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자친구가 성욕이 없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 저와 남자친구는 만난지 1년이 약간 넘어가는 커플이구요, 1년이 넘었는데도 저를 한결같이 잘해주고 아껴주는 좋은 남자입니다. 자기 일에 성실하고, 술담배도 하지않고, 취미라고는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는 것밖에 없어요. 연락 때문에 제 속을 썩인 적도 없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일과 운동하는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여가시간을 저와 함께 있으려고 하는 제 남자친구를 두고 주변에서도 그런 남자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지요.

함께 있으면 이 남자가 정말로 저를 사랑하는구나..제가 다 느낄수 있어요. 그는 연애경험이 제가 거의 첫번째라 처음엔 감정표현하는 방법에 서툴기도 했는데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서 감동적인 사랑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불쑥불쑥 너무 사랑한다고 말해주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이런 완벽에 가까운 남자친구이지만, 제게는 거의 연애초기부터 풀리지않는 수수께끼가 하나 있습니다. 남자친구가 저를 성적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 같아요. 단둘이 있게되도 저를 만지려거나 섹스를 시도하려고 했던 적이 거의 사귀는 1년내내 손에 꼽을 정도랍니다. 처음에는 성격이 수줍어서 하고 싶은데 떨려서 못하는건가 싶어서 제가 리드하려고 한적도 많이 있구요. 막상 시작하면 금방 불이 붙어요. 그리고 할때도 정말 상대방을 배려하는 스타일이라 자기 자신보다는 저를 절정에 오르게 하는데 더 열중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도를 하는 횟수가 너무 적고, 또 제가 암시를 주지 않으면 평소에 전혀 그런 욕구가 일어나지 않는 것 처럼 보여요.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하려고 했던거 같은데, 근래에는 한달 내내 성적인 접촉이 없었네요…물론 항상 거리를 다닐 때는 제 어깨를 꼭 안고 다니고, 공공장소에서도 얼굴, 입술에 가벼운 뽀뽀 등은 언제나 그가 먼저 해주는 편이라 스킨쉽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네요.

길거리를 다니면서 남자친구 시선을 가끔 눈치 못채게 주시해봐도, 짧은 치마 입은 여자를 쳐다본다거나 하는 행동도 한번없고요. 컴퓨터나 인터넷 히스토리 몰래 검색을 해봐도 흔히 가는 야한 사이트 하나 등록 되있지않고, 야동 하나 없습니다. 장난스럽게 한번 물어봤더니, 자기는 그런 동영상을 보면 속이 이상해진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던 도중 답답한 마음에 구글을 검색해보다 한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항우울제나 특정한 종류의 수면제 복용시 성욕이 급속하게 감퇴될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제 남자친구는 10년간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어서 혹시 그게 원인이 아닌가 싶어요. 게다가 그 사람처럼 하루에 거의 4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짐+수영장에서 보내고 나면 성적 욕구가 있다가도 피곤해서 다 사라질거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만약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남자친구가 평소에 성욕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면, 그리고 수면제를 끊지 못하는 한 앞으로 이런 상태가 계속 된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너무 고민이 됩니다. 저도 한낱 인간일 뿐인데 24시간 욕구를 느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고 싶은건 정상적인게 아닐까요?

남자친구에게 한 번 이야기를 넌지시 꺼내봤는데 자기도 요즘 관계가 없었던 건 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우리 관계가 더 견고해지는 느낌이었다 ….라고 하더군요. 저에게는 육체적인 면도 중요하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지만 제가 너무 강요조로 이야기한건지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더군요..

제게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그런 점이 너무 걱정되고 무섭습니다. 이 사람과 함께 하면 앞으로 말 그대로 플라토닉한 사랑만 하게 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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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남자의 몸에 관한 내용이라 제 남편에게도 자문을 구해봤어요. 고로 제가 드리는 답변은 저와 제 남편의 공동 답변이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80-90년대를 풍미했던 영국 밴드 '스미스'의 리드 싱어 모리세이도 asexual로 알려진지 오래.


놀랍게도 성욕이 없고 섹스에 관심이 없는 남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영어로는 asexual이라고 하지요. 그런 사람들도 연애 감정을 느끼고 로맨틱한 사랑을 한다고 해요. 하지만 성욕이 거의 없어 섹스를 하더라도 본인이 원해서 한다기 보다 상대방을 생각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은 마치 왜 게이가 동성을 사랑하는지를 묻는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성들과 과거에 관계를 가진 적도 드물다면 혹시 asexual이 아닌지 의심할만 하네요.

수면제 같은 약을 장기 복용하는 것도 성욕 감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그가 복용하는 수면제를 검색해서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지 알아보세요. 꼭 성욕 때문이 아니더라도 수면제에 의존하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고 합니다. 남자친구와 그에 대해선 한번 진지하게 얘기해 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남자친구가 하루에 4시간씩, 거의 매일 운동을 하시나요? 와우.. 그렇다면 말씀하신대로 거의 운동 중독인데, 그것도 몸에 좋지 않습니다. 얼마나 과격하게 운동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운동을 위해 다른 사교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그건 운동 중독의 신호라고 볼 수 있죠. 운동 중독자들은 몸이 피곤하거나 아플 때도 운동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운동을 한다고 해요. 운동 외의 다른 일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엄청 아까와 하구요. 또한 지나친 강도의 운동 역시 성욕을 감퇴시킨다고 합니다.

남자친구 분이 성욕이 없는 이유가 이들 중 어느 것인지, 혹시 전부 다 해당되는지, 아니면 제가 말씀드린 어느 이유도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성욕이 없는 남자들에게서 찾아 볼 수 있는 점들이 남자친구에게서도 보이네요.

제 생각으론 (그리고 약간의 경험으로도) 남자친구의 성욕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님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원하고 남자친구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것에 만족하셔야 할거예요. 하지만 어떻게든 변화를 일으켜 보고 싶은 의지가 있으시다면 남자친구와 운동을 좀 줄이고 수면제를 줄이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해 보세요. 정신적인 사랑이 물론 중요하지만, 난 가끔은 그런 사랑을 몸으로도 확인받고 싶다고 해보세요. 꼭 삽입 섹스가 아니더라도 서로 진한 애무나 프렌치 키스, 혹은 오럴 섹스 같은 애정 행위를 가끔 원한다고 말해보세요.

그가 만약에 asexual이라 하더라도 님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님이 원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해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계속 거북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한다면 님이 전적으로 참고 지내시던지, 아니면 서로에게 더 잘 맞는 상대를 찾아 떠나야겠죠.

남자친구분이 참 좋은 사람 같은데, 안타깝네요. 남자친구분과 얘기 잘하셔서 두 분이 잘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