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싱글이 된 친구의 고민

By | February 12, 2012

S와 나의 친구 스테파니가 최근에 10년을 함께 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헤어진 것이 크게 놀랍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의 관계가 소위 Open Relationship이었기 때문이었을까. S와 같이 스테파니를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다.

그녀와 그녀의 남자친구 V는 고등학교때부터 사귀기 시작해 대학교를 거쳐 직장 때문에 같이 이 도시로 옮겨왔다. 거의 10년 동안을 사귄 셈인데 V는 처음부터 Open relationship을 원했단다. Open relationship은 둘이 사귀는 관계, 커플 관계이지만 다른 상대와의 섹스를 서로 허용하는 관계를 뜻한다. 스테파니도 섹스에 있어선 모험적인 편이라 그 제안에 순순히 응했고 어렸을 때라 솔직히 그런 관계가 싫지 않았단다. 하지만 그녀도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고, 언젠가는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을 같이할 반려자를 원하게 됐다. ‘이젠 항상 내 곁에서 잠들고 아침에 눈 뜨면 항상 내 곁에 있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해’

10년만에 싱글로 돌아온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남자친구와 같이 살던 집에서 나와 그녀만의 아파트를 마련해 우리를 초대했다. 화가이기도 한 그녀의 전시회 오프닝을 앞두고 우린 샴페인을 한 병 비웠다. 술이 들어가자 그녀는 슬슬 싱글라이프의 고충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제대로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데이트를 해본게 벌써 10년도 전이라 도대체 요즘은 뭐가 정석인지 모르겠어. 서른살이 다 돼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녀는 무지 예쁘고 섹시한 편이라 이런 고민을 하는 그녀를 보니 좀 우스웠다. ‘너는 그냥 바에서 홀로 앉아 유유자적하고 있으면 남자들이 줄을 설텐데 뭐.’ 사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그녀와 같이 술 마시러 갈 때 마다 그녀에게 향하는 뭇남성들의 시선을 내가 다 의식할 정도였으니.

“근데 요즘 남자들은 콘돔을 안써?”
“무슨 소리야?”
“얼마 전에 친구 파티에서 만난 남자랑 사실 섹스까지 하게 됐거든. 그런데 술이 좀 취해서 그 놈이 콘돔없이 삽입하는 걸 몰랐어. 나중에 정신차리고서야 알았지. 난 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콘돔없이 섹스하는 남자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건지.. 바로 그 다음날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랑 에이즈 검사 했잖어.”
“그런 애들이 있더라구. 내 친구 중에도 콘돔 안끼고 주말마다 다른 여자랑 자는 애가 있는데 솔직히 좀 걱정스러워.”
“정말? 아니 무슨 배짱이래? 그러다가 병 걸리고 그 병을 다른 여자한테 옮기면 어쩌려구.”
“그러게 말이다. 어쨋거나 다음엔 남자가 콘돔없다고 하면 절대 섹스하지마.”
“아이.. 정말 짜증나. 이 나이에 콘돔까지 확인해가면서 섹스해야 한다니..”
“결혼해서 좋은 점 중에 하나가 바로 그거지.”

Open relationship이었다고는 해도 V외의 다른 남자들과는 그다지 많은 섹스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여자들과 동성애 관계를 가졌었던 그녀라 피임과 성병에 대해선 걱정을 할 필요가 별로 없었다고. 그래서 남자들과의 관계가 이렇게 까다로울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섹스는 그래도 쉬워. 나한테 정말 어려운건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는지야. V와 함께 했던 동안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다 섹스만을 위한 관계였지, 한 번도 V 외의 다른 사람과 연애다운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어.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나도 내가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봐 겁이 나.”

그 말을 들으니 정말 그렇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S는 역시 경험자답게 한마디 조언을 해줬다.

“성급하게 누군가와 사귀려고 하지 말고, 이 사람, 저 사람, 친구처럼 만나봐. 천천히, 느긋하게 상대방과 시간을 보내는거야. 가장 중요한건 상대방에게 솔직해야 해. 네가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 겁이 난다면 그런 생각을 털어놔. 그런 너에게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 수 있거든.”

그녀를 보니 헤어지는 것보다 더 힘든 건 새로운 만남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무쪼록 그녀가 싱글 생활을 제대로 즐기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더불어 콘돔도 상비해 놓기를 바랄 뿐이다.

