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드디어 결혼식 초대장을 부쳤다. 우리의 결혼식은 4월이니 4개월쯤 전에 보낸 셈이다. 한국에선 얼마나 일찍 청첩장을 돌리는 것이 상례인지 모르겠는데, 미국에선 적어도 4개월 전, 어떤 사람들은 6개월 전에도 초대장을 보낸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이 미리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일이 바쁜 사람들도 미리미리 계획해서 올 수 있게 하려면 그 정도 시간은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결혼식 초대장은 한국의 청첩장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초대장의 핵심 내용 ‘모양과 모군이 몇월 며칠 몇시에 어디에서 결혼식을 합니다’ 라는 문구는 비슷하게 들어간다. 하지만 한국의 청첩장에 거의 빠지지 않는 부모님 성함이 미국식 초대장에서는 빠질 때가 많다. 신랑 신부의 선택에 따라 부모님 이름을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하는데, 우리는 뺐다.

그 밖의 차이점이라면 미국식 초대장엔 피로연장의 위치가 꼭 들어간다. 피로연과 결혼식이 다른 곳에서 열리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RSVP 카드. 초대 받은 사람은 이 카드에 결혼식에 참석할지 안할지를 표시해서 신랑 신부에게 보내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페가 아닌 피로연에선 적어도 두 가지의 메인코스 요리가 준비되는데, 그래서 참석하는 사람은 RSVP 카드에 어떤 메뉴를 선택할지 표시해서 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Wedding Registry. 이건 우리말로 번역하기 애매한데, 말하자면 ‘결혼선물은 이곳에서..’ 정도다. 축의금 대신 미국 신랑신부들은 원하는 선물 리스트를 만들어 몇몇 가게에 웨딩 레지스트리를 등록해 놓고, 손님들은 그 가게에 가서 목록에 있는 물건들 중 골라 선물을 한다. 그래서 초대장에 보통 레지스트리 정보도 함께 넣어 보낸다.

난 한국의 결혼식이 축의금을 챙기기 위한 장사처럼 치루어지는 것을 참으로 혐오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식의 선물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많은 커플들에겐 유용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와 S는 이미 살림살이도 다 갖추었고 그다지 필요한 것도 없어서 선물 리스트를 만들 건덕지가 없는 것이다. 내 동생의 한국식 결혼식을 목격한 S는 우리도 그냥 축의금을 받자고 제안했다. 뭐 나도 선물대신 돈으로 받는 것이 우리에겐 훨씬 도움이 될거라는데엔 이의가 없었지만, 미국사람들이 그것을 선뜻 납득하고 받아들일지는 의문이었다.

주변 친구들에게 이런 우리의 생각을 얘기했더니 의외로 많은 미국사람들이 결혼 선물로 돈을 선호한다면서 별로 개의치 말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조언들을 해주었다. 그래서 결국 센스있는 한 친구의 조언을 따라 이런 문구를 초대장에 첨부해 넣었다.

“결혼식에 참석해 주시는 것이 저희에겐 가장 큰 선물입니다. 하지만 꼭 선물을 따로 해주고 싶으시다면 저희에겐 금전적 선물 (monetary gift) 이 가장 유용합니다. 선물은 신혼여행이나 저희의 보금자리를 꾸미는데 쓰도록 하겠습니다.”

초대장에도 돈을 들이려면 얼마든지 비싸고 화려하게 할 수 있지만 나는 초대장은 초대장으로써의 기능에 충실하기만 하면 돼라는 신념으로 최소한 간단하고 저렴한 초대장을 찾았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Wedding Paper Divas (http://www.weddingpaperdivas.com/). 가장 저렴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 마음에 들었고 초대장 샘플을 싼 값에 주문해서 직접 고를 수 있는 옵션도 있어 더욱 신뢰가 갔다.

결혼식 꽃 색깔을 흰색과 그린으로 정했기 때문에 초대장도 이왕이면 비슷한 분위기로 하기로 결정하고 대여섯 가지 카드를 골라 샘플 주문을 했다. 그리고 결정한 카드는 이렇게 생겼다.

그리고 같이 주문한 RSVP 카드는 이렇게 생겼다.

(이름과 내용은 샘플용이니 오해없으시길)

초대장을 보내고 나니 또 한 번 ‘아, 진짜 결혼하는구나’라고 실감이 된다. 우체국에 가기 전에 S는 ‘아직도 나랑 결혼하고 싶은거 맞지? 이거 부치고 후회하는거 아니지?’ 하면서 농담을 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