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직장에서 일한지 일년 반만에 다시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지금 일하는 곳이 너무 마음에 안드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적어보였고, 나에게 맞는 프로젝트도 너무 적어 심심해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결혼식 후 본격적으로 잡서치에 돌입, 운좋게 새 직장을 잡게 됐다. 미국에 온 뒤 세 번째 정규 직장이 되는 셈이다.

이번에 인터뷰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점들 몇 가지.

1. 나에게 맞는 자리인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하다.

어쩌면 하나마나한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몇 군데에 이력서를 넣었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대학을 갓 졸업한 경우라면 좀 다르겠지만, 경력이 10년 정도되고 이력서 한 장 가지고는 부족한 정도의 경력이 쌓였다면, 그 경력에 맞는 자리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리를 찾는데에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나는 그다지 원하는 자리나 회사는 아니지만 ‘인터뷰 들어오면 연습할 겸 좋지 뭐’ 하는 생각으로 이력서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많이 들어오지 않거나, 인터뷰를 해도 1차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오퍼를 받은 M사의 경우는 달랐다. 지원공고를 읽으면서 ‘이건 내 경력이랑 딱 맞으면서 내가 하고 싶어하던 일이네.’ 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이력서를 보내고부터 오퍼를 받기 까지 2주 조금 넘게 걸렸다.

나에게 맞는 자리와 내가 원하는 자리는 엄연히 다르다. 원하는 직장이 있다면 내가 과연 그 원하는 자리를 차지할 능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자. 내 이력서를 놓고 제삼자의 눈으로 보자. 내가 고용주라면 이 이력서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2. 일단 오퍼를 하나 받으면 경쟁력이 상승한다.

이상하게도 현 직장으로 옮길 때에도 오퍼를 두 곳에서 받아 망설여야 했었는데, 이번에도 또 그랬다. P사와의 처음 인터뷰는 6월말. 한 달쯤 지나 2차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2차 인터뷰에 오른 지원자가 나말고 한 명 더 있었는데 그와의 인터뷰는 열흘 뒤란다. 그 후에 바로 결정을 해서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 열흘 사이에 M사에 내가 원하는 자리가 난 것을 보고 지원을 했다. 일주일 안에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첫 인터뷰를 했다. 2차 인터뷰를 1주일 뒤에 하자고 연락이 왔다. 근데 그 때 쯤 P사에서 오퍼를 받았다. 바로 M사에 연락해서 “나 다른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는데, 이번 주말까지 예스 노를 해달라고 한다. 2차 인터뷰 좀 빨리 하면 안되겠니? 난 니네 회사에도 나를 인터뷰할 기회를 주고 싶고, 며칠 정도 결정할 시간을 주고 싶거든.”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얘기했더니 바로 이틀 앞당겨 인터뷰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그 사이에 P사에 나를 소개한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혹시 다른 회사와도 인터뷰를 하고 있냐고 물었다. 사실대로 말했다. 그렇다고. 그 쪽에서도 오퍼를 준다면 두 자리를 놓고 고민해 보고 싶다고 했다. 헤드헌터 아저씨는 알겠다고 잘 생각해서 결정하라고 했다. M사와의 2차 인터뷰 후, 난 M사로 마음이 기울었다. P사에게 확답을 주어야하는 데드라인은 금요일. 목요일에 M사에서 전화가 왔다. 오퍼를 주겠다고.

오퍼를 정식으로 받아들일 때 까진 잡서치와 인터뷰를 끊지 말고 계속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니까. 그리고 한 군데에서 오퍼를 받고 나면 다른 회사에서 더 탐을 내는 듯 하다.

3. 연봉은 최대한 높게 부르고 들어가자.

S가 작년에 직장을 구하면서 연봉 협상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참.. 뻔뻔하게 잘도 요구하네. 그러다가 우린 그만큼 줄 예산이 없으니 고용못하겠다고 하면 어쩔려고 저래?’ 그런데 결국 S는 자기가 원했던 만큼의 연봉을 받고 새 직장으로 옮겨갔다.

난 지난 번에 이직할 때 회사측에서 내가 원하는 연봉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불렀지만 받아들였다. 그 전 연봉에 비하면 높은데다가 너무 회사를 옮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연봉을 훨씬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일할 분야의 평균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특히 이 지역에선 얼마나 받는지, 등등을 미리 찾아봤다. 그리곤 나의 희망 연봉을 평균보다 조금 높은 선에서 잡았다. S는 너무 낮게 잡은거 같다면 너 높게 부르라고 했지만, 내 생각엔 그 정도가 내가 갈 자리에 적정한 것 같았고, 그 정도면 나도 만족스러웠기에 그 숫자로 내 마지노선을 굳혔다.

P사의 오퍼는 내 희망 연봉에 훨씬 못미쳤다. 그래서 인사담당자에게 ‘연봉이 내가 원했던 것보다 많이 적다. 이 연봉이라면 난 오퍼를 거절해야겠다’라고 말했더니,
‘네가 원하는게 얼마인데?’
‘최소한 — (내 희망연봉)’
‘오케이, 내 상사와 얘기해보고 알려줄께’

그 말을 들은 S왈, ‘바보야, 니 최소가 그 금액이면 그것보다 5000불은 높게 불렀어야지.’

며칠 뒤에 P사로부터 온 연락은 내가 원하는 금액보다 2500불이 적은 연봉을 주겠다면서 그 액수가 자기들이 줄 수 있는 최대란다. 마침 그 때 M사에서 오퍼를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러면서 그 쪽 인사담당자가 희망 연봉을 물었다. 난 바보처럼 또다시 나의 마지노선인 금액을 말하고는 ‘아차..’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인사담당자는 ‘OK’ 하더니 바로 오퍼레터를 보내겠다고는 전화를 끊었다. S는 그 말을 듣더니, ‘네가 부른 금액에 순순히 오케이한 것을 보면 아마도 그보다 최소한 5천불은 더 줄 수 있었을 걸?’ 이러는거다.

다음 번에 직장을 옮길 땐 꼭 간크게 연봉을 불러야지 다짐했지만, 글쎄, 나의 이 소심함이 쉽게 극복될지는 모르겠다. 다른 건 어렵지 않은데 연봉 협상은 정말 어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