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와 같이 살기 시작한 뒤로 섹스하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얘기는 이전에 이 글에서 한 적이 있다. 난 항상 연인/부부 관계에 있어 섹스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결혼해도 어떤 부부들처럼 섹스를 안하고 산다던가 일년에 몇 번 한다든가 하는 일은 절대 없을거라고 장담했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간, 우리의 섹스 횟수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로 떨어졌다. 특히나 S가 직장 문제로 무지 바빴던 지난 몇 주간은 섹스를 잊고 지냈다. 인터뷰 준비로 밤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시간도 없었지만, 직장을 잃는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섹스 생각은 싹 사라진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이상한 건 우리의 섹스리스 생활이 별로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도 그렇지만 성욕이 왕성한 S도 우리가 섹스를 자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별로 불만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이길,
“너랑 손만 잡고 자도 행복한 단계에 도달한 것 같아…”
흠..
그의 말 때문이 아니라 사실 나도 요즘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침대에 누워 S의 손을 잡고 잠드는 시간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잠들기 전에 얼굴을 잠깐 마주보면서 히죽히죽 웃고, ‘잘 자’ 라고 하곤 뽀뽀하고 손을 살포시 잡고 각자 편한 자세로 잠들 준비를 하는 그 시간. 그 시간은 그냥 한없이 편하고 행복하다.
섹스를 자주 안해도 우리 둘다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지금 우리는 그냥 행복한거다. 그리고 섹스를 하지 않아도 서로 사랑받고 있다고 충분히 느끼고 있는거다. 매일 매일의 스킨십과 다정한 대화와 서로간의 신뢰가 부족한 섹스를 보충하고도 남을 만큼 쌓인 것이다. 그렇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야말로 어느 섹스보다도 짜릿하다는 것을 너무도 오랫만에 다시 깨달았다.
S는 그래도 내가 섹스를 자주 못해서 욕구불만이 쌓이지는 않는지 가끔씩 걱정하는 눈치다. 나도 가끔 그가 걱정되기도 한다. 서로 상대방을 걱정해주다가 결국엔 섹스를 하게 된다. 물론 둘다 좋아서 하는거지만..
——–
이전 글을 올리고 나서 며칠 뒤에 S가 한 회사로부터 오퍼를 받았습니다. 격려해 주신 분들 덕분이예요. 🙂
April 3, 2011 at 4:26 am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 )
April 5, 2011 at 12:02 am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March 23, 2011 at 1:40 pm
참 부럽네요. 전 님같은 분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네요. 그냥 개인적인 바램일 뿐이지만… 미국 남자랑 몇 번 헤어졌거든요. 같이 있을땐 너무나 사랑받는 느낌을 주지만 헤어지면 너무나 담담한 그들. 인간이 맞나 싶을만큼 뒷끝이 없는 것 같아 충격이 많았습니다. 팝송 가사 보면 헤어짐에 대해 너무나 힘들어하는 게 많던데 너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잘 살아가는 그들이 좀 서운하기도 했구요. 저는 아직도 아프거든요. 외국인 남친을 사랑하며 이런 싸이트를 참 찾아다녔는데 좀 더 꼼꼼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래저래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어요.
March 24, 2011 at 5:42 pm
@Julie: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 남자들이 그런 면이 있는건 사실이지요. 저도 미국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익숙해지더군요. 물론 무지 많이 사랑했다면 훨씬 더 아팠겠지만요..
또 들러주세요~
January 26, 2011 at 9:40 pm
ㅎㅎ
저도 남편과 1년 반 연얘했고, 결혼한지는 이제 10개월 되어가는 부부입니다.
연애할 때보다, 현저히 줄어든 섹스의 횟수와, 잘 때 남편의 손잡고 가볍게 키스하고
자는 것에 저랑 비슷하네여..
처음엔, 오빠의 사랑이 줄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님의 말처럼… 우리 그래도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거 같아여…
사람은 좋을 때는 마냥 좋아서 그 진면목을 알 수 없지만, 힘들 때 이해관계가 얽힐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거 같아여
남편과 거진 3년을 같이 지내면서 느끼는 건… 남편은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
본의 아니게 남편 자랑이 되어버렸지만,,,
결혼 축하드리고,,,, 이렇게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생각도 같이 정리가 되네요 ^^
January 29, 2011 at 8:55 am
감사합니다. 남편 자랑 많이 하셔도 돼요. ㅎㅎㅎ 더 행복하시고 제 블로그에도 가끔 들러주세요~
January 7, 2011 at 2:11 am
아,,블로그 정말 좋네요,,
우연히 들렸는데 한시간을 훌쩍넘겼네요,,
사람냄새가 납니다,,
자주 찾아와도 되죠?
건강하십쇼,, ^^
January 8, 2011 at 3:07 pm
@구름: 물론이죠. 자주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
December 22, 2010 at 12:25 pm
새 직장 구하신거 저도 축하드려요ㅎㅎㅎ
December 27, 2010 at 12:37 am
@이비: 감사합니다~
December 14, 2010 at 10:57 am
새 직장 구하신거 축하드려요!
December 17, 2010 at 3:51 pm
@도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