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을 바라보고 있는 골드미스 P양은 나와 절친한 사이다. 그래서 그녀의 연애 카운슬러 역할을 하면서 그녀가 만나는 남자들에 대해 심심치 않게 들어오고 있다. 올해 안에는 어떻게든 진지하게 연애할 (그래서 결혼까지도 생각할) 상대를 만나는 것이 그녀의 신년 목표였다. 몇몇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해서 괜찮다 싶은 남자들과 줄기차게 만나면서 한 두어 달을 보낸 그녀. 하지만 아직도 이렇다할 수확이 없다.
그녀가 만났던 남자들은 다들 객관적으로는 크게 흠잡을 것이 없었다. 다들 좋은 직장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있고, 외모도 평균내지는 평균 이상이고, 학벌도 괜찮고.. 물론 그래서 그녀가 만나봤겠지만. 그만한 조건을 갖춘 그녀 나이 또래의 싱글남들이라면 일단 만나보자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고, 그래서 첫만남이 아주 싫지만 않다면 적어도 세 번은 만나보자고 작심을 했단다. 그래서 몇몇 남자들과 세 번 혹은 그 이상의 만남까지 갔지만 결국은 ‘필’이 없어서 도저히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았단다.
그놈의 ‘필’이 정말 웬수다. 그 뭐라고 설명하기도 힘든 오묘한 남녀간의 화학반응, 그 놈은 정말이지 예측불허이니 말이다. 객관적인 조건을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외모만을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그 놈이 없이는 연애가 시작되기 힘들다는 건 누가 뭐래도 사실이다.
필은 어떤 사람에게서 느껴지는걸까?
어릴 땐 외모가 필을 느끼게 하는 주된 이유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여러 남자들을 만나보고 사귀어도 본 결과, 가장 중요한 건 대화라고 생각된다. 아무리 상대가 이쁘고 잘생기고 돈이 많고 착하더라도 말이 잘 안통하면 그 놈의 필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뭐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을 계속 이어가면서 흥미로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 실답지 않은 질문이 아니라 내가 대답하고 싶은 질문들을 던지는 사람, 얘기가 계속 되어 갈 수록 나와 비슷한 점이 보이는 사람, 어느 순간 대화가 끊어져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은 계속 만나고 싶고,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P처럼 나이가 꽉차거나 넘치는 싱글들이 ‘필’ 타령이나 할 때냐고 타박하지 말자. 그 놈이 없는 연애나 결혼은 앙꼬빠진 붕어빵이니까. 그들에게 필요한 조언은 너무 객관적인 조건을 까다롭게 따지지 말라는 거다. 조건을 느슨하게 하면 ‘필’이 느껴질 상대를 만날 확률도 높아지니까. 그리고 그 ‘필’은 조금 모자란 조건을 채워주고도 남는 마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December 9, 2015 at 11:44 pm
이글은 완전 저의 글같네요..^^;; 저도 곧 40이 되가는 싱글녀입니다. 변호사 의사 등등 조건 좋은, 수많은 소개나 선을 보면 거의 99% 이상은 다행히 남자쪽에서는 맘에 들어하는데…저의 이놈의 필이 소개나 선을 통해 느껴진적이 없어요..ㅠ 매번 어느날 우연히 그 필이 통해야 만남이 시작되더라구요..ㅠ 문제는 이렇게 시작된 연애가 결혼할만한 배우자 상대는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라는것이 문제입니다…나이는 먹어가는데..능력있고 착하면,별 필이 없어도..결혼해야 하는건가.. 요즘 갈등속에 있습니다. 저는 꼭 “사” 자를 원하는것도 아닌.. 필이 통하고 어느 정도 밥벌이하는..신뢰가 가는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은건데..이런사람 만나기 참..쉽지않네요..ㅠ
December 10, 2015 at 11:18 am
그게 쉽다면 모든 청춘들이 짝을 찾아 결혼을 하겠죠. ㅎㅎ 저도 만약 한국에 계속 살았더라면 결혼할 수 있는 상대를 못 만났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필은 한두번 만나서 느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느끼기까지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만약 상대가 싫지 않다면 일단은 대여섯번까지 만나보세요. 그리고 간만보는 사귐이 아니라 진지하게 사귀어 만나봐야 상대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어요. 상대가 님을 좋아하고 님도 상대가 싫지 않다면 사귀어보세요. 한 몇 달 사귀다가 정말로 필이 안 온다, 같이 있는 것이 불편하거나 즐겁지 않다면 그 땐 헤어지더라도요. 나이가 있다고 절대로 서둘러 결정하시면 안돼요.
December 15, 2015 at 9:47 pm
솔직녀님의 솔직하시고 진실된 답변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제야 보네요..ㅠ..많은 위로와 힘이 됩니다.. 사실 호주 시민권자라 호주에서 인연을 못만나서, 한국에서 인연을 만나보고자..작년 9월경에 나와서 소개를 받고 있거든요..^^;;
말씀대로 상대가 저를 좋아하고 저도 싫지않다면..무자르듯이 잘라버릴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유심히 알아가야겠네요..^^
네~ 나이가 있다고 절대로 서둘러 결정하지않을께요..! 진심으로 감사해요~ 언젠가..또 연애 조언 부탁드려요..항상 건강하시고, 솔직녀님의 그분과 늘~ 행복하세요~^^♡
June 16, 2013 at 9:00 am
오늘 블로그 처음 방문했어요!
Real life sex and the city 같네요. 글 정말 잘쓰셔요ㅎㅎ
그리고 마지막말, 다시한번 새기고 갑니다!
June 17, 2013 at 1:14 am
감사합니다!
May 11, 2013 at 11:13 am
요즘 저에게도 필이란 놈이 참으로 화두입니다 ㅋㅋ
저도 대화가 잘 통하면 필이 통하는 느낌이더라구요.
그런데 문제는 그 대화라는게… 태도인지… 취향인지….. 그것이 문제입니다…
취향만 맞고 태도가 안돼있는 사람이라면 주제는 재밌어도 불편한 대화가 될 것이고..
태도는 좋은데 취향이 전혀 안맞으면 말은 편히 내뱉으나 결국 소통하는 재미가 없을것이고…
제가 남자를 아주 많이 만나보진 못했지만 여태껏 만나본 남자들중에서는
둘 다 맞는 남자가 없더라구요… 취향도 맞고 소통가능한 멘탈의 남자…. 어디 없을까요.. ㅎㅎㅎ
May 14, 2013 at 7:21 pm
필이란건 뭐랄까 패키지 같아요. 한 가지만 맞아서 통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느 부분 안맞는 점이 있어도 통할 수 있는게 필이 아닐까 해요. 그런 남자를 만나려면 가리지 말고 많은 남자들을 만나서 얘기해 봐야겠죠. ㅎㅎ
April 24, 2013 at 12:33 am
ㅎㅎ마지막 말씀이 마음에 와닿아요. 항상 눈팅만 하다가 오랜만에 댓글 남기고 가요!
April 24, 2013 at 5:27 pm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