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미국으로 건너와서 일을 시작한 서른 살의 여성입니다. 한국에서 대학까지 나오고, 운좋게 미국 직장에 취직이 되어 왔어요.
직장에서 동료 한 사람이 저를 마음에 들어하고 호감을 몇 개월간 표현하다가 한 달 전부터 데이트를 시작했어요. 이 친구는 저보다 두 세 살 정도 어린 미국남성입니다.

호감의 표현은 제 일을 도와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작은 화분이나 초콜렛, 장갑이나 모자 같은 선물을 주는 것들이에요. 그리고 저도 점점 좋아하게 되어서 데이트를 하면서 스킨쉽을 하게 되고, 키스도 했구요. 서로 스킨쉽을 하고 키스를 할 때, 우리가 서로 참 많이 좋아하는구나라는 것을 느껴요. 애뜻한 느낌이 들거든요.
제 차도 봐주고, 제 집에 와서 고장난 채로 제가 내버려뒀던 욕실 한 부분도 발견하고 고쳐주고요. 제가 크리스마스 휴가 때 이 사람 부모님 댁이 있는 도시에 놀러가는데, 호텔 예약했냐면서 부모님 댁에 빈 방 많은데 거기서 묵으면 된다 하더군요. 다른 동료에게 살짝 이 친구 얘길 꺼냈더니, 좋은 사람이라고, 한번도 그 친구에 대한 나쁜 얘기 들어본 적 없고, 그 친구 입에서 다른 사람 나쁜 얘기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전 술자리에서 자기가 보기에 이 친구가 저를 아끼는 것이 느껴졌다고 해요.

저는 이 친구의 호감을 100% 믿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제 열등감일지도 모르지만, 이 친구가 대학도 좋은 곳을 나오고, 같은 직장내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고, 조건만으로도 얼마든지 자기 또래 예쁜 미국여자들 만날 수 있을 텐데 왜 영어도 못하고 어리버리하고 촌스러운 저같은 여자를 좋아할까, 그냥 동양인 여자에 대한 환상이 있나 하는 의심이 있었어요.

한번은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제가 아프다 했더니 얼른 뺐어요. 근데 이 친구가 자기를 애무해 달라고 하더니 누운 상태에서 자위를 하는 거에요. 저는 남자 자위하는 것을 본 적도 없고, 그것도 옆에서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이 사람이 자기 욕구만 채우고 내 즐거움은 신경 안 쓰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섭섭해졌어요. 그리고 날 원하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비참해졌거든요. 그 친구가 제가 조용해진 것을 알고 왜 그러냐고 자꾸 물어보고 걱정하고 그러길래 조금 슬프다 라고, 네가 날 별로 원하지 않는것 같다 라고 했더니 오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나는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너랑 함께 하고 싶었다. 너를 잃고 싶지 않다. 이렇게 슬픈 모습의 너는 보고 싶지 않다. 마음을 상하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하면서 탄식하다가 돌아갔어요.

전 좀 마음이 굳어서 이러다가 내가 다치기 전에 그만 만나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연락이 와서 만났어요. 하루종일 제가 어떻게 지냈을지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했다더군요. 그리고는 자기가 한글을 읽을 수 있다고 저를 놀래키는거예요. 몇 주전에 한국어 배우는 책을 사서 혼자 공부했대요. 나중에 저한테 깜짝 놀래켜 주려고, 저랑 한국말로 대화하고 싶어서라며. 정말 제 책장에 있는 책을 꺼내서 더듬더듬 읽는 거에요. 뜻은 몰라도 읽는 법은 안다며. 평소에는 늘 이 친구가 먼저 연락하고 저녁에 자기전에도 잘 자라 문자 보내주고 그래요.

이 사람, 절 가지고 장난하는게 아니라 진심인걸까요? 그리고 옆에 좋아하는 여자를 두고 삽입섹스를 할 생각을 안하고, 혼자 자위행위하는게 도대체 무슨 짓일까요? 그리고 제가 오럴섹스를 안해봤는데, 이 사람은 왠지 거부감이 안 들어서 오럴섹스를 했거든요. 근데 또 원해요. 이 사람이 제게 해주려고 했는데 부끄러워서 전 거부했구요.

