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워싱턴 주에선 마리화나가 합법이다. 작년도 선거에서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이 통과 됨으로써 허가된 마리화나 판매점에서 개인이 소량의 마리화나를 구입하거나 사적인 공간(주로 자기 집)에서 피우는 것은 이제 완전 합법이 되었다.

많은 한국분들에겐 마리화나(대마초)가 상당히 부정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면 그로 인한 부작용과 다른 마약류에 대한 접근이 더 쉬워질 것으로 지레 짐작하시는 분들도 꽤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마리화나가 담배만큼이나 흔한 곳에서 사는 나로서는 합법화 이후의 부정적인 영향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합법화 이후에 느껴지는 차이라면 길 가다가 마리화나 냄새를 좀더 자주 맡게 되었다는 정도일까?

합법화 이전에도 이미 마리화나는 의사의 처방전이 있으면 구입할 수 있었다. 마리화나는 간질병으로 인한 발작이나 공황장애, 신경성 위장병 등의 신경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병, 그리고 심한 통증의 증상을 완화시켜주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물론 의사에게서 처방전을 받으려면 그런 질병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내 미국인 친구 중에 간질병 때문에 마리화나를 가끔 사용하는 친구가 있다. 우리 집에서 보드게임을 하기로 한 어느 날, 그 친구가 마리화나 합법화 기념으로 우리에게 시음(?)을 시켜주겠다고 자기의 패키지를 들고 왔다. 생애 처음으로 마리화나를 피우는 경험이라니! S도 나도 한번도 피워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아는 그 친구는 우리에게 적당한 종류의 대마를 골라줬다. 대마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면서 이건 기분을 가라앉히고, 이건 졸립게 만들고, 이건 자극이 좀 강하고,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해줬다. 그리곤 꺼내든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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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Vaporizer라고 불리는 마리화나 흡연기구로 여기에다 대마풀을 집어넣고 일정 온도로 가열하면 대마풀의 성분과 기름이 수증기 같은 기체상태로 빠져나오고, 그 기체를 들이마시는거다. 담배 피우듯이 불붙여서 태우는 것보다 이렇게 기체만 들이마시고 내뿜고 하면 냄새도 안나고 입안에도 냄새가 배지 않는 장점이 있다. 사실 이 첨단기구를 이용하니까 내가 마리화나를 피운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일단 냄새가 전혀 안나니까 내가 뭘 피우는지도 모르겠고, 기분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것 같고.. 시간이 좀 지나니까 약간 기분이 알딸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특별한 느낌은 아니고 그냥 술 마시면서 취하는 느낌과 비슷했다. 그리고 내가 평소보다 더 많이 웃었다고, 그게 대마 때문일거라고 친구가 그러더라.

어쨋거나 그렇게 생애 최초로 마리화나를 피워봤다. 소감을 몇가지 말해보면,

첫째, 담배보다는 훨씬 낫다. 물론 기구를 이용했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는 힘들지만, 기구로 피운다면 냄새도 안나고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 안주고, 그런 면에선 담배보다 낫다.

둘째, 대마로 인한 환각현상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내가 느낀 기분은 술에 취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세째, 술은 많이 마시면 숙취 때문에 고생할 수도 있지만, 마리화나는 그런 뒤끝이 없다.

네째, 난 마리화나 피우는 것보다는 술 마시는 편이 훨씬 좋다. 담배든 대마든 피우는 건 영 체질에 안 맞고 싫다.

한국에서 마리화나가 아주 위험한 마약인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반해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마리화나는 중독성도 담배에 비해 훨씬 약하고, 담배나 술처럼 몸에 악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개인적으로 술 담배를 인정하면서 마리화나 피우는 것을 죄악시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인식이 미국내에서도 점점 퍼져가고 있고 워싱턴주와 콜로라도주에 이어 마리화나 합법화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주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난 마리화나 홍보대사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그걸 권장하는 입장도 전혀 아니지만, 적어도 대마초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선입견에선 이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