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에 유학중인 대학생입니다. 어떤 모임에서 남자친구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제가 너무 귀엽고 저랑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같이 만나서 데이트를 했는데 손을 잡더라구요. 그래서 전 얘가 왜이러지? 하면서 당황했지만 그 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자꾸 허리를 만지고 그러길래 뭐지..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에 만나서 우리 relationship이냐 나는 너 여자친구고 너는 내 남자친구냐고 물어보니까 그렇다고 하면서 나는 너를 엄청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뭔가 사귀자고 말이 있어야 한다고 했더니 미국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사귄지 한 2주 정도 되었는데 한 4일을 만나지 못했어요. 채팅은 계속했지만, 저는 잘 모르겠어요. 얘가 날 정말 좋아하는건지. 먼저 문자를 잘 안하고, 메일은 다정하게 쓰고 만나면 사랑스럽게 굴긴하는데 문자하는거 싫고 실제로 만나는게 좋대요. 그래서 저를 헷갈리게 해요.

어느날 문자가 하루종일 없어서 제가 너 어제 바빴니 왜 문자 한 통 없냐 그랬더니
어제 너무 피곤해서 잠들었다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그래도 자기 전에 한 통이라도 문자보내주길 바랬다고, 기분이 이상했다고 하니, 자기한테 화내는거냐며 나무라는거냐며 제가 rude하다는거에요.

미국에서 연애는 자기의 personal space를 인정해줘야 한다는걸 알지만, 얘가 절 좋아한다면 이럴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가 저를 좋아하는건가요 아닌건가요? 너무 헷갈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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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 두 분은 진지한 남자친구 여자친구 관계가 아닌듯 합니다. 그에게 어떻게 물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데이트를 하고 난 네 남자친구라고 말한다고 해서 정식으로 사귄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어요. 가장 중요한 점은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날 의향이 전혀 없이 님과만 데이트를 하고 님을 자신의 하나뿐인 여자친구로 사귈 생각인지입니다. 소위 exclusivity, 즉 나외의 다른 이성은 만나지 않는다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두 사람이 애인관계로 사귄다고 할 수 있는거지요.

그를 좋아하고 그와 정식으로 사귈 의향이 있으시다면 이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셔야 합니다. 물론 사귄지 몇 주밖에 안된 초기라면 너무 서두르실 필요는 없지요. 한국 사람들은 남여가 데이트 몇 번하면 이게 사귀는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고 조바심을 내는 반면, 미국 사람들은 몇 달, 몇 년씩 캐주얼한 관계로 지내다가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답니다. 물론 그러다가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고, 만난지 얼마 안되어 진지한 관계가 되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사람들에 비해 남여가 만나는 것에 큰 부담을 갖지 않는건 사실입니다.

그가 나를 좋아하는건지 아닌지 헷갈릴 때 절대로 해선 안되는 행동이 있지요. 그건 자꾸 그에게 먼저 연락을 하거나 왜 연락을 하지 않았냐고 채근하는 행동이예요.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없다는 것은 일단 그가 나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는 가장 결정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남자 쪽에서 먼저 연락을 못할 수도 있겠죠. 그럴 때 님이 먼저 연락을 합니다. 그리고도 남자 쪽에서 연락이 없다면? 그럼 다시 연락을 하지 마세요. 그럴 때 자꾸 연락을 하는 것은 ‘나, 너에게 매달리고 있어’라고 광고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죠. 남자건 여자건 자기에게 매달린다는 인상을 주는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드물죠.

님의 이메일로만 봐선 그가 님에게 호감은 있고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직은 진지하게 사귀는 관계로 들어설 의향은 없어 보입니다. 제 생각에도 만난지 2주일만에 남자친구 여자친구 관계가 된다는 건 좀 성급해 보이구요. 스킨십에 대해선 조심하세요. 사귈 생각이 없는 여자와도 스킨십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남자들이 많으니까요. 남자는 다 늑대라는 말이 사실 맞아요. 남자들이 여자에게 접근하는 가장 큰 목적은 섹스라는 말도 맞구요. 그런 남자들을 비난하려는 뜻은 절대 없습니다. 단 생리적으로 남자들은 여자를 볼 때 성적인 자극을 받고, 그래서 섹스 생각을 바로 하게 된다는 거죠. 섹스를 얻기 위해서 여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행동도 많이 하구요. 예를 들면 좋아한다는 말이나 사귀자는 따위의 말도 서슴지않고 하는 남자들이 있죠.

그런 말만을 믿어서는 절대 안돼요. 중요한건 행동입니다. 그가 내가 먼저 연락하는것 만큼 연락을 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사귄다는 것을 말하는지, 내가 힘들 때 내 곁에 있어준다든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하는 행동들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죠. 그런 행동을 나에게도 보인다면 그는 님을 정말로 좋아한다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헷갈리게 한다면 그의 마음 속에 님의 존재가 그다지 크게 자리잡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시고 너무 그에게 집착하지 않도록 하세요.

끝으로 꼭 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시게 되더라도 한가지 기억해 주시길 바래요. 사람마다 소통의 방법은 다르다는걸요. 님은 사귀는 사이에 문자를 하루에 한 번씩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대방은 전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저만 봐도 전 지금 남편과 연애할 때 문자는 거의 안했어요. 할 말이 있으면 전화로 하고, 주로 전화도 만나기 위한 약속을 잡기 위해서 했죠. 대부분의 대화는 얼굴을 마주보고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자주 얼굴을 볼 수 없는 경우엔 다른 방법으로 대화를 해야겠지만, 요는 사람마다 선호하는 방식이 다르다는겁니다. 만약 진지하게 누군가와 사귀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이 님이 원하는대로 하루에 한 번 문자를 하지 않는다고 너무 닥달하지는 마세요.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님에게 님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한다면 문제될게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