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모토롤라 인수 후 한국 대기업 CEO 들이 소프트웨어 인재 확보를 외치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와 동시에 왜 한국에선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여러 의견들도 분분했다. 그 중 많은 분들이 하나 같이 지적하는 이유로 한국에선 다른 직종에 비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대우나 근무 환경이 열악해서 점점 이 분야가 찬밥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긴 근무시간에,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되고, 월급이 그렇다고 월등히 높은 것도 아니고, 고위직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적은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삶.

내가 이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이런 얘기가 그다지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따지자면 소프트웨어 관련 일을 하고 있고, 내 남편은 하드코어 소프트웨어 개발자인지라 이런 한국의 실정이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동시에 우리가 미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삶의 질 (Quality of life)’ 지수에 있어 상당히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직종이다. 내 남편과 그의 개발자 친구들만 봐도 확실히 나쁘지 않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월급은 경력 10년의 개발자라면 보통 9만불에서 10만불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고, 데드라인이 있거나 급하게 수정해야할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고는 칼퇴근 할 수 있고, 가끔 주말에 일해야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집에서 일할 수 있고.. 무엇보다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프로그래밍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인지라 퇴근해서도 컴퓨터를 붙들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S도 최근 앤드로이드 앱을 개발한다고 퇴근해서도 컴퓨터와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한국과는 달리 직함과 권한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의 정서도 이에 한 몫 한다고 본다. 의외로 많은 개발자들이 경영이나 관리의 책임을 맡는 매니저급 직책을 꺼리고 순수 개발자로서 은퇴하기를 원하고, 또 그것이 가능한 것이 미국 회사다.

미국도 아웃소싱의 여파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테크놀러지의 발달로 소프트웨어 개발이 쉬워져 예전만큼 개발자가 많이 필요하지 않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미국 개발자들의 사정은 훨씬 나아보인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같은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부재한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처우나 위상이 높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오, 끝으로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한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비디오(영어)가 생각났다. 한국 부모님들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찬밥 신세로 만든데 한 몫 하신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