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경제 관련 용어중에 매몰 비용(Sunk Cost)이라는 말이 있다. 의사결정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미 써버린 비용을 가리키는 용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지난 주에 친구에게서 다음 주에 있을 파티의 티켓을 만원을 주고 샀다. 티켓은 반환이 불가능하다. 파티날이 내일로 다가왔는데, 날씨도 춥고 입을 옷도 없고, 갈까말까 망설여진다. 가자니 귀찮기도 하고 가봤자 재미도 별로 없을 것 같고, 안 가자니 사놓은 티켓이 아깝고. 이런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또 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되는 사실은 바로 이미 지불한 티켓값이다. 티켓값은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회수가 될 수 없는, 이미 써버린 비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티켓값이 아까워서’ 가야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매몰비용의 오류를 범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볼 수 있다. 혹시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없는지? 하고 있는 공부가 전혀 적성에 맞지 않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 계속 매달려있는 사람. 다니고 있는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들인 공이 아쉬워 계속 다니고 있는 사람. 몇 년동안 입지도 않고 앞으로도 입을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옷들을 버리기 아까워 집안에 쌓아놓고 있는 사람. 그동안 들인 시간이 아까워 맘에 들지 않고 확신이 안서는 상대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사람.
마지막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그를 좋아하는 것 같아 계속 만나지만 100프로 확신이 안서고, 그렇다고 당장 헤어지긴 아쉽고, 1년 가까이 사귀었고 가족들도 만나봤는데 헤어지는건 그동안 쌓아온 무언가를 내팽개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그와 사귀는 동안 즐거운 시간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나 행복해’라고 말하기는 뭐한 그런 느낌이었다. 만약 그가 적극적으로 애정표현을 하고 결혼하자라고 했다면 과연 거절할 수 있었을까. 다행히 그 역시 우리의 관계에 확신이 없었고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태도에서 그런 느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엔 헤어졌다.
헤어지자고 한 날, 그 날은 눈물이 많이 났다. 지금까지 그와 보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 우리를 아는 사람들에게 헤어졌다고 말할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그렇게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그와 같이 있었더라면, 나의 인생은 더욱 암울해지지 않았을까. S도 당연히 못만났을테고..
당연히 헤어져야할 사람들이 있다. 사랑은 두째치고라도 같이 있으면서 행복하지 않다면 같이 있을 이유가 없다. 물론 가끔은 힘들 때도 있고 서로에게 짜증이 날때도 있는 법. 하지만 그것이 가끔이 아닌 일상이라면 헤어지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짐은 어렵다. 왜 사람들은 헤어지는 것을 두려워할까?
삼 년이나 이 사람과 사귀었는데, 지금 헤어지면 그 시간이 뭐가 되나. 헤어진다고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보장도 없고, 그래도 이 사람은 알만큼 알고 더 나빠질 건 없으니 그냥 사귀는 것이 낫지 않을까. 만약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한다면 그건 매몰비용의 오류다. 지금까지 그와 보낸 시간, 그에게 쓴 돈은 이미 과거형이다. 무슨 짓을 해도 그 시간과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당신이 곰곰히 생각해야 할 것은 과거가 아닌 미래다. 이 사람과 계속 사귄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나의 미래가 지금보다 나을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위해선 과감하게 과거에 대한 애착은 던져버리자.
January 23, 2016 at 10:55 am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짐은 어렵다. 왜 사람들은 헤어지는 것을 두려워할까?
당신이 곰곰히 생각해야 할 것은 과거가 아닌 미래다.
이 사람과 계속 사귄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나의 미래가 지금보다 나을까?
확신이 안 서는 순간이 오면 스스로에게 반드시 던져봐야 할 질문들.
어찌 보면 참으로 뻔한 질문들인데….
깊이 공감가며 읽었습니다. 마음에 새기도록 해야 겠어요!!
January 24, 2016 at 2:33 pm
댓글 감사합니다!
August 5, 2013 at 8:19 am
저는 현재 동갑인 남자친구가 있어요. 그사람이 좋고 저에게 잘해주고 최선을 다하지만 저는 그와 만나면 좋은 것보다 싸우는게 많은 거 같아요. 싸우고 좋고 싸우고 좋고..
주로 싸우게 되는게 아무래도 남친이 어릴 적 자라온 환경때문에 그런진 몰라도 애정결핍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가끔 얘가 날 사랑해서 그러는건가? 아니면 자기가 사랑받고 싶고 혼자이기 싫어서 그러는 걸까? 란 생각이 들어요. 제말이 이해가 되셧나 모르겟네요. 글로 쓰려니.. ㅋㅋ 전 그사람을 사랑해주고 사랑한다고 하고 표현하려고 하는데 남친은 부족한가봐요. 그래서 전 피곤해지는거구요. 전 우리 둘이 스타일이 다른거라 하는데 남친은 자길.사랑하는거 같지 않다구 그래요. 주로 싸우면 이런식인 것 같아요. 어쩜.좋을지 조언 부탁드려용 ㅋㅋ
August 7, 2013 at 11:37 am
이에 대한 생각을 조만간 포스팅으로 올릴께요.
December 14, 2014 at 8:58 am
이 에대한 생각 포스팅..어디잇나용??ㅎㅎㅎ
January 19, 2012 at 5:01 pm
지금 제가 딱 그러네요… 이사람한테 상처줄까봐…그리고 그동안의 시간이 아까워서..정때문에…그렇다고 더이상 같이 있어서 행복한것도,, 막 사랑하는것도 아닌데..휴…
January 22, 2012 at 6:08 pm
잘 생각하셔서 현명한 결정 내리시길 바래요.
January 17, 2012 at 8:38 am
저는 그동안 싱글로 지낸 시간이 아까워서 사귀지 못하는 거였군요. 😀
January 17, 2012 at 8:35 pm
이제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아셨으니 싱글생활을 탈출하실 수 있겠네요. ㅎㅎ
January 14, 2012 at 8:04 pm
물건이면 중고로라도 팔텐데…..ㅠㅠ
January 16, 2012 at 12:16 pm
하하.. 그래서 헤어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