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람들이 심심찮게 묻는다.
“결혼 생활 어때?”
“결혼하니 좋아요?”

그럴 때마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이
“별로 달라진거 없어요..”

사실 결혼 전부터 같이 살아왔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생활패턴이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서로를 남편과 아내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 그나마 변화라면 변화랄까. 그런데 최근에 드디어 우리가 결혼한 부부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된 큰 변화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공동명의의 은행계좌.

결혼에 대해 구체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둘의 수입을 어떻게 관리할까에 대해 몇 번 의논을 했었다. 어떤 커플들처럼 한 사람의 수입에만 의존해서 생활비를 지출하고 나머지 한 사람의 수입은 다 저금을 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생활비 계좌를 만들어 수입의 일정 부분을 매달 그 통장에 넣고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관리를 하는 것이 좋을지… 의논할 때 마다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결국엔 나중에 결정하자하며 미루어 왔었다.

결정적으로 공동계좌를 열게 된 계기는 결혼식 때 받은 축의금이었다. 축의금을 어느 통장에 넣을까를 가지고 얘기를 하다가 S와 내가 도달한 결론은 이거다.
– 공동명의로 생활비 계좌와 저축 계좌를 만든다.
– S의 월급은 생활비 계좌로, 내 월급은 저축 계좌로 다 넣는다.
– 우리 둘 다 두 통장에 입출금을 자유로이 할 수 있다.
– 월급 외의 부수입은 저축 계좌에 넣는다.
– 연금 저축은 각자의 수입에서 지금까지 하던데로 한다.

결국 S의 수입은 생활비에 쓰고, 나의 수입으론 미래를 위한 저축을 하자는 얘기다. 그래서 하루 날을 잡아 은행에 갔다. 원래 S가 가지고 있던 통장에 나를 공동 계좌 소유자로 올리는 건 간단했다. 은행원 말이 한 2-3일 뒤면 내가 온라인으로건 현금인출기로건 S의 통장 (이젠 우리의 공동 통장)에 입출금을 할 수 있다고 했다.

“Welcome to the real marriage life.”
S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 순간이야말로 ‘아, 내가 정말 결혼을 했구나’라고 처음으로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서로의 수입을 속속들이 볼 수 있고, 매달 얼마를 지출했는지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나에겐 발가벗은 몸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은밀한 내 일부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모든 지출은 공동계좌에서 빠져 나가게 되었기 때문에 누가 돈을 내건 결국 ‘우리’ 돈을 쓰는 셈이다. 예전엔 ‘오늘은 내가 살께’ 하면서 서로 생색을 내기도 했지만, 이젠 누구 카드로 쓰건 마찬가지이니 뭐..

결혼 전에 가지고 있던 저금은 각자 관리하기로 했기 때문에 나름 비자금 통장을 서로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 전엔 많이 못 느꼈는데, 이젠 이 비자금 통장이 무척이나 든든하게 느껴진다. 이래서 꼭 결혼 뒤에도 비자금 통장을 가지라고들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