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에게 한국어를 쬐금씩 가르쳐주면서 영어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쉬운 단어나 표현들인데 한국어 한마디로는 표현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대표적 예가 “Excuse me”다.

S가 제일 처음으로 한국어로는 뭐냐고 나에게 물었던 표현이다. “Excuse me = 실례합니다”라는 건 중학교 때부터 배워왔는데 뭔소리냐고? 물론 ‘실례합니다’는 Excuse me의 교과서적 한국 표현이다. 문제는 미국 사람들은 Excuse me를 워낙 다양한 경우에 쓰기 때문에 ‘실례합니다’ 한 가지 표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S가 나에게 Excuse me가 한국말로 뭐냐고 물었을 때의 상황은 이랬다. 내가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S가 싱크대 아래 캐비넷에서 무언가를 꺼내려고 하면서, “Excuse me” 했다. 그래서 나는 자연히 약간 비켜서 주었고.

S: 한국말로 이럴 때 Excuse me 대신에 뭐라고 하면 돼?
나: 음… “비켜봐?” 아니면… “잠깐만?”… 사전에는 “실례합니다” 라고 나오는데, 이런 경우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S: 그럼, 길 가면서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야 할 때는 뭐라고 해? (미국 사람들은 이럴 때 백이면 백 “Excuse me” 라고 함.)
나: 음… 그냥 지나가는데?
S: ….

미국 사람들이 Excuse me를 많이 쓰는 경우를 보면,
– 길을 가면서거나 번잡한 술집 같은 곳에서 남에게 몸이 닿을랑 말랑 할 것 같은 경우.

– 남이 말하는 것을 잘 못알아 들었거나 잘 들리지 않았을 경우. ‘다시 말해주세요.’ 정도의 의미가 되겠다.

– 음식점에서 종업원에게 뭔가를 부탁하려고 부를 때. ‘여기요’ 정도의 의미.

– 다른 사람과 대화 중이거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뭔가를 부탁할 때. ‘방해해서 미안한데..’ 정도의 의미.

– 다른 사람이 있는데 트름을 하거나 방귀가 나올 때.

어마.. 트름해서 죄송.

적다보니 그래도 한국말 중에 제일 가까운 표현은 ‘실례합니다’ 일 듯 한데, 아무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