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쯤의 일이다. S가 웬지 모르게 내 말에 귀를 잘 안 기울이고, 대답도 건성으로 하고, 뭔가 마음이 딴데 가 있는 듯했다. 회사일이 바쁜 때라 그런가보다 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어느 날 내가 무심코 한 말에 벌컥 짜증을 냈다.

나: 뭐 기분나쁜 일 있어? 오늘 얼굴 표정도 그렇고..
S: 아니 뭐.. 사실 나도 내가 왜 이럴까 생각 중이야. 요 며칠간 너에게 좀 거리감이 느껴지고 막 사랑스럽고 그런 느낌이 좀 덜한 것도 사실이고.
나: 뭐 라 고???
S: 아니,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게 아니고.. 지금도 널 진심으로 사랑하는데, 예전처럼 마구마구 애정이 샘솟지 않는 상태라 왜 그런지 나도 생각을 좀 해봤어.
나: 그래서?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 기분 상하게 한 일이나?
S: 음..

잠시의 침묵 끝에 그의 입에서 터져나온 말은..

“우리 섹스한지 몇 주 됐는지 기억해?”

나도 우리가 섹스한지 2주일이 넘어가면 조금 신경이 쓰여가는데, 이번엔 3주가 지나도록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왠지 난 그가 별로 원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고, 나도 주중엔 피곤하니까, 주말엔 할 일이 있고 술 마시고 나면 하기 힘들고, 그런 저런 이유로 섹스가 생각나지 않았던 몇 주였다.

“너랑 나랑 같이 한 5년 동안 자기가 먼저 섹스하자고 나선 적이 몇 번이나 될 것 같아?”
“글쎄.. 한 다섯 번은 되지 않을까?…”
“난 네가 섹스를 좋아하지 않는데 나 때문에 억지로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예전처럼 하자고 하기가 좀 걱정되고. 난 널 너무 사랑해서 네가 원하지 않는 걸 나 때문에 하길 바라진 않거든.”
“아냐, 나도 하는거 좋아해. 단 몸이 예전처럼 안 따라줘서 그렇지…”

사실 우리 둘 다 졸리거나 피곤하면 섹스는 뒷전이 되는 나이가 됐다는 건 인정했다. 그래도 너무 오래 안해서 애정마저 식기 시작한다면 그건 크나큰 문제. 난 이런 제안들을 했다.

“자기가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난 섹스 계획을 조금은 세워놓고 따랐으면 좋겠어. 안 그러면 다른 일이 있거나 할 때 섹스는 자꾸 뒷전으로 밀리게 되잖어. 적어도 토, 일요일 중 하루는 하기로 약속을 하는거야.”
“그래. 나도 계획해 놓고 하는 섹스는 별로라고 늘 생각해왔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거 같다…”
“그리고 우리 침대에서 랩탑 들여다 보는 것도 그만하자.”
“그래, 동의해.”
“늦어도 10시엔 침대에 눕자. 티비 보느라 늦게 침대에 드는거 안좋은거 같아.”
“오케이.”

그리고 그 다음날, 우린 오랫만에 주중 섹스를 했다. (위기 의식을 느낀 내가 먼저 리드를 했고.) 하고 나면 이렇게 좋은데 왜 자주 안했을까… 사실 난 섹스를 꼭 해야만 살 수 있는 여자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섹스를 하지 않고는 느낄 수 없고 볼 수 없는 내 남편의 면모를 너무 사랑한다. 그리고 섹스를 할 때 마다 그와 정말로 교감을 한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기 때문에 그와의 섹스가 즐겁다. 앞으론 좀더 자주 내가 먼저 리드를 해야지.. 결심했다.

한 달, 두 달, 안하다가 섹스리스가 되어버리는 부부들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되기 전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화로 잘 풀어나갔으니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