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배우자의 조건들 (2)

By | September 30, 2010

내가 생각하는 정말 중요한 배우자의 조건들에 이어 내가 생각하는, 그 조건들 만큼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배우자의 조건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S와 결혼 날짜를 잡고 같이 산 지 두 달이 넘었는데, 그러면서 ‘아.. 이런 점은 우리 둘이 잘 맞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결혼하고 고생할 뻔 했다’ 하는 부분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몰랐던 건 아니지만, 같이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이런 점들 때문에 우리가 더 잘 맞는 커플이라는 생각이 든다.

1. 종교관

나는 무신론자다. 배우자의 종교에 대해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 하는 대다수의 무신론자들과 달리, 나는 남자를 만날 때마다 그의 종교에 대해 아주 민감했었다. 물론 독실한 종교인들도 나를 좋아라 할 이유가 없으니 그런 남자들과 연애가 이루어진 적은 거의 없지만. 어쨋거나 S도 무신론자에 가까운 Agnostic (불가지론자)인지라 그 부분에 대해선 논쟁이 생길 염려가 없고, 내가 맘놓고 미국의 보수 기독교자들을 까는 얘기를 할 수 있어 무지 편하다.

어떻게 보면 종교관이나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가장 근본적인 가치관일 수 있는데, 그 부분이 전혀 다른 사람과는 결혼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2. 활동성

뭐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이렇데 적었는데, 말하자면 이런거다. 나와 S는 둘다 집에서 퍼질러 앉아있는 시간이 참 드물다. 하루에 티비를 보는 시간도 끽해야 한 시간? 며칠에 한 번씩 영화를 보기는 하지만, 보통은 주말에 집에 있으면 뭔가를 하느라 왔다 갔다 하는 편이다. 하다못해 청소를 하던지, 일주일 동안 먹을 요리를 하던지, 운동을 하러 가든지.. 둘 다 하루종일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몸이 쑤시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결국 맥주 한 잔 하러 나가기도 한다.

가필드 같은 남자...좋아할 여자는 없겠지.

두 사람의 활동량이 너무 차이가 난다해도 서로 어느 정도는 맞춰 주면서 살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비슷한 성향인 편이 서로 편하지 않을까? 특히나 나는 남자가 퍼질러 있는 것을 보면 짜증이 나는 성격이라… 흠..

3. 시간관념

어릴 때부터 시간관념이 너무 철저한 엄마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난 시간 약속 잘 안 지키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약속시간이 몇 시건 상관없이 왜 항상 20-30분씩 늦는건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약속 시간을 잘 안지키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시간관념이 나와는 다르고, 그것을 아무리 불평해봐야 피곤한 건 나이지 그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예전에 비하면 나도 시간 약속 잘 안지키는 사람들에 대해 너그러워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여전히 내 남자친구, 내 남편이 그렇다면 참을 수 없다. 다행히 S는 나만큼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어딜 가든 항상 시간의 여유를 두고 출발하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내가 좀 서둘러야 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 편이 항상 늦는 편보다는 천만배 낫지..

4. 솔직하기

커플 사이에 서로 솔직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지사.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솔직하게 속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를 봤다. 물론 지나치게 솔직해서 상대방이 몰라도 좋을 얘기까지 다 털어놓을 필요는 없겠지만. 내가 S와 사귀면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점 중 하나는 그가 나에게 불만이 있거나 내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즉각 나에게 얘기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얘기를 할 때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차분한 목소리로 왜 내 행동에 자기가 기분 나빴는지를 조목조목 얘기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미안해져서 사과를 안 할 수가 없다…. 물론 반대의 경우로 내가 그렇게 그에게 불만을 토로하면 아주 잘 받아주고 그 자리에서 사과를 한다. 그러다보니 마음 속에 꽁하게 쌓여있는 앙금들이 아직까지 전혀 없다.

누구에게나 이렇게 솔직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상대방에게서 불만이나 잘못을 지적받으면 자기 태도에 대해 돌이켜보기 이전에 무지무지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며 오히려 역공격을 퍼붓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배우자라면 그 때 그 때 불만을 말하기는 당연히 힘들테고, 그러다보면 불만이 쌓여가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되는게 아닐까.

—-
이런 점들이 잘 맞지 않으면 결혼생활이 힘들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제목처럼 이건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조건들이고, 나는 이런 점들이 전혀 맞지 않는 사람과는 장기간의 연애가 불가능 했었다. 하지만 다른 분들에겐 나름대로의 더 중요한 조건들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여러분들에겐 과연 어떤 점들이 정말로 중요한 조건일까.. 궁금해진다.

