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기 너무 힘들다, 왜 난 연애를 못할까, 연애 안하고 말지, 라는 생각을 하는 싱글분들을 위한 글을 적어보고 싶었다.

나는 연애 박사도 아니고 고수도 아니고, 픽업 아티스트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길고 짧은 연애를 대여섯 번 정도 경험했고, 아주 짧게 데이트했던 사람들은 십오명 정도에, 짝사랑했던 상대는 다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로 줄기차게 누군가를 좋아했고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졌었다. 돌이켜보면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갖는 것은 나에겐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남자없이는 살 수 없는 그런 여자였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난 혼자인 시간을 즐기고 혼자서도 잘 놀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사교적이고 독립적인 여자다. 그런 내가 많은 남자들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다 내 주위에 있던 남자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들을 소개팅에서 만났다면 쉽게 호감을 갖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친구, 동료, 선후배로 만나 서서히 그들에 대해 알아가게 되고, 한 번 두 번 같이 밥먹고 술마시고 하는 자리가 반복되고, 그러면서 그들에 대한 관심이 점점 싹터가게 됐다. 그 관심이 호감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좋아하는 감정으로까지 연결된 적도 있었다.

그런 상대가 있었을 때 나는 한 번도 그 사람과 결혼을 연관시킨 적은 없었다. 객관적인 조건이 나보다 훨씬 못한 사람들도 있었고 훨씬 나은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별로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냥 난 그 사람과 있는 시간이 즐거웠고, 그 사람과 얘기하는 것이 재밌었고, 그 사람을 보는 것이 좋았다. 물론 헤어질 때엔 아팠었다.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든 연애의 끝엔 항상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아픔에도 점점 익숙해져갔다. 그리고 아픔이 두렵지 않은 정도까지 이르렀다.

난 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은 연애를 너무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연애 상대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어야 하거나, 완벽한 사람이어야 하거나, 아니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연애가 힘든 것이 아닐까? 연애 = 결혼이라는 등식은 깨어진지 오래다. 물론 결혼으로 이어지는 연애라면 더욱 좋겠지만 대부분의 연애는 연애로 끝나고 만다. 연애는 근본적으로 보자면 인간관계의 한 종류일 뿐이다. 다양한 종류의 인간관계 중 연애는 이성간(혹은 동성간)에 서로 호감을 가진 사람 간의 좀더 친밀한 관계라고 할까? 모든 인간관계가 항상 같은 패턴으로 흘러가지 않듯, 연애관계도 처음엔 순조롭게 시작되었다가 점점 상대에게 정이 떨어져갈 수도 있고, 갈 수록 상대에게 애정이 쌓여갈 수도 있다. 그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은 부부가 되기도 하고 그냥 친구로 남기도 하고, 아주 남남이 되기도 하는게 연애다. 연애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혹시라도 연애가 끝난 뒤를 걱정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직도 우리 주위엔 연애 많이 해 본 사람을 바람둥이 내지는 쉬운 상대로 치부해버리는 고루한 사람들이 꽤 많기에 절대 그런 걱정은 안해도 좋다라고 호언장담을 하기는 힘들지만, 한 가지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릴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연애를 많이 해 본 사람은 적어도 나이 들어 연애 많이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많다면 많은 40대 초반의 나이인 나에게도 연애의 기억은 다 좋게만 남아있다. 심지어 그다지 유쾌하게 끝나지 않은 연애도 지금 돌이켜보면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런 얘깃거리가 하나도 없는 사람들에 비하면 난 꽤 심심치 않은 인생을 살아온 셈이다.

지금 20대, 30대인 젊은 후배들 중 연애를 어려워 하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충고하고 싶다.

첫째, 주변의 사람들을 열린 마음으로 대해보자. 연애를 ‘요이 땅’하고 시작되는 관계로 생각하지 말고, 서서히 무르익어가는 관계로 생각하자.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 중에 의외로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둘째, 연애에 끝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그러니 연애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한 사람을 다른 사람보다 좀더 인간적으로 깊이 알아가는 것이 연애다. 연애가 끝이 난다해도 당신은 한 인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큰 인생 공부를 한 셈이다.

셋째, 결혼할 사람과만 연애를 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왜냐면 연애를 안해보면 당신이 어떤 상대와 잘 맞는지 알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결혼할 사람 아니면 연애 안하겠다는 생각은 결국 조건만 보고 결혼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는데, 뭐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결혼이 그런 결혼이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생각을 바꾸고 호감가는 사람은 일단 만나보길 권한다. 만나보고 아니다 싶으면 헤어지는 것은 결코 욕먹을 짓이 아니니까.

넷째, 연애 상대를 인간적으로, 친구처럼 대해 보자. 아무리 친한 친구사이라도 한 쪽이 항상 밥을 산다거나, 거짓말을 한다거나, 감정 상하는 말을 한다면 그 친구 관계가 잘 유지될 수 있을까? 연애도 다르지 않다. 너무 오버해서 상대에게 잘해줄 필요도 없다. 서로를 존중하고 동성 친구 사이의 도리가 아닌 일은 연애 관계에서도 하지 말자.

다섯째, 혼자 있는 시간이 심심하고 외롭다는 이유로 연애를 시작하지는 말자. 심심하고 외로울 땐 친구가 필요한거지 연애상대가 필요한게 아니다. 그럴 때 만나는 상대는 친구로 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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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젊은 세월을 낭비 안하고 일찌감치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했으면 지금 더 잘 살고 있을수도 있는데, 그 연애질이 후회되지 않냐고 묻는다면?

난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 연애질 덕분에 지금 읽으면 닭살돋는 사춘기 시절, 대학 시절의 일기장들,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적어놓은 시와 노래 가사들, 밤새도록 얘기하고도 남을 이야기 거리들이 나에겐 남겨졌고, 그 연애 경험 끝에 성숙한 인간으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5년째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