제가 좀 보수적인지, 저는 미국에 왔지만 종교맞는 한국인 남자 만나서 결혼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미국인 남자라니. 이런 저의 상황들에 대한 솔직녀님 생각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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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과연 이 남자가 나를 무슨 생각으로 만나는 걸까’에 대한 해답을 찾으시려면 그의 평소 행동을 잘 보세요. 제일 쉬운 단서를 알려드리자면요, 그와 님의 데이트가 주로 둘이서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섹스로 이어지는 데이트인지, 아니면 여러가지 다양한 곳, 다양한 음식점, 다양한 이벤트를 같이 즐기는 데이트인지, 다른 친구들과도 자주 어울리는 데이트인가요? 첫번째 경우에 해당한다면 그의 의도를 좀 의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남자들은 정말 좋아하는 여자친구는 자기와 친한 사람들에게 알리고 보여주고 싶어 한답니다.

그와의 지금까지의 데이트가 첫번째 경우에 해당한다면 님이 주도를 해서 데이트 패턴을 바꿔보세요. 그리고도 관계가 잘 유지되고 그도 다양한 데이트를 좋아한다면 어느 정도는 안심하셔도 될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귄지 3-6개월, 그 이상이 되었는데도 그의 친구들과 만나는 일이 거의 없다면 좀 의심을 하셔야 합니다. 또 한가지는 주말의 그의 행적입니다. 주말을 거의 님과 같이 보내거나 적어도 몇 시간이라도 님을 만난다면 좋은 신호입니다. 하지만 주중에만 님을 만나고 주말엔 만나는 일이 거의 없다면 의심스럽죠.

님의 이메일에 적힌 그의 다른 행동들로 봐선 그가 님을 심심풀이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제가 말씀드린 점들을 참고로 그의 행동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섹스에 관해서는 개인차가 많기 때문에 딱 잘라 이건 옳고 이건 그르다라고 하기 힘듭니다. 섹스시에 자위를 했다는 건 좀 당황스럽게 받아들이실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너무 그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그가 님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건 좀 성급한 생각입니다. 제 남편도 제가 선뜻 내키지 않는 날이나 제 몸이 반응을 잘 안하는 날 한 두 번 그런 적이 있었어요. 항상 그런다면 문제지만 어쩌다가 정말로 남자는 사정하길 원하는데 여자가 맞춰주기 힘든 날은 남자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지요.

사랑한다고 다 삽입섹스를 원하는건 아니랍니다. 전 여자가 아파하거나 흥분이 잘 안되는 때에 억지로 삽입섹스를 시도하려는 남자가 오히려 더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거라고 생각해요. 오럴섹스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삽입섹스보다 더 좋아한답니다. 그가 섹스 때마다 오럴을 요구한다면 문제가 있는거지만, 단지 한 번 해달라고 했다면 그건 특별히 이상할게 없는 남자의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 여자를 배려하는 법을 배워야할 필요가 있는 남자라는 생각은 드네요.

전 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항상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나중에 후회할 거라고 생각되면 하지 마라.’

섹스 때문에 이성을 만나거나 단지 호기심에 이성을 만나는 것은 결코 비난받을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인들 사이에 서로의 동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이니 말이죠. 물론 두 사람 다 배우자나 파트너가 없다는 전제하에서요. 하지만 내 마음이 뭔가 흡족치 않고 떨떠름하다면 그건 그 상황이 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내가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계가 잘 되는 경우는 거의 보질 못했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을 많이 했구요.

님이 그를 좋아하고, 그도 님을 좋아하고, 그런 상황이 행복하고 즐겁고 그와 함께 할 미래가 그려진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열심히 연애를 하세요. 그렇지 않다면 좀더 신중해지시구요. 당장 헤어지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와 exclusive한 관계로 너무 빨리 돌입하지는 마시라는 얘깁니다. 미국에선 공식적으로 boyfriend – girlfriend 사이가 되기 전까진 exclusive한 관계는 아니거든요. 그 말은 다른 이성을 만나 데이트를 해도 상대방이 뭐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기죠. 만약 님이 그와 그런 관계가 되는 것이 아직 두렵다면 솔직하게 그에게 얘기를 하시고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를 계속 갖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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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연은 꽤 오래 전에 받은 사연인데 이 사연을 보내주신 분으로부터 얼마전에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받았다.

“…
세월이 흘러 흘러서….

그 남자와 오해를 풀고 세상에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이 있을까 알콩달콩하게 공식적인 여자친구 남자친구로 지내기 시작하다가, 사랑한다는 고백을 2012년 여름에 받았고.. 약혼을 하고… 결혼을 하고, 그리고 이제 2015년 봄에 저희 아기가 태어난답니다!!

뒤돌아보면 한국에서 막 와서 미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던 때라, 솔직녀님의 상담이 없었더라면, 아마 당시 남친/현 남편에게 제가 싸늘히 식어서 아마 관계가 더 진전되지 못했을 것 같아서, 오늘 갑자기 생각이 나서 감사 이메일 드립니다.
…”

이런 기가막힌 뉴스라니!!

두 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