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토요일이 우리의 결혼식이다. 이미 결혼을 한 상태지만 공식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부부가 됨을 선언하는 것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동안 결혼 준비와 집 리모델링으로 정신없던 생활이 집이 정리되면서 이제 조금 가라앉았다. 하지만 넬모레면 내 부모님이 결혼식 참석차 오셔서 2주일을 우리집에서 지내다 가실 예정이라 또 한 동안 분주할 것이 뻔하다.

S가 갑자기 회사일이 생겨 컴퓨터 앞에 붙어 있는 틈에 잠시 끄적일 여유가 생겼다. 지난 몇 주 동안 있었던 일들 중 결혼과 관련된 하이라이트만 몇가지 적어보면..

1. DJ를 구하다.

미국 결혼식의 피로연은 한국과 전혀 달리 그야말로 파티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http://mybink.com/2010/03/07/wedding/) 그래서 보통 피로연에 댄스는 필수로 등장하는데, 신랑 신부가 가무를 좋아하지 않거나, 하객이 적은 피로연 같은 경우엔 춤을 생략하기도 한다. 우리도 처음엔 그다지 많은 수의 하객을 초대한 것도 아니고, S가 춤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어서 썰렁한 댄스 플로어 보다는 차라리 춤은 생략하고 재즈 밴드를 섭외해서 생음악을 파티 내내 연주할 계획을 했었다.

그런데 여러 친구들이 댄스 플로어가 없을거라는 말에 조금 실망하는듯한 눈치였다. 그리고 나도 시간이 갈 수록 내가 또 언제 내 결혼식 피로연에서 춤추며 놀 기회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댄스 플로어에 대한 미련이 점점 커져갔다. 게다가 나는 춤을 무지 좋아하는데 말이지..

보통 이런 식으로 피로연장에 댄스 플로어가 마련된다.


그래서 S를 설득한 끝에 내가 디제이를 알아보기로 했다. 온라인으로 여기 저기 웹사이트로 검색해보고 여러 사람들의 리뷰를 읽어본 끝에 두 명을 만나보고 결정을 내렸다.

미국 결혼식에서의 디제이는 음악 뿐만 아니라 피로연의 전체적인 진행을 맡는 소위 사회자 같은 중요한 역할이다. 우리가 고른 디제이는 나이가 지긋하고 보기에 교수님 같아 보이는 아저씨인데 젊었을 때 라디오 방송을 한 경험이 있어 목소리도 좋으시고, 중후한 맛이 있어 마음에 들었다. 며칠 뒤에 그를 다시 만나 구체적인 피로연 순서를 의논하고 음악 레파토리에 대해 좀더 얘기할 계획이다.

2. 나의 처녀파티 (Bachelorette party)

미국의 또 한가지 결혼문화는 총각 (Bachelor) 파티와 처녀 (Bachelorette) 파티다. 요즘은 실제로 결혼 전에 처녀 총각인 경우는 드물지만, 그래도 결혼을 함으로써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리거나 섹스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잃게 되는 현실을 아쉬워 하는 의미에서 생겨났는지, 그 근원은 알 수 없지만 어쨋거나 결혼식 전에 이런 파티를 친구들이 열어주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이 주로 스트립 클럽에 가거나 게임을 진창 하면서 남자들끼리의 시간을 갖는 것처럼, 여자들도 비슷하게 하룻밤 진탕 노는 것이 전형적인 처녀 파티의 행태다. 난 처녀 파티를 할 계획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못 놀아본 것도 아니고 못해본 것도 별로 없으니 말이지.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그냥 같이 모여서 저녁이나 좋은데 가서 술 마시는 걸로 파티를 대신하자고 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제안을 했다. “나랑 크리스틴이 쿠키 굽는걸 좋아해. 그리고 이 동네 결혼식 피로연에선 쿠키를 대접하는게 전통인거 알지? 그래서 나랑 크리스틴이 너의 처녀파티 대신 베이킹 파티를 열려고 하는데.. 어때? 다 같이 모여서 하루종일 피로연에 대접할 쿠키 굽고 술 마시고 뭐 그러는거지.”

피로연장의 쿠키 테이블


오호.. 안 그래도 어느 과자점에다가 쿠키를 주문할까 고려하던 중이었는데, 친구들의 이 아이디어가 무지 마음에 들어 당장 오케이했다. 그리곤 지난 주 토요일, 베이킹 파티의 그 날, 크리스틴의 집에 약속시간 조금 넘어 도착했다. ‘Congratulation!’ 이라고 장식된 벽에, 여기저기 매달린 풍선들. 그리고 다들 앞치마를 두르고 벌써 쿠키 굽기에 열중하고 있는 친구들이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그날 장장 여덟 시간 동안 여덟가지의 쿠키를 구웠다. 그리고 다섯 명이 댓자 샴페인 두 병을 거뜬히 비웠다. 친구들이 선물도 줬는데 하나는 귀여운 잠옷, 그리고 하나는 커다란 초코렛… 아주 사실적인 남자 성기 모양의 초코렛이었다. (흐뭇..)

3. 이러다가 정말 처녀 되는거 아닐까

S가 드디어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우리가 섹스다운 섹스를 한 것이 한 번? 두 번? 아뭏든 섹스를 할 시간도 기운도 없는 날이 몇 주 동안 계속되다 보니 이러다가 정말로 결혼식날까지 이 상태로 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섹스를 결코 싫어하지 않는 사람인데, 정말이지 할 일이 많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곤하니 섹스는 완전 뒷전이 되고 말았다. S도 우리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쉬운 모양이다. 어느날 한 번 그런 불만을 조금 신경질적으로 얘기해서 내 눈에 눈물이 글썽이게 만들었다. 그리곤 물론 미안하다고 싹싹 빌었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부부 간에 섹스리스가 되는 것은 별로 힘들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노력해야지. 하지만 이틀 뒤면 부모님이 오시니… 아, 한 동안 또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