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출근길에 일어난 일이다. 여느 때처럼 버스에서 서서 가고 있던 나는 갑자기 속이 좀 안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식은 땀도 조금 나기 시작하고, 팔에서도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 이거 몇 년 전에 탈수상태로 기절했을 때랑 비슷한 상황인거 같은데..내리자마자 뭘 좀 사 마셔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난 뒤 몇 초 후, 주변 사람들이 ‘Are you OK? – 괜찮아요? 정신들어요?’라고 웅성거리면서 버스 바닥에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버스 기사분은 버스를 멈추고 응급차를 불러야 되는 상황인지 살피는 것 같았고, 다행이 난 의식도 멀쩡, 사지도 멀쩡, 넘어지면서 부딛힌 곳도 없었고 단지 좀 어지러울 뿐이었다. 괜찮아요, 좀 앉아 있으면 될 거 같아요 라고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킨 후, 양보받은 자리에 앉아서 정신을 추스렸다. 일단 내려서 뭘 마시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 몇 정거장 뒤에 내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어지러웠다. 식은 땀도 계속 나고.. 그런 내 옆으로 같은 버스에서 내린 남자분이 다가왔다.

“Are you OK to walk? (걸어 갈 수 있겠어요?)”
“네, 괜찮을거 같아요.”
“걱정돼서 그러는데, 제가 같이 걸어가 줄께요. 혹시 필요하면 내 팔 잡아요.”

그 말을 듣자 마자 난 그 분의 팔을 잡았다. 사실 또 쓰러질 뻔할 수도 있었을 순간이었는데 천만다행으로 그 분이 날 부축해줘서 앉을 수 있을만한 곳으로 인도해 줬다.

“여기 앉아서 일단 쉬어요. 뭐 마실거 있어요?”
“아뇨.. 저기 가서 좀 사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사올테니까 여기 앉아 있어요. 전화하면 데릴러 올 사람 있어요?”
“네.. 남편한테 연락하려구요.”

그 분이 내 돈도 마다하고 자기 돈으로 게토레이를 사온 동안, 난 S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의외로 빨리 전화가 왔다. 당장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해서 일단 안심하고는 노숙자 포스로 길거리에 앉아서 게토레이 750밀리 짜리를 거의 다 마셨다.

이름이 제이슨이라고 한 그 남자분은 근처 병원 응급실에서 일한다고 했다. 오늘 마침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는 길이라 나를 도와줄 시간이 넉넉해서 천만다행이었다면서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난 태어나서 모르는 사람에게 그렇게 고마웠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남편이 올 때 까지 앉아서 기다릴 만한 카페가 눈에 띄어서 거기로 옮겼는데 그 분이 거기까지 또 같이 걸어가주고 주인에게 내가 쓰러져서 남편이 데릴러 올테니까 좀 앉아서 쉬어도 좋겠냐고 양해도 구해줬다.

“이제 일하러 가야겠네요. 오늘 하루 푹 쉬어요.”
“너무 고마워서 어쩌죠. 어떻게라도 신세진걸 갚고 싶어요.”
“그럼 다른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힘들때 도와주세요. 그렇게 남에게 갚으시면 되죠.”

남에겐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라는 사고방식으로 살아온 나. 그 분의 말은 그 어떤 설교나 영화 속 장면보다 찡하게 내 가슴을 쳤다.

앞으론 남을 돕는데 너무 인색하지 말아야지. 살면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그럴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남일 수 밖에 없을지 모르니까. 그걸 지금까진 너무 모르고 살았는데, 어제의 경험이 나에겐 인생 교훈이 된 것 같다.

당신에겐 두 손이 있습니다. 한 손은 당신 스스로를 돕기 위한 손, 다른 손은 남을 돕기 위한 손.

당신에겐 두 손이 있습니다. 한 손은 당신 스스로를 돕기 위한 손, 다른 손은 남을 돕기 위한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