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들어 시애틀에선 주말마다 이런 저런 행사들이 끊이질 않는다. 그 중에서 시애틀의 명물 중 하나인 Solstice(솔스티스, 하지) 퍼레이드와 미국 전역에서 같은 날 열리는 Pride(프라이드) 퍼레이드를 보고 온 소감을 적어보려고 한다.

우선 솔스티스 퍼레이드. 일년 중 낮이 제일 긴 하지를 기념해서 매년 하지가 낀 주의 토요일에 열리는 행사다. 여느 퍼레이드를처럼 음악, 춤, 특이한 조형물들이 행진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퍼레이드가 유명한 이유는 퍼레이드 자체보다도 그 전에 오프닝을 알리는 ‘나체 자전거족’이다. 말 그대로 퍼레이드 시작에 앞서 나체로 수백명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나체이긴 하지만 바디 페인팅으로 온 몸을 장식하기 때문에 징그럽다거나 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페인팅으로 눈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올해는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나체 자전거족에 합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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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보면서 새롭게 깨달은 점은.. 아, 남자들이 벗고 자전거를 타면 저렇게 타는구나… 주니어를 안장에 살포시 얹은 채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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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거북이로 분장한 남자들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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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칠해서 나체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

나중에 S에게 말했다.
“내년에 우리도 이거 하자. 내년까지 몸 만들어 가지구 하자.”
“하하.. 안 그래도 자전거족들 보면서 예상했는데.. 네가 웬지 하고 싶어할거 같다고 말야.”
나를 너무 잘 파악하고 있는 내 남편. 어쨋거나 내년에 하게 될지 말지는 좀 두고봐야 하겠지만, 언젠가 한번쯤은 꼭 참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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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퍼레이드는 6월 30일에 미국 전역의 대도시에서 열렸다.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동성애자들의 권리 옹호와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성전환자들 집단의 하위 문화를 즐기는 축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행사인데, 시애틀의 행사는 뉴욕, 샌프란시스코에 못지 않게 규모가 크다고 한다. 마침 시애틀에 보름 일정으로 우리집에 놀러 오신 내 부모님과 함께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보러갔다. S는 부모님이 동성애자들의 행사라고 하면 거부감을 가지시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쿨한 우리 엄마 아빠는 “얘, 재밌겠다”라며 흔쾌히 따라 나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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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퍼레이드는 시작은 항상 레즈비언 오토바이족들이 포문을 연다고 한다. 오토바이 수십대를 탄 여성들이 소리도 요란하게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질주하는 모습은 의외로 짜릿했다. 나도 모르게 눈이 찡해진 건 왜일까. 단연코 나에겐 퍼레이드 최고의 순간이었다. 나중에 부모님께 ‘뭐가 제일 기억에 남았어?’라고 물어보니 아빠 역시 레즈비언 오토바이족들이었다고.

가장 부모님을 놀라게 한 점은 우리 눈엔 놀라울 정도의 기업과 관공서들의 후원, 성원이었다. 시장님도 시청 직원들과 같이 행렬에 참여하시고, 그 밖의 다른 관공서 직원들도 참여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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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도서관 직원들의 가장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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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교통경찰, 주 보안관 오피스도 행렬에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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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들을 대표하는 기업중 하나인 스타벅스의 직원들. 스타벅스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노드스트롬 등의 회사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참여는 규모면에서나 창의성에서나 최고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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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저게 뭔가 했는데, 게임을 좋아하는 S 말로는 마이크로소프트 XBox의 게임 헤일로에 등장하는 캐릭터처럼 분장한거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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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게이 클럽의 홍보 요원들을 빼놓을 수는 없겠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건전(?)했던 시애틀의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시민들, 정부 기관, 그리고 기업들의 참여가 어울어진 멋진 한마당이었다고나 할까. 동성애자라면 이상하게 보는 아빠도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보시곤 조금 생각이 바뀌신 듯했다. 물론 한국에서 이런 행사가 열린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고 하셨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