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와 나의 친구 스테파니가 최근에 10년을 함께 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헤어진 것이 크게 놀랍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의 관계가 소위 Open Relationship이었기 때문이었을까. S와 같이 스테파니를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다.

그녀와 그녀의 남자친구 V는 고등학교때부터 사귀기 시작해 대학교를 거쳐 직장 때문에 같이 이 도시로 옮겨왔다. 거의 10년 동안을 사귄 셈인데 V는 처음부터 Open relationship을 원했단다. Open relationship은 둘이 사귀는 관계, 커플 관계이지만 다른 상대와의 섹스를 서로 허용하는 관계를 뜻한다. 스테파니도 섹스에 있어선 모험적인 편이라 그 제안에 순순히 응했고 어렸을 때라 솔직히 그런 관계가 싫지 않았단다. 하지만 그녀도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고, 언젠가는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을 같이할 반려자를 원하게 됐다. ‘이젠 항상 내 곁에서 잠들고 아침에 눈 뜨면 항상 내 곁에 있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해’

10년만에 싱글로 돌아온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남자친구와 같이 살던 집에서 나와 그녀만의 아파트를 마련해 우리를 초대했다. 화가이기도 한 그녀의 전시회 오프닝을 앞두고 우린 샴페인을 한 병 비웠다. 술이 들어가자 그녀는 슬슬 싱글라이프의 고충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제대로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데이트를 해본게 벌써 10년도 전이라 도대체 요즘은 뭐가 정석인지 모르겠어. 서른살이 다 돼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녀는 무지 예쁘고 섹시한 편이라 이런 고민을 하는 그녀를 보니 좀 우스웠다. ‘너는 그냥 바에서 홀로 앉아 유유자적하고 있으면 남자들이 줄을 설텐데 뭐.’ 사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그녀와 같이 술 마시러 갈 때 마다 그녀에게 향하는 뭇남성들의 시선을 내가 다 의식할 정도였으니.

“근데 요즘 남자들은 콘돔을 안써?”
“무슨 소리야?”
“얼마 전에 친구 파티에서 만난 남자랑 사실 섹스까지 하게 됐거든. 그런데 술이 좀 취해서 그 놈이 콘돔없이 삽입하는 걸 몰랐어. 나중에 정신차리고서야 알았지. 난 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콘돔없이 섹스하는 남자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건지.. 바로 그 다음날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랑 에이즈 검사 했잖어.”
“그런 애들이 있더라구. 내 친구 중에도 콘돔 안끼고 주말마다 다른 여자랑 자는 애가 있는데 솔직히 좀 걱정스러워.”
“정말? 아니 무슨 배짱이래? 그러다가 병 걸리고 그 병을 다른 여자한테 옮기면 어쩌려구.”
“그러게 말이다. 어쨋거나 다음엔 남자가 콘돔없다고 하면 절대 섹스하지마.”
“아이.. 정말 짜증나. 이 나이에 콘돔까지 확인해가면서 섹스해야 한다니..”
“결혼해서 좋은 점 중에 하나가 바로 그거지.”

Open relationship이었다고는 해도 V외의 다른 남자들과는 그다지 많은 섹스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여자들과 동성애 관계를 가졌었던 그녀라 피임과 성병에 대해선 걱정을 할 필요가 별로 없었다고. 그래서 남자들과의 관계가 이렇게 까다로울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섹스는 그래도 쉬워. 나한테 정말 어려운건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는지야. V와 함께 했던 동안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다 섹스만을 위한 관계였지, 한 번도 V 외의 다른 사람과 연애다운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어.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나도 내가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봐 겁이 나.”

그 말을 들으니 정말 그렇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S는 역시 경험자답게 한마디 조언을 해줬다.

“성급하게 누군가와 사귀려고 하지 말고, 이 사람, 저 사람, 친구처럼 만나봐. 천천히, 느긋하게 상대방과 시간을 보내는거야. 가장 중요한건 상대방에게 솔직해야 해. 네가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 겁이 난다면 그런 생각을 털어놔. 그런 너에게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 수 있거든.”

그녀를 보니 헤어지는 것보다 더 힘든 건 새로운 만남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무쪼록 그녀가 싱글 생활을 제대로 즐기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더불어 콘돔도 상비해 놓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