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외국에서 5년째 거주중입니다. 최근에 처음으로 외국인 남자와 조심스레 만나게 되었어요.. 이게 무슨 사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매일 매일 연락은 하는 사이예요. 유학기간동안 항상 한국인 남자친구만 만나왔지 외국인을 만나본건 처음이라..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어서 이렇게 의견을 여쭤봅니다

이 친구와는 친구의 친구로 만나서 알게 되었어요.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친구의 말에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호감은 있었어요. 그 뒤로 친구들끼리 다 같이 두 세번을 보게 되었고, 하루는 둘이 밥을 먹자고 하더군요. 같이 레스토랑에서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하고, 저를 집 앞까지 차로 데려다줬어요. 근데 뭔가 더 바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저는 좀 두려운 마음에 피곤하다며 얼른 집에 올라갔구요. 그 뒤로 자기 친구들이랑 같이 파티할 때 저를 초대하기도 하고, 몇 번 더 같이 만나서 놀기도 했어요.

그러다 하루는 제가 이 친구에게 요리를 해주기로 하고 집으로 초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같이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어요. 사귀는 사이가 아닌데 이렇게 하는게 한국 마인드로는 안맞는 일이지만..어떻게 보면 좋아하는데 서로 안아보고 싶고 그런것은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 싶기도 했구요. 사실 저도 이 친구에게 호감이 있고 주변에서 외국인 남자친구를 사귄 친구들을 보면 많은 친구들이 먼저 잠자리를 시작하고 사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 뒤로 연락이 없었다는 친구도 있었구요. 이런 적은 처음이라 그 다음날 사실 마음이 너무 많이 아팠어요.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참 경솔했던게 아닌가.. 무엇보다 그 뒤로 연락이 없었던 친구들처럼 되면 어떡하나..

그 다음날 하루종일 이 친구는 연락이 없더니 회사 끝날 시간쯤 되어서 연락이 왔어요. 그 후로는 아침부터 자기전까지 계속 문자를 주고 받고 있구요. 또 주말엔 같이 밥을 먹으러 가거나, 자기 집에 초대를 하거나 그렇게 지내고있어요.

한 번은 남자친구 여자친구 관계에 대한 생각을 서로 얘기했는데, 이 친구 말로는 자는건 마음이 맞으면 잘 수 있지만 사귀는 건 서로를 잘 알고나서 신중하게 사귀어야 하는게 아니냐고.. 금방 사귀고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되는 한국인들이 신기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조급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무슨 사이인지 모르겠어요. 또 우연히 무슨 얘기를 하다가 이 친구가 그 전에 섹스파트너가 있었던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그 여자도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구요.. 그의 말로는 그 여자애가 남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그냥 그런 관계로 유지했었다고 하더군요. 그 얘길 들으니 좀 가벼운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어쩌면 지금 저와도 똑같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건지 의심스러웠어요.

이게 도대체 어떤 상황인건가요? 제가 좀 우유부단한 편이라 뭘 몰라서 지금 끌려다니는건가요? 직접적으로 이 친구에게 물어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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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으로 외국남자와 사귀었을 때도 님처럼 좀 헷갈리고 고민하고 그랬답니다.

지금은 한국 사회도 많이 변하고 특히 젊은 세대는 섹스를 예전 세대들처럼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듯 해요. 하지만 많은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섹스는 깊이 사귀는 사이에서만 용납할 수 있는 행위로 여기는 반면, 서양 사람들에게 섹스는 그다지 큰 의미가 있는 행위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성인 남녀가 호감이 있으면 처음 만나서도 가능한 것이 섹스라는 얘기죠. 섹스를 한다고 사귀게 되는건 절대 아니구요, 말씀하신대로 섹스 후에 더 가까와지고 친밀해져서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죠. 어찌 되었건 섹스를 거치지 않고 진지하게 사귀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셔도 돼요.

하지만 남자친구 여자친구로 사귀는 사이로 발전하기까지 서양사람들은 훨씬 더 신중한 편이예요. 님의 친구 분 말대로 한국 사람들이 만나자마자 연인관계가 되는 것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고나 할까요.

제가 직접 경험하고 주변 친구들을 지켜본 결과, 전형적인 서양 사람들의 패턴은 이런 것 같더군요.

– 첫 만남 – 소개팅, 온라인 데이팅, 아니면 학교나 직장 등 공통된 그룹 내에서.
– 서로 호감을 느낌.
– 주기적으로 만나서 데이트를 함. 이 기간 동안 자연스럽게 섹스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 이렇게 만나다가 두 사람이 서로 exclusive한 관계, 즉 다른 이성은 만나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공식적으로 사귀는 관계가 됨. (girlfriend, boyfriend라고 서로 부르는 관계.)

상대방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그러면서 좋아하는 감정이 꾸준히 지속되거나 더 강해지면 사귀는 관계로 발전을 하는거죠. 어떤 커플은 만난지 몇 주 안에 이 모든 단계를 거치는가 하면, 어떤 커플은 몇 달이 걸리기도 해요. 물론 데이트와 섹스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많구요.

님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의 행동으로 보면, 그는 님에게 분명 호감이 있고 관심이 있어요. 단 아직 진지하게 사귈 마음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말씀 드린대로 그건 보통 서양 남자들에게서 흔히 보여지는 태도예요. 그는 님을 천천히 알아가고 있는 중이고 님도 그에 대해 파악해 주기를 바라고 있을거예요. 님도 그에게 호감이 있다고 하셨으니 일단은 지금처럼 만나면서 그에 대해 좀더 알아가도록 하세요. 그리고 그에게 솔직하게 터놓고 데이트 문화나 섹스관에 대한 님의 생각을 알려주세요. 서양남자와 사귀어 본 적이 없고 서양의 데이트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네가 어떤 생각으로 나를 만나는지 솔직하게 얘기해 주길 바란다구요. 만약 아직 진지한 관계가 아닌데 섹스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죄책감이 자꾸 느껴진다면 그에게 얘기하고 섹스는 좀 더 서로를 알게 된 뒤로 미루자고 제안하세요. 정말로 섹스만이 목적인 남자라면 님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거예요.

지금 당장 결혼을 해야한다거나 남자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실거라는 가정하에서 말씀드려요. 그렇게 한 두 달 만나다 보면 서로에 대한 감정이 점점 더 무르익던지, 아니면 사그라 들던지 할거예요. 만약 감정이 별로 발전되지 않아 자연스레 관계가 흐지부지 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님이 그를 많이 좋아하게 되고 더 진지한 관계로 발전되길 원한다면 석 달 째 쯤엔 (그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요) exclusivity에 대해서 그와 얘기를 하실 필요가 있어요. 언제까지 이도저도 아닌 관계를 유지하는 건 감정의 낭비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끌려다닌다는 느낌이 드는 관계는 바람직하지 못해요. 그런 느낌은 뭔가 관계에 꺼림직한 것이 있다거나 내가 정말로 원해서 상대를 만나는 상황이 아닐 때 드는 것이죠. 만약 그런 느낌이 자꾸 든다면 그와의 만남을 한동안 끊어보시는 것도 좋아요.

외국인을 만나는 것이 처음이라고 하셨죠. 그렇다면 아마도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놀랄 일도 있으실거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으실거예요. 하지만 상대방이 정말로 마음에 들고 사귀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그런 차이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특히 님이 불편하게 느끼는 점에 대해서는 더더욱 상대방에게 얘기를 하셔야 해요. 그러면서 서로간의 간격이 줄어드는거죠. 그런 과정은 외국인을 사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과정이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일단은 그와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드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