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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미국인 시어머니와 친구가 서울에서 놀란 점들

2주간의 서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지 벌써 일주일이 됐다. 이번엔 시어머니와 미국인 친구 하나를 동반하고 가서 거의 가이드로 봉사하다 온 여행이었다. 그래서인지 혼자 서울을 방문했을때 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한국이 첫 아시아 방문인 두 사람에게 여러가지가 신기하거나 인상깊게 비친 건 당연.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겐 별로 놀랍지 않지만 외국인, 특히 미국인들에게 놀랍게 비친 점들은..

1. 사람들의 세련된 옷차림

한국 사람들이 옷은 참 잘 입고 다닌다. 나도 옛날에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는 매일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출근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그랬는지 지금은 상상이 안될 정도로 미국에 살면서 편한 옷에 익숙해져 버렸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의 수많은 남성, 여성들의 세련된 차림에 시엄마는 ‘오..여기 사람들은 참 패셔너블하네’라고 감탄하셨다.

올해는 하의실종의 유행 때문에 길거리에서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을 수시로 목격했는데, 아마도 S와 친구 J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돌아갔을거다. 둘 다 미니가 유행이라는데에 아주 흡족해했다.

2. 너무 너무 깨끗한 (그리고 깊은) 지하철

어느 역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지하철 승강장의 벤치와 벽을 청소부 아주머니가 손걸레로 닦고 계셨다. 그 모습에 내 미국인 가족들은 거의 까무러칠 뻔했다. 미국에선 공공장소를 손걸레로 닦는 청소부의 모습을 보기란 불가능하다. 지하철 역은 더더욱..

지하철의 청결함에 한번 감탄하고는 지하철의 규모에 또 한 번 감탄. 보통 지하로 3-4층, 환승역인 경우는 5-6층을 내려가야 승강장이 나오는 서울 지하철. 다행히 에스컬레이터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망정이었지 안 그랬으면 시어머니 큰 일 나셨을 뻔 했다.

3. 수많은 음식점

미국에서 제일 번화하다고 하는 맨하탄을 가도 서울처럼 음식점이 많지는 않다. 나도 서울에 갈 때 마다 놀라는 점이지만, 정말이지 세계 어느 곳에 이처럼 골목골목 음식점들이 들어차 있는 도시가 또 있을까 싶다. 매일 매일 어디가서 뭘 먹을까가 가장 힘든 결정이었다. 미국의 내가 사는 동네 전체에 있는 음식점 갯수가 아마도 서울 명동에 있는 음식점 갯수보다 적을테니 말이다.

천만다행으로 우리 일행들은 전부 한국 음식을 지극히 좋아해서 음식점 고르기가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지만, 신촌 같은 곳에서는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 고생하기도 했다.

참고로 내 남편이 이번 여행 중에 꼽은 베스트 음식은 서대문 한옥집의 김치찜. (지난 번 여행의 베스트는 약수역 매운돼지갈비찜) 이만하면 서울에서 음식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으리라 짐작하실 듯.

4. 맹인 보도블럭

서울 웬만한 도로에 설치되어 있는 노란색의 맹인용 보도블럭을 보고 J는 마치 레고랜드에 온 기분이라고 했는데.. 실은 굉장히 인상깊었다고 나중에 실토를 했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미국이 훨씬 앞서있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은 보행자 위주가 아니라 운전자 위주의 도시들이 많아 이런 섬세한 보행자를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부분에선 서울이 압도적인 우세. 은근 자랑스럽다.

5. 평일 밤에 웬 사람들이 이리도 많나?

저녁 6-7시만 되면 재깍 귀가하는 생활에 익숙한 J와 시어머니는 8-9시에 만원인 지하철을 보고는 뜨악해했다. ‘아니 이 시간까지 웬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거야? 러시아워가 이렇게 늦은거니?’ 평일 저녁 각종 저녁 약속에 회식이 많은 서울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설명을 해드려야 했다. 나도 과거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할 땐 일주일에 3일 정도는 회식에 술자리에 약속에 밤 늦게 혹은 새벽에도 귀가하곤 했다고.. ^^;

미국에 살면서 좋은 점은 칼퇴근 할 수 있고, 그래서 마음먹으면 많은 일을 퇴근 후에 할 수 있다는 점. 하지만 난 이번 여행 중에 밤늦게 친구들, 후배들과 만나 새벽 한 두 시까지 술마시고 노가리 까면서 그 재미가 그리워졌다. 물론 매일 그러라면 피곤하겠지만..


서울을 처음 방문한 두 사람 모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나에겐 특히 시어머니가 나의 고향,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을 직접 보시고 경험하셔 나를 좀더 이해해 주실 수 있게 된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두 분이 서울이란 도시의 매력을 느끼고 돌아가셔서 무엇보다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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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Responses to “미국인 시어머니와 친구가 서울에서 놀란 점들”

  1. 맹인 보도 블럭은 의외군요.
    서양하면 장애인 시설은 다 잘 돼있을 것 같았거든요..

    Posted by 쎄미 | 07. Nov, 2011, 1:25 am
    • 건물들은 장애인 시설이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도로는 그렇지 않은 도시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걷는 사람들보다 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Posted by 솔직녀 | 07. Nov, 2011, 7:07 pm
  2. 시어머니, 친구분과 좋은 시간 보내셨다니 제가 다 기쁘네요 정말 뿌듯하셨겠어요 :) 저도 내년 초에 미국에 있는 약혼자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더 재미있게 글 읽었습니다. 데리고 다닐 곳 목록을 작성하는 중이에요 ㅋㅋ

    Posted by y | 08. Nov, 2011, 4:49 am
  3. 레고랜드라니~ ㅋㅋ 재밋는표현이네요.
    저도 지금은 아이다호주에서 어학연수중인데요. 여기미국 진짜 아오… 답답해죽습니다ㅠㅠ 저는 미국 절대 못살거같애요. 콜택시업체들도 일을 뭐 그따구로 하는지.. 게다가 여기 지역은 인구밀집도가 낮아서 요식업이 정말 잘안되어있어요ㅠ 서울이 그리워 죽겠답니다ㅠ 서울가면 제일먼저 할것이 밤에 족발시켜먹는거라죠!ㅎㅎ

    Posted by 20 | 13. Nov, 2011, 4:43 pm
  4. 한국에서 좋은 시간 보내셨나 보내요. 부러워요.
    제 남편도, 깨끗하고 넓고 깊은 지하철, 그리고 많고 빠른 서비스를 자랑하는 음식점을 가장 좋아하더군요.
    저도 언젠가 시부모님들 모시고 한국 가고싶어요.

    Posted by 게으른고양이 | 24. Dec, 2011, 7:3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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