의 성욕 자체도 없어진 것 같아요. 섹스가 생각날 때면 전 남친이 생각 나고… 그래서 아예 안 생각할려고 노력합니다. 그래도 잠이 들 때에는 서로 꼭 껴안고 잡니다. 그저 섹스가 없을 뿐이죠. 곧 결혼하자는 이야기도 오가고 있는데.

파트너로 잘 맞지만, 문화적 차이로 싸우고, 성적 끌림이 없는 결혼 생활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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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는 결혼 생활에 있어 상당히 중요합니다. 섹스를 잘하고 못하고, 자주하고 안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섹스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과 취향이 맞아야 원만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거죠. 두 사람이 다 섹스에 관심이 없고, 단순한 섹스에 만족한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죠. 하지만 두 사람이 원하는 섹스가 전혀 다르거나,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들어주고 그에 맞춰주려는 노력이 전혀 없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님의 이메일로만 봐서는 남자친구분은 성욕이 그다지 많지 않거나, 섹스가 그의 연애나 생활에서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네요. 그런 그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면 결혼하기 전에 이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어요.

사실 저도 연애할 때엔 섹스를 좋아하고 남자친구도 그런 저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결혼을 하게 되었죠.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 섹스가 제 생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점점 떨어지더라구요. 그래서 남편과의 섹스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구요. 하지만 제 남편은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는 제가 그다지 관심이 없어보이는데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고, 전 그가 관심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때로는 ‘의무방어전’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와 저는 섹스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서로 원하는게 뭔지 항상 말하고, 만약 섹스를 안한지 오래 되었다면 왜 그럴까 얘기를 하고 다시 섹스를 하기 위해 노력을 하죠. 두 사람이 섹스면에서 완전하게 잘 맞긴 힘들지만 적어도 서로 그에 대해 얘기하고, 서로에게 맞춰가려고 노력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남자친구가 님이 설명하신대로 섹스에 있어 보수적(?)이거나 자기가 원하는 방식 아니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다른 면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다른 면에 있어서는 잘 맞는다고 하시니, 그 부분을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제 경험으론 남자가 여자에 비해 자기의 패턴을 고집하는 경향이 큰데, 그게 섹스에서 잘 나타거든요. 섹스할 때 융통성이 없고 상대방에게 맞춰줄 줄 모르는 남자는 생활의 다른 부분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는 편이라고 전 생각하거든요.

문화적인 부분의 충돌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국제커플이나 문화적 충돌이 있게 마련인데, 중요한 건 상대방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햐려는 태도예요. 결국엔 한 쪽이 다른 쪽에 맞춰주는 식이 되게 마련인데, 한 사람만 항상 맞춰주는 관계라면 그 사람의 입장에선 관계가 만족스러울리가 없겠죠. 한가지 염두에 두셔야 할 점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가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지금 유럽에 살면서 유럽인과 사귀시는거라면 아무래도 유럽 문화에 이끌려가게 되기 쉬울 겁니다. 남자친구가 혹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거나 한국 문화가 어떤지 알고 있나요? 아니면 님이 유일한 한국 문화와 한국 사회/가치관을 접하는 경로인가요? 만약 그가 한국 문화와 사회에 대해 많이 모르는 상태라면 결혼하기 전에 꼭 같이 한국을 방문할 기회를 갖도록 하세요. 님이 그의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어서 유럽인처럼 살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님의 한국인으로서의 사고방식이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어느 정도는 계속 고수하고 싶으시다면, 그에게 한국을 경험해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볼 땐 님이 곰곰히 따져보셔야 할 점은 남자친구과 문화적 차이로 자꾸 싸우고, 섹스가 맞는 않는데 결혼해도 좋을까가 아니라, 만약 이 사람이 항상 자기 방식이 옳다고 우기고 나에게 맞춰주려는 노력을 전혀 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결혼할 수 있을까, 이 점인듯 싶네요. 그런 성향인 사람은 파트너를 피곤하게 하기 마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