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의 친한 친구 K가 이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어 달 전에 K네 집에 가서 그의 와이프와 두 살 짜리 딸내미와 함께 저녁 먹고 수다떨고 왔는데.. 그래서인지 이혼 소식은 좀 뜻밖이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 커플은 애정이 식은지 이미 오래되었고, 애기 때문에 K는 어떻게든 부부관계를 유지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아내가 먼저 이혼하자는 얘기를 꺼냈단다.

난 그들과 아주 친하지 않아 잘 몰랐는데 S의 얘기를 빌리면 그 둘은 공통점이 별로 없어 사귀기 시작했을 때도 오래 가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단다. K는 좋은 음식과 좋은 술을 즐기고, 맛집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나름 이런 저런 호기심도 많은 남자인 반면, 그의 아내는 술도 안마시고 외식하러 나가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주로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suburban (교외지역) 여성이라고.

어쨋거나 몇 달 동안 연애를 하던 중 애가 덜컥 생기고 말았단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그 둘다 한 번씩 이혼한 경험이 있었는데, K의 아내가 이혼을 한 (당한) 이유는 그녀가 애를 낳지 못해서였다나. 산부인과 의사가 오진을 한 것인지, 기적이 일어난 것인지, 그렇게 애를 원할 때는 안 생기더니 K와는 그렇게 쉽게 생겨버렸다. 사실 애가 안 생겼더라면 둘이 결혼까지 가지 않았을텐데 둘 다 애를 위해 결혼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동의하고 결혼을 한 거란다.

하지만 아무리 애가 있어도 두 사람이 그렇게 맞지 않고 애정이 완전히 식어버린 상태에서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란 불가능했나 보다. 많은 한국의 부부들이 무늬만 부부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오히려 서로와 애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서 이혼을 선택하는 것 같다. 나라도 그런 상황에선 이혼을 선택하지 싶다.

K와 이혼과 결혼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S는 이런 말을 했단다.

자기 친구들은 섭섭하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나를 만난 이후로 나는 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친구 (the best friend)라고.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여야 한다고. 아무리 좋은 친구라도 모든 일을 둘이서 같이 할 순 없고 모든 것을 같이 공유하고 똑같이 좋아할 순 없는 것처럼, 부부간에도 서로 공유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지만, 그래도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한 사람을 꼽으라면 내 아내, 내 남편을 주저하지 않고 꼽을 수 있어야 한다고.

그 말을 들으니 S가 더욱 사랑스러웠다. 나도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왔기 때문에. 나의 부모님이 내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두 분만의 데이트를 즐기고 두 분만의 여행을 수시로 떠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함께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항상 생각했었다. 그리고 다행히 s를 만나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친구를 얻게 되었다.

우정이 바탕에 깔려있지 않은 사랑은 사상누각과 같다라는 말이 요즘들어 더 절실히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