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남자분이 남기신 댓글을 읽고 이 글을 적게 됐다.
마음에 드는 누군가를 만나기가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그 누군가를 만나 행복하게 연애하고 결혼까지 해서 잘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본인의 조건도 좋고 이성에게 관심을 사기도 하는 사람인데 연애는 통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정말로 눈높이가 안드로메다여서 연애를 못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싱글분들이 다 그렇게 눈이 높은 것만은 아니다. 그저 나와 맞는 사람을 못 만나서 그렇다고들 한다. 그리고 그게 사실인 경우가 많다. 자기와 맞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그들에겐 왜 그렇게 힘든 것일까?
첫째, (깊게) 만나본 이성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다.
내 생각엔 이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소개팅 100번 하고도 안생긴다고 푸념하는 분들도 봤다. 내가 여기서 얘기하는 ‘이성과의 만남’은 소개팅, 미팅, 선을 말하는게 아니다. 한두 달 이상 데이트를 하면서 그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된 경우, 혹은 학교나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면서 서로의 사사로운 것들까지 알고 지내는 이성의 경우, 혹은 몇 달 이상 진짜 연애다운 연애를 해본 경우 등, 어느 정도 그 사람에 대해 ‘잘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성을 얘기하는거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이성을 좋아하는지, 어떤 스타일의 이성과 말이 통하고 잘 맞는지는 여러 명의 이성과 접해보고 대화해 보고 시간을 많이 보내봐야 알 수 있는 거다. 그러면서 남자와 여자의 다른 점도 배울 수 있고, 이성을 대하는 것이 점점 편해질 수 있다.
맘에 맞는 이성을 만나길 희망하면서 많은 이성을 만나보지 않는 것과 복권에 당첨되길 꿈꾸면서 정작 복권을 매주 사지는 않는 것이 뭐가 다르겠나? 당신이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나이인데 잘 아는 이성의 숫자가 다섯 명 미만이라면 일단 그 숫자를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솔직히 열 명 미만이면 너무 적은 수라고 생각하지만 남녀공학을 나오지 않은 분들께 그건 좀 많은 숫자일 수 있어서..)
둘째, 이성을 연애, 섹스, 결혼 상대로만 여긴다.
이성을 볼 때 동성과는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드는 건 사실이다. 특히나 싱글인 입장에선 더더욱 그렇고. 하지만 연애, 섹스,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이성과는 얘기를 나누거나 차 한 잔, 밥 한 끼도 같이 먹을 가치가 없을까? 연애관계로 이어질 것 같지도 않은 사람, 관심이 안가는 사람과 만나서 차 마시는게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드나? (정말로 일이 많고 시간이 없어서 사람을 못만나는 분들은 예외로 치고..)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와 만나서 차 한 잔 하면서 대화의 기술이라도 익히는 것이, 그리고 내가 왜 이 사람에게 관심이 안가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혼자 집에서 티비나 인터넷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훨씬 이익이다.
네트워킹은 직장생활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데에도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설사 지금 내 앞의 상대가 연애/결혼 상대로는 꽝이더라도 그 사람이 정말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나의 삶에서 완전 아웃시킬 필요는 없다. 동성 친구들 중에 나와 별로 맞지 않고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냥 친구니까 하면서 가끔 보는 친구들도 있지 않나? 우린 동성에겐 어찌보면 너무 관대하면서 이성은 가혹하게 대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내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을 다신 안 볼 사람처럼 대하지 말자. 생각보다 좁은 것이 세상이다. 그 사람과 같은 직장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는게 현실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모든 사람을 만나면 조금 더 상대방에게 관대해질 수 있고, 그래서 그 사람의 장점이 단점보다 눈에 띌 수도 있게 된다. 첫인상이 맘에 안 든다고, 얼굴이 내 취향이 아니라고 바로 상대방을 냉정하게 대하지 말자.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세계는 남여가 같이 일하고 생활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이성을 연애, 결혼 상대 이전에 나와 같은 인간으로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셋째,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래 싱글인 분들의 경우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큰 불만도 없기 때문에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상대가 아닌 이상 뭐하러 연애하는데 시간과 돈을 낭비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정말로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하고 평생동안 독신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분들에겐 난 결혼을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내가 아는 싱글들은 그렇지 않다. 혼자 사는 것에 만족은 하지만 완전히 행복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계속 누군가를 찾는다.
어떤 투자에도 위험이 따르듯이 어떤 연애와 결혼에도 적건 크건 위험부담이 따른다. 누군가를 100프로 알고 연애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인 삶보다 더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어느 정도의 위험부담은 감수를 해야 된다. 투자를 해야된다는 뜻이다. 시간 투자, 돈 투자, 감정의 투자. 이런 투자를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맘에 드는 상대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물론 투자니까 본전도 못찾는 경우도 생긴다. 그게 두려우면 연애를 못하는거다.
나와 내 남편은 많은 이성들과 사귀었고 헤어지기고 하고 상처도 받았었다. 그리고는 서로를 만났다. 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을걸 하면서도 우리가 그런 연애경험 없이 일찍 만났더라면 아마도 맨날 싸우다가 결국 헤어졌을거라고 하면서 웃는다. 난 누군가는 낭비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과거의 그 연애 경험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행복하다고 믿는다.
June 25, 2014 at 11:25 pm
저는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데
이런 글을 읽을 가치가 있다고 보여지네요.
전 저기 잘아는 이성이 열명도 안되는 군에 들어갑니다만
여자친구와 여러가지 문제들로 정말 미친듯이 싸워도
50년 뒤에 내곁에 누가있을까 하면 제 여자친구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인생은 모르는거지만^^;)
,,완벽한 상대를 찾아내서가 아니라 불완전한 상대를 완벽하다고 보게 됨으로써 사랑하게 된다”
공감가는 문구입니다. 하나 더 보태서 힙합가수 UMC가 이런 노래를 했습니다.
,,천사한테 시집장가가도 이보다 더 심하게 싸운단걸 알았다면 우린 지금 이미 애가 셋이었을거야”
June 27, 2014 at 12:32 am
재밌는 가사 감사합니다. 50년 뒤를 생각하시는걸 보니 아직 젊으신듯..ㅎㅎ
February 12, 2014 at 3:59 pm
그냥 오다가다 만나는 사람들과 금방이라도 친밀감을 조성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 그것이 큰 재산입니다. 특히 미국같은 나라에서는 공적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대화를 조리있게 이끌어 나가고 자신의 평판관리를 얼마나 잘 하는냐에 따라 직업의 전망이 달라지는 상황이니까요. 연애 가는성이 있는 이성을 만나는 것도 그 일부분에 하나입니다.
좋아하는 이성을 만나는 중에도 그 사람이 어떤 무리와 어울려다니며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지요. 미국식 교육에서 스포츠를 하면 좋은 이유가 그 사교성 훈련을 할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학창시절 팀 스포츠 하는 남자아이들이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괞이 있는 것이 아니에요. 대담해지고 유머러스해져서 퇴짜에 대한 두려움을 축소하게 되더라고요.
February 18, 2014 at 11:39 am
동감입니다. 저도 미국에 와서 타인을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가치있는 능력인지 깨닫게 되었죠.
February 5, 2014 at 1:31 am
그러게요. 그냥 한번에 딱! 백마탄 왕자 or 공주님을 만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많더라구요~ 노력없이 얻으려는 이 못된 심보들!! ㅋㅋㅋ
February 7, 2014 at 4:12 pm
백마탄 왕자나 공주는 동화속의 얘기인데 말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