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이글루스에서 보게 된 이 글을 읽고는 황당함에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초등학생도 아니고 중고등학생인 청소년들의 성의식이 이 정도라니..

한국의 성교육에 대해 이래저래 비판의 말이 많고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전반적인 개선의 노력이 보이지 않고 가정에서의 성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왜 한국에선 성교육이 제대로 되기 힘든 것일까?

내 생각엔 성에 대해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어른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어른들이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아이들이 제대로 배우기를 기대하는 것부터가 모순 아닌가?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감정 교환의 수단이고 부부 간에 꼭 필요한 행위라는 인식 대신, 섹스는 돈을 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것이고 배우자나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섹스도 용납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어른들이 애들에게 성에 대해 뭘 가르칠 수 있을까?

남자 어른들이 그렇게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지고 있어 애들을 못 가르친다면, 그럼 여자 어른들은 어떤가? 여성도 섹스를 원할 수 있고,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고, 남자에게 꼭 콘돔을 사용하라고 요구할 수 있고, 부부간의 섹스는 생활의 윤활유라는 생각을 하는 대신, 섹스는 남자들의 전유물이고, 싫어도 남자가 원하면 해줘야 하는 것이고, 피임을 요구하면 싼 여자처럼 보일까 걱정하고, 결혼만 하고나면 남편이 뭘 원하는지 신경도 쓰지 않는 그런 어른들이 애들에게 성에 대해 뭘 가르칠 수 있을까?

다행히 모든 어른들이 이렇지는 않다. 이렇지 않은 어른들이 자기 자식들부터 제대로 된 성교육을 시켜야 한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가 자기 딸이 성인이 되면 콘돔을 챙겨주는 엄마가 되겠다고 했다는 기사를 읽고는 맞아 맞아, 엄마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꼭 콘돔을 챙겨주라는 얘기가 아니라 자식들이 자라 언젠가는 섹스를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 때를 대비해 미리미리 제대로 대비를 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아직 부모 자식 간에 이런 얘기를 할 만큼 개방적인 가족은 많이 못 봤다. 특히나 내 부모님 세대의 어른들이 자식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는 건 참으로 상상하기 힘들다. 내 부모님이 성에 대해 하신 말이라곤 딱 한 번. 내 남동생이 서른이 넘어서까지 여자친구 한 명 없이 도를 닦고 있자, 어느 날 아버지가 술이 좀 취하셔서는 동생을 불러 이러셨다고.

“너 고자냐?”

그게 내가 부모님에게서 들은 성과 관련된 유일한 담화였다.

어젠 S에게 물어봤다. 자기는 부모님한테서 성교육을 받은 적 있어? S 왈, 그가 15살 때인가 방에 숨겨논 여자 누드 잡지를 아버지가 발견하셨단다. 아버지는 그를 앉혀놓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이 잡지에 있는 여자들 같은 여자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단다. 실제 여자들의 몸이 이렇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알겠니?”
“네…”
“너 남녀 간의 섹스가 뭔지 아니?”
“네…”
“그래 그럼 콘돔이 뭔지는 아니?”
“네…”
“그래 그럼 섹스할 때 항상 콘돔을 사용해야 되는건 아니?”
“네…”
“그래 다 안다니까 더 긴 말을 안하려마. 단 궁금한게 있으면 나한테 와서 물어라. 알겠니?”
“네…”

15살 짜리가 얼마나 심각하게 아버지의 질문에 대답을 했을지, 아마도 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네 네 라고 대답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S도 그 때를 기억하자면 아주 어색했다고.. 하지만 아버지가 그렇게 얘기해 주셔서 고마웠다고 했다.

S는 고등학교 때의 성교육 시간이 무척 유익했다고 한다. 남녀의 몸과 생식기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섹스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배우고 수업시간에 실제로 남녀가 섹스를 하는 비디오를 봤다고 한다. 그리곤 어떻게 임신이 되고 어떻게 아기가 태어나는지를 배우고, 피임에 대해 배웠단다. 대학교 때엔 기숙사마다 피임교육을 의무적으로 하게 되어 있어서 몇 달에 한 번씩 학생들을 모아 놓고 콘돔 사용법을 가르치는 시간이 있었단다. 조교가 바나나를 이용해서 실제로 콘돔을 끼는 방법을 재현 설명했다고..

요즘 한국의 성교육 실태가 어떤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런 식의 성교육엔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겉핥기 식일 것이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의 성의식에 대해 개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