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십대 중반이구요 미국에서 일하고 있어요. 한 4년 전쯤 열 살 연상의 남자친구를 만나 이제 약혼하고 결혼을 하기로 했답니다. 남자친구는 한국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서 먼저 이사를 갔고, 저는 이제 마무리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몇 주 후면은 한국으로 가게 되는데요.. 대부분 그렇다시피 여자들은 미국을 더 좋아하잖아요. 제가 지금 일하고 있는 직종도 한국가면 경쟁도 너무 치열하고 돈도 훨씬 못 받고..해서 저는 미국에 너무 남아있고 싶은데 결혼을 하기로 해서 제가 희생하다시피 한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좀 생각이 많네요..

남자친구와 4년 사귀면서 헤어지기도 많이 헤어지고, 헤어진 동안 다른 남자들도 만나봤는데 지금 남자친구만큼 괜찮은 사람도 없고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 같지도 않아서 다시 만나 결혼을 약속했는데.. 한국 사회가 그렇잖아요..술..접대.. 그리고 남자친구가 있는 직종이 엄청 바쁜 직종이라 새벽 한 두 시에 들어오는게 기본이거든요. 벌써부터 남자친구는 일 때문에 치여서 연락도 뜸하고..저는 한국에 들어갈 생각에 막막하고.. 마음도 싱숭생숭 한데 문득 이런생각이 드네요.

내가 도대체 왜 한국을 가게 된거지? 그 어렵다는 비자도 받고 회사에서 인정받으면서 잘 사는데, 사랑을 택해서 한국에 갔을 때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저는 매우 감정적이라 남자친구가 섭섭하게 하면 후회할게 뻔할거 같은데…저 어떻게 해야하죠? 남자친구가 결혼한 뒤에 2차를 가면 죽어도 못 봐줄거 같아요.
그래서 미리 이야기했어요. 한국에서 만에 하나 부득이한 경우고 뭐고 2차를 가게 되면 이혼이라고. 그렇게 약속은 하긴 했는데..

한국가서 제 직장도 구해야 되고… 휴 머리가 너무 복잡하네요. 결혼은 석 달 뒤고 3주 뒤엔 한국으로 가야하는데 전 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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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석달 뒤에 결혼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결정하기 전에 우선 자신에게 이 질문들을 진지하게 던져보세요. 그리고 정말로 고민해서 답을 찾아보세요.

1. 나는 남자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나? 그를 정말로 사랑해서 결혼하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만한 남자를 앞으로 못만날 것 같아서 그와 결혼하려는 것인가?

님이 이십대 중반의 나이라면 앞으로도 그보다 나은 남자를 만날 가능성은 50퍼센트 이상일겁니다. 몇 명의 남자들을 만나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그만한 남자를 못 만날 것 같아서 그와 결혼을 결심하셨다면, 이 결혼은 다시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도 살면서 위기를 겪고 싫어지기도 하는 것이 남녀관계랍니다. 남자친구와 사귀는 동안에 헤어지기도 하셨다는 말을 들으니 님이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의문이 드네요.

적당한 사람과 결혼한 뒤에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왜 그 때 그 사람이랑 결혼하지 않았을까 하면서 하지 못한 결혼을 동경하는 것이 훨씬 나아요. 그리고 님이 매력있는 여자라면 앞으로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도 많구요. 결혼은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해요. 이 사람과 결혼해서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결혼해야 해요.

2. 남자친구가 아니라면 한국에서 살 마음이 전혀 없나? 혼자 산다면 미국에서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한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 해도 사는 환경은 무시하지 못합니다. 특히나 한국과 미국의 크게 다른 직장문화, 가족문화는 결혼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죠. 제가 만약 한국을 떠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결혼을 못했거나 안했거나, 해서 지금까지 싱글로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해요. 님이 한국에 가서 사는 것을 희생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결혼 뒤의 님의 생활은 좀 우울해지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혼자서 미국에서 일하면서 사는 생활과 결혼해서 한국에서 사는 생활. 상상해보시고 어느 상황에서 님이 더 행복할까 잘 생각해보세요.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의 생활, 직장이 있고 자유가 있는 미국의 생활. 둘을 조합시킬 수 있는 길은 없을지 말이죠.

3. 지금 하는 일을 결혼해서도 오랫동안 계속 할 계획인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일을 못하는 상황에 처해도 남편이 있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한국에 들어가면 당장 직장도 없고 앞으로의 진로가 불확실해지겠죠. 그런 상황에서도 남편과 함께라면 행복할 수 있을지, 남편이 내게 정신적으로 지지를 해줄수 있는 사람인지, 최악의 경우 직장을 못 구하고 전업주부 생활을 장기간 하게 된다면 어떨지 생각해 보세요.

저는 사랑하는 남편을 따라 새 도시로 옮긴 뒤 석 달 간 직장을 못 잡았었어요. 그 기간 동안 참 우울해지더라구요. 다행히 남편이 옆에서 도와주고 지원해줘서 그 기간을 잘 견뎌냈던 것 같아요. 제 커리어엔 좀 타격을 입었지만 남편이 잘 됐고, 그래서 전 지금 만족하면서 살고 있어요. 님이 일 욕심이 있고 그 분야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결혼이 님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영향이 좋지 않은 쪽이더라도 결혼이 보상해 줄 수 있을지 잘 따져보세요.

결혼을 앞두고는 누구나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게 돼요. 사랑을 확신하는 상황에서도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결혼 전에 왠지 이 결혼을 하면 후회할 것 같다라고 느낀 사람들은 결혼 뒤에 꼭 후회하게 된다고 해요. 나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상태에서 결혼을 해야 상대방에게 헛된 기대를 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베풀고 그를 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게 행복한 결혼생활의 핵심이구요. 결혼 뒤에 저 사람이 변하면 어떻게 하나, 저 사람이 나에게 잘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이 계속 든다는 건 나에 대한 자신이 없다는 얘기예요.

님과 가깝고 님을 잘 아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님의 지금 심정을 털어놓고 얘기해보세요. 물론 당연히 남자친구에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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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연을 보내주신 분, 그 뒤에 어떤 결정을 내리셨는지 궁금하다. 부디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