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는 여자를 탐지하는 레이더가 극도로 발달되어 있다. 운전을 하고 가면서도 전방 5미터 앞에 걸어가는 여자의 가슴 사이즈까지 맞출 정도로, 사방 10미터 안에 여자가 들어오면 숨어있는 레이더가 작동하는 것 같다.

사귄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그런 이유로 내가 삐진 적이 몇 번 있었다. 같이 파티에 갔는데 그가 다른 여자들에게 너무 친절하게 대하는거다. 물론 흑심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나와 사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걱정을 한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있는데 다른 여자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것이 얄미웠다. 내가 기분 상한 것을 눈치챈 S는 나중에 미안하다고 하면서 덧붙여 이런 말을 했다.

“파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을 다 알고, 네가 내 여자친구라는 것도 다 알고 있는데 뭘 걱정하는거야. 파티에서 모르는 사람과 얘기할 수도 있는거구, 그걸 가지고 질투를 하니.” 그의 말이 틀리진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내가 기분나빠하는 행동은 가급적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그도 동의했다. 하지만 주위에 괜찮은 여자가 눈에 띄면 레이다가 움직이는 것은 여전하다.

오바마도 별수없는 남자란 말이지..

그런데 남자들은 대부분 그렇더라. 여자엔 전혀 관심없을 것 같이 생긴 남자들도 괜찮은 여자가 지나가면 감쪽같이 그녀에 대해 파악을 한다. 예전에 잠깐 사귀던 남자가 한 말인데, 남자는 여자를 볼 때 5초 안에 그녀의 머리부터 발 끝까지를 한 눈에 본다나.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남자들은 그 말에 동의했다.

특히 남자들이 애인이 있는데도 다른 이성을 자꾸 쳐다보는 것은 여자에 비해 시각적 자극에 약하기 때문이다. 사실 여자들도 멋진 남자가 눈에 띄면 쳐다보게 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여자들이 멋진 남자에만 시각적으로 자극을 받는 반면, 남자들은 여자 눈엔 평범해 보이는 여자들에도 자극을 받는게 아닐까? 그래서 자꾸 눈이 돌아가는 것이고.

내가 S에게 그렇게 짜증을 몇 번 낸 뒤에 S는 조금은 다른 여자들과 얘기할 때 내 눈치를 보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이 같이 간 파티에서 S가 잠시 볼 일이 있어 자리를 비운 사이 혼자 모닥불 가에서 불구경을 하고 있던 나에게 웬 남자가 슬그머니 말을 건넸다. 뭐 파티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말 주고 받는건 이제 일도 아니니.. 그냥 별 의미없는 말들 (small talk)을 서로 주고 받고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S.. 슬쩍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Everything is ok, honey?” 하는거다. 그리고 3분도 안되어 나에게 말걸었던 그 남자는 “실례”하며 자리를 떴다.

나중에 S에게 “뭐야. 내가 다른 남자랑 얘기좀 하려고 했더니 나타나서 초를 치다니.” 하면 빈정대었더니, 깔깔대며 하는 말, “내 여자라고 알려줘야지. 접근 못하게.” “그래, 다른 남자랑 내가 얘기하고 있으니까 기분이 어땠어? 솔직히 좋진 않았지? 네가 다른 여자랑 그렇게 얘기할 때의 내 기분을 이제 좀 이해하겠어?”

S는 입장이 바뀌어보니 내 기분이 정말로 이해된다고 했다. 하지만 예쁜 여자 지나가면 쳐다보는 건 여전하다. 뭐 어쩌겠냐. 아이쇼핑까지 못하게 할 순 없잖어? 나도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눈이 돌아가는데 남자들은 오죽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