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는 가끔 ‘오늘은 너를 위한 날이니 내 걱정은 하지마’ 하면서 나를 오르가즘에 오르게 하고는 자기는 사정하지 않고 섹스를 끝낼 때가 있다. 그럴 때 내가 조금 미안해 하면 그는 ‘나도 너를 매번 만족시켜주지 못하는데 뭐. 가끔은 너를 만족시켜주는 것만으로 좋아’ 라고 한다.

그래서 며칠 전엔 이렇게 물어봤다.

나: 섹스할 때, 자기가 오르가즘에 오르는 것과 자기 때문에 내가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 둘 중에 어떤게 더 만족감을 줘?

그: 음… 둘 다 만족스러운데… 내가 오르가즘을 느끼는 건 신체적으로 만족감을 주지만, 네가 오르가즘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정신적으로 훨씬 더 만족스러워.

그 말에 나도 크게 공감했다. 나도 오르가즘을 느끼면 좋지만, 더 기분좋은 건 내가 그를 사정하게 만들때다. 내가 오르가즘을 느껴도 그가 사정을 못하는 날은 왠지 찜찜하고 말이다. S도 그런 듯 하다. 내가 못 느끼고 자기만 사정한 날은 미안해 하면서 ‘다음에 갚아줄께~’ 라고 하면서 고마와 고마와를 연발하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내가 섹스를 하는 이유는 정신적인 만족감을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여자분들은 어떨까? 여성들이 섹스를 하는 가장 큰 이유들 중 하나가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내가 섹스를 하는 이유도 내 남자를 만족시켜줌으로써 나도 흐뭇해지고자 하는거라면, 결국 비슷한 이유 아닐까?

남자들은 어떨까? S는 여자가 오르가즘을 느끼는 모습에 무지무지한 성취감을 느낀다고 하는데, 내가 만났던 남자들 중 나에게 오르가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했던 남자는 별로 없었다. 스킬이 부족한 남자들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고 나를 많이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경험으론 여자에게 만족을 주는 남자들은 50 퍼센트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정말로 내가 섹스를 하는 이유는 뭔지 곰곰히 따져보게 됐다.

1. 심리적인 안정감
말한대로 내 남자가 나로 인해 만족해한다는 데에서 오는 뿌듯함을 느끼고 싶어서다.

뭐 이 정도로 하면 웬만한 운동보다 훨씬 힘들듯.

2. 애정 확인
서로의 마음이 식는 것은 스킨십과 섹스에서 가장 먼저 포착된다. 섹스는 두 사람간의 애정이 견고한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3. 시간 때우기
요즘은 시간이 너무 없어서 섹스를 자주 못하는게 문제지만… 가끔 시간이 남는데 마땅히 할 일이 없을 때엔 섹스만큼 재밌는 놀이도 없다. 운동도 되고, 돈도 안 들고.

4. 도구 연마
뭐든 너무 오래 안쓰면 퇴화되는 법. 운동으로 신체 각부분을 단련하는 것처럼 가끔씩 섹스를 해주어야 그 부분의 기능도 원활해지니까.

뭐 어떤 분들처럼 성욕이 넘쳐서라거나, 남자 몸이 그러워서라거나, 그런 이유는 나에겐 별로 해당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애정없는 섹스보다는 바이브레이터가 훨씬 낫다고 생각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