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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결혼의 단점 1 – 쇼핑할 때 눈치봐야 한다

결혼한지 6개월 정도 되어가다 보니 결혼해서 안좋은 점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 예전처럼 내 맘대로 내 돈을 쓰지 못한다는 점.

S와 내가 은행통장을 합친 뒤로 서로 통장에 얼마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빠싹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S는 한 달에 적어도 한 번은 지출 내역을 훑어보고 자기가 모르는 내역이 있으면 나에게 꼭 물어본다.

“XXX 은행 250불, 이거 뭐야?”
“어, 그거 내 자동차 할부금”
“OK.”

물론 내 신용카드 결재액도 이 통장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가다가 의외로 결재액이 높다 싶으면 S는 물어본다.

“이번 달엔 왜 카드 지출이 이렇게 많아?”
“친구 결혼식 가느라 비행기표 샀잖어. 그리고 호텔비랑. 그거 빼면 지난 달이랑 별 차이 없어.”
“OK.”

그러다 보니 싱글일 때 간혹 쇼핑가서 옷이랑 구두랑 맘껏 사던 그 즐거움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고 있다. 사실 꼭 필요하지 않으니 안 사도 그만이지만, 여자분들은 아시리라. 우리가 꼭 필요해서 옷과 구두와 핸드백을 사는건 아니라는 사실을. S는 아직 이 사실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용도가 다 다른 핸드백들이라구!

“나 구두 사야돼.”
“구두 많은데 뭘 또 사?”
“이건 다 샌들이잖어. 회사 갈 때 신을 편한 힐이 필요해.”
“..”

“이 백 너무 귀엽다.”
“백 많잖어?”
“이렇게 대각선으로 맬 수 있으면서 크기가 이만한 백은 없어.”
“….”

뭐하나 맘에 드는걸 볼 때 마다 예전 같았으면 지르고도 남았을 것을, 이젠 남편 눈치가 보여서 맘대로 못사는 내 신세. 그 덕분에 저금통장에 돈이 쌓여가니 그 재미는 있지만서도.

물론 나만 눈치를 보는건 아니다. S도 사고 싶은게 있을 때마다 나에게 허락을 구한다.

톱 종류가 이리 많은 줄 이전엔 몰랐다...


“나 table saw를 사고 싶은데..”
“table saw? 우리 톱 있잖어.”
“table saw는 없어.”
“그럼 지난 번에 썼던 톱은 뭐야?”
“그건 circular saw지.”
“두 개가 어떻게 달라?”
“(이어지는 설명.. 그러나 여전히 기억을 못함.)…”

내 핸드백들이 제 각각 다른 용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 못하는 S나, S의 연장들이 제 각각 다른 용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 못하는 나나, 하지만 슬슬 서로를 이해해 가면서 살고 있다.

Discussion

7 Responses to “결혼의 단점 1 – 쇼핑할 때 눈치봐야 한다”

  1. ㅋㅋㅋ 전 이런 식으로 표현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남자사람아, 왜 여자들이 맨날 신상 백을 찾을까? 이 백이나 저 백이나 물건 넣고 다니는 건 다 똑같은데, 왜 또 새로운 가방을 사고 싶어할까? 자, 이런 식으로 생각해 봐… 포르노 다 똑같은데 왜 맨날 새로운 거 찾아? 이러나 저러나 p0rn을 보는 목적(;)은 다 같잖아 ㅎ

    전 결혼을 안 해서 아직 그 부분(소비 지출에 대한 충돌?)은 잘 모르겠네요 ㅎ 아직 얘기는 안 해 봤는데 저와 남친은 나중에 통장 따로 쓸 것 같기도 하고;; 음… 이렇게 쓰고 보니 오늘 남친과 얘기할 때 그이 생각은 어떤지 한 번 물어봐야겠네요!

    Posted by 음... | 18. Sep, 2011, 11:38 pm
    • 음..남자들은 포르노가 다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을걸요..^^;
      결혼하고 재정문제로 다투는 부부들이 있다는게 이제 이해가 되더라구요. 저희는 아직까진 아무 탈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요. :)

      Posted by 솔직녀 | 19. Sep, 2011, 8:29 pm
      • 포르노의 표현 방법이야 다르지만 (가방의 디자인들이 조금씩 다른 것 처럼요) 포르노의 목적 (가방의 목적) 은 결국 같지 않을까-하는 의미에서 적어 보았습니다 ㅎ
        돈문제는 어떤 관계(친구 부모 일 연애 결혼 기타 등등)에서도 민감한 문제 같아요…

        Posted by 음... | 19. Sep, 2011, 10:44 pm
  2. 전 오히려 남편이 매번 잘샀다 잘샀다 하니 더 눈치 보이더라구요.. 길가다가 이것저것 맘에 든다고 하면 또 가서 사라고 하고. 근데 남편이 주유비 말곤 거의 소비를 안하는 양반인지라 막상 쇼핑백 들고 오는 손이 민망하고 ㅋㅋ
    결혼하면 사래도 눈치, 사지 말래도 눈치인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 남편이 고단수일지도 모르겠네요.

    Posted by 2년차 | 19. Sep, 2011, 9:14 am
    • 남편이 진짜 고단수이신듯.. ㅎㅎ
      제 남편도 항상 그래요.. “If it makes you happy, buy it”. 근데 그런 말 들으면 이상하게 사고 싶던 마음이 사그라들죠.

      Posted by 솔직녀 | 19. Sep, 2011, 8:30 pm
  3. 진정한 공돌이라면 여러개의 목적을 위한 다양한 도구가 아닌, 하나의 도구로 여러개의 목적을 달성합니다.

    예) http://its.tistory.com/2461472

    Posted by snowall | 20. Sep, 2011, 4:3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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