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엔 S와 결혼 1주년 기념으로 좋은데 가서 저녁을 먹었다. 세상에 벌써 1년이 흘렀다. 시간이 빨리 흘러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지겹지 않게 잘 살았다는 얘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좋지만, 달리 생각하면 앞으로 함께 할 세월도 이렇게 후다닥 지날 것 같아 겁이 난다. 아직 일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좋고 행복하기만 해야겠지? 사실 지금까진 참으로 행복하다. 결혼한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을 결혼시키려고 안달인 이유를 좀 이해할 것 같기도 하다.

결혼해서 뭐가 제일 좋아요?라고 물으신다면..

1. 든든한 내 편이 생긴 점.
이 점이야말로 내가 제일 결혼해서 좋은 점이라고 고민하지 않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부모님이 그 전까지 내 편이었고 지금도 가장 큰 지원군이지만, 부모님외에 또 한 사람, 항상 나를 도와주고 지켜주고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 큰 행복감과 안도감을 주는 일이 또 있을까. 나에게 기쁜 일이 있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항상 내 옆에서 그 기쁨과 속상함을 나눌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생긴 것이 나에겐 가장 큰 결혼의 장점이다.

2. 술 먹고 싶을 때 언제라도 같이 마셔줄 사람이 있다는 점.
한국 같았으면 같이 술 마실 친구도 많고 직장에서 술 마실 일도 많았을테지만, 미국에서 살다보니 술 먹고 싶을 때 불러 낼 친구도 적고, 있다해도 여자친구는 더욱 적고, 그렇다고 혼자 마시는 스타일은 아니고.. 그런데 이젠 그런 걱정이 없다!! 어느 한국 신문기사를 보니 술 안마시는 남자여자가 최고의 배우자감 조건에 들어가던데, 난 내 남편이 술을 좋아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좋은 술 골라 마시는 재미도 같이 느끼고 말이다. 사실 우리가 술을 즐기는 편이라 술을 예로 들었지만, 달리 말하면 뭔가 하고 싶을 때 같이 할 수 있는 가장 친한 친구가 하나 생겼다고나 할까.

저녁먹은 음식점에서 1주년 기념이라고 했더니 공짜 디저트를 서비스로 줬다.. ㅎㅎ

3. 장기적인 인생계획을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점.
현실적인 결혼의 장점이다. 결혼하기 전부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 착착 진행시켜 가는 훌륭한 분들도 많지만, 난 결혼전에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라고는 연금저축 외엔 구체적인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젠 S와 좀더 구체적인 얘기들을 한다. 한 3년 뒤엔 이 집을 세주고 이사를 가자던가, 만약 3년 뒤에 직장을 옮긴다면 어느 도시가 좋을 것인지, 아이는 안 낳기로 결정했으니 애한테 들어갈 돈 모아 나이들어서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투자를 하자든지.. 물론 이런 얘기들도 어찌 보면 그다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같이 계획을 세울 사람이 있어 그에 대해 더 자주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최소한 ‘누구랑 결혼할지에 따라’ 혹은 ‘결혼을 만약 한다면’이라는 조건은 붙을 필요가 없으니 계획을 하기 훨씬 수월해졌다.

S에게도 이 질문을 했더니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항상 내 곁에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사실, 내가 아플 때에 돌봐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늙어서도 외롭지 않을거라는 믿음. 난 너와 늙어서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결혼했구, 지금까지로 봐선 그 확신에 변함이 없어.”

결혼한 분들이라면 다들 그렇지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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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포스팅이 너무 뜸해서 종종 찾아주시던 분들이 발길을 끊지나 않으셨을까 걱정입니다요. T.T.. 블로그질 할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점이 바로 결혼해서 안좋은 점들 중 하나가 되겠네요. S는 왜 포스팅 안하냐고 다그치지만, 사실 혼자 내버려두고 열심히 포스팅하고 있으면 심심해하는 모습이 역력하거든요. 앞으론 좀 매정해져서 포스팅을 좀더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