10 thoughts on “10년 만에 싱글이 된 친구의 고민

  1. 쎄미

    10년씩이나 유지될 정도면 둘이 잘 맞았던거 아닌가요?
    헤어진게 저는 이해가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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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

      이젠 나만의 남자를 찾고싶으셨던거겠죠. 스테파니란 친구분도 10년간 알게모르게 마음고생하셨을거 같아요. 그분도 좋은남자 만나서 즐거운 연애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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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솔직녀 Post author

      20님 말씀대로 둘이 잘 맞긴 했지만 결혼 내지는 완전한 커플 관계를 원하는 제 친구가 그렇지 않은 남자친구를 언제까지고 바라보고 살 순 없었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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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

    요즘 솔직녀님 글이 다 저한테 하는말 같아서 깜짝깜짝 놀라고 있어요 ㅎㅎ 저도 요즘 헤어지고 나서 새로운 만남을 바라보고 있는데, 너무 성급해질까봐 걱정이었거든요. 마지막에 s 님의 조언이 와닿네요. 인연이면 천천히해도 만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릴랙스~ 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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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직녀 Post author

      그러셨군요. 이별 뒤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은 좋지만, 너무 성급하게 한 사람과 발전하는 것은 위험이 뒤따르죠. 괜찮은 사람이다 싶으면 천천히 가도록 하세요.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하셨다면 느긋하게 싱글인 상황을 즐기시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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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onesummernight

    솔직녀님, 안녕하세요. 저도 예전에 오래사귀었던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새로 연애하려니 어버버 했던 기억이 나네요.

    몇 달전에 직장동료랑 데이트하게되면서 상담메일 드렸었는데 혹시 기억하시나요? 솔직녀님의 답메일에 많은 도움 받았어요.

    한 가지 더 여쭤보고 싶어서요. 여자친구,남자친구하기로 하고 몇 달지났는데, 가족 멤버를 소개시켜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연히 만나 소개시켜주는 게 아니라,전 다음에 라고 했는데, 알았다 해놓고선 한시간 반 운전해서 가서 인사를 같이 하게 하더라구요.

    저의 결혼관- 결혼자체를 할건지 안할건지부터-에 대해 지금 얘기를 해야 하는 건지 당황스럽네요.

    꼭 숙제를 받은 기분이에요. 결혼을 할 거냐, 결혼을 이 사람이랑 할거냐 뭐 그런..

    자기가 당직인 날에 멀리서 오는 자기 친구를 자기 대신 만나라는 얘기도 그냥 듣고 넘겼는데 지금보니까 장난이 아니었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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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직녀 Post author

      가족에게 님을 소개시켰다는 건 님을 상당히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셔도 좋아요. 하지만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선 가족을 만나는것이 훨씬 캐주얼하고 가족을 만난다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가족을 소개한다는 것은 이렇게 받아들이시면 될것 같아요. ‘난 이 사람을 매우 좋아하고 (혹은 사랑하고) 그래서 내 가족들도 내가 이런 사람과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이 사람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보통 결혼얘기는 일단 이 단계를 지나 좀더 사귄 뒤에 나오게 되죠.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충은 그래요. 님이 아직 결혼생각이 없다면 굳이 벌써부터 걱정하실 필요는 없구요, 만약 그와의 관계가 일년, 이년 진행되고 명절때마다 가족들을 만나는 사이가 된다면, 그 때엔 만약 그가 결혼하자고 하면 그럴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 보셔야 할거예요. 지금은 우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많이 가지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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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클로이

    Open relationship…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요. 그 관계라는 것이… 친구분이 이제는 정말 진정한 소울메이트를 만나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네요. 저도 이제 만난지 2달 된 친구가 있는데… 이노므 관계가 뭔지 정말 모르겠어요. 그래서 괴로워 하고 있답니다. 5년만에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보자 하고 어렵사리 마음을 열었고 전 정말 좋아하는데 그 친구는 아직 아닌 것 같아 아프답니다. ㅠㅠ 메일드리면 고민 상담도 해주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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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직녀 Post author

      네.. 메일주세요. 답장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답장은 꼭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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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클로이

        고맙습니다… 답장 꼭 해주신다는 말씀만으로도 든든해지는 이기분.. ㅋㅋㅋ 곧 메일 드릴께요. 알콩달콩 행복한 사랑 하세요.~~ 부러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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