11 thoughts on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배우자의 조건들 (2)

  1. e

    결혼보다는 연애의 조건이 되겠지만, 저도 종교관이나 솔직하기는 따지는 편이네요. 솔직해지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연애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시간관념은 제 쪽에서 좀 어긋나있고(..;;), 제가 아주 가필드 같은 성격이라 그 부분은 따지지 않습니다. ㅋㅋㅋ 남자친구는 퍼질러져 있는 것과 부지런한 것의 중간치 정도는 되는데, 정작 본가 갔을 때는 둘이서 대판 퍼질러져서 3일간 게임만 했던 기억이…; (미드웨스트라 할 일도 없었음;;)

    저에게 추가적인 조건이 있다면 시니컬한 조크를 잘 견뎌(?)내는가 정도? 상대방에게는 절대로 그런 조크를 던지는 편은 아니지만, 꽤나 이러저러한 건에서 sarcasm을 쓰다 보니 ㅋㅋㅋ… 지금은 남자친구와 낄낄대기 바쁘지만요; (주 대상은 꽉 막힌 크리스천, 미국[보수적인 파트], 독일[-.-;] 등등..;)

    Reply
    1. 솔직녀 Post author

      @e: 가끔은 저희도 한 두어 시간 앉아서 같이 게임하거나 그래요. 뭐가 되었든 서로의 스타일이 싫지 않고 어느 정도 맞춰줄 수 있으면 되는거죠. ㅎㅎ
      조크 얘기하니까 저도 생각나는데, 제 약혼자도 조크를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주로 섹스와 관련된 조크… ^^; 물론 저한테만요. 이젠 너무 익숙해져서 그게 조크가 아니라 그냥 대화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거 아닙니까…

      Reply
  2. 사랑에 빠진 여자

    위생관념 이 빠진것 같아요.. ㅋㅋㅋ
    제 남친은 필요하면 씻지 않고, 청소 안하고, 손 자주 안씻는 백인남이고요..
    저는 … 매일 청소 하고 설거지 안하고 샤워 안하면 못 견디거든요.
    여러번 이것 때문에 싸운것 같아요.
    아휴. 오죽하면 hand sanitizer를 제가 남친 포켓에 쑤셔놓겠어요.

    Reply
    1. 솔직녀 Post author

      위생관념도 중요하네요. 다행히 제 남친은 나름 깔끔한 편이라 많이 신경 안쓰고 살지요. 제가 좀 심하게 먼지 결벽증이 있어서 오히려 너무 깔끔떨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예요. ㅎㅎㅎ
      그런데 남자들도 ‘너 냄새나’ 하면 씻지 않나요? 전 남친한테 ‘너 머리 기름 떡졌어’, ‘너 입냄새 나’ 라고 까놓고 얘기하면 자기도 알아서 씻던데요..

      Reply
  3. 사랑에 빠진 여자

    여러 문제 때문에 많이 고민 하고 있어요.
    사랑을 하지만 다른점이 많고, 그리고 가족 문제때문에요 (제 부모님께서 반대하세요).
    언제 체팅 할수 있을까요?

    Reply
    1. 솔직녀 Post author

      @사랑에 빠진 여자: 우선 이메일로 고민거리를 보내주세요. 저는 미국시간으로 저녁때에 채팅이 가능하구요, gmail 채팅을 선호하지만, msn도 가능합니다. 이메일로 가능한 날과 시간을 맞춰보도록 하지요.

      Reply
  4. 20.

    마지막 4번. 솔직하기.
    이것 참 중요하지요. 저는 이것을 대화하기라고 표현합니다.
    커플끼리 둘 중에 서로 안 맞는점을 소통하는것은 참 어려운 일이죠.
    누구 하나라도 그런걸 안하려고 들면 어깃장이 아주 쉽게 나버리니깐요 ㅠ
    저희 커플도 그래서 힘든게 아주 많아요. 남친이 대화하는걸 싫어하거든요.
    이것저것 맘에 안드는 거 말안하다가 ”우린 안맞나봐 그만만나자’ 이렇게
    폭발해버리는 제 남친이 저는 너무 싫어요. 그래서 대화하자고 많이 부탁하고 있습니다.
    그걸 먼저 알고 잘해주는 솔직녀님의 남친이 정말 대단해보이네요. 부럽습니다^^

    Reply
    1. 솔직녀 Post author

      @20: 제 남친도 예전엔 그러지 않았대요. 몇 번의 실패를 거치면서 그도 배운거지요. 처음부터 그렇게 잘할 수 있는 남자나 여자는 많지 않을거예요. 저도 어릴 때엔 남자친구에게 픽하고 말안하고 토라져버리는 일이 허다했거든요.

      남친분이 평소에 다른 사람들과도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은 스타일이라면 조금 힘들 수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런 사람을 너무 억지로 대화에 끌어들이려다가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너무 대화를 강요하지는 마세요. 하지만 20님이 말해야 할 때에는 진지하고 차분하게 얘기를 하시구요. 짜증은 절대 피하시는 것이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Reply
  5. 나무

    솔직해지기,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웃으며 마주 얘기할 때 내 마음을 얘기했었는데 민감하게 받아들여서
    크게 싸운적이 있거든요.
    평소에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싶고 저는 그냥 물어본거였는데..민감하게 받아들이기도 하더라구요.
    남친이랑 평소에는 그냥 이야기나 영화보기, 예능보기 밖에 안하고..
    바로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눈치만 주면서 알아주기를 바라다가 화내고..
    폭발하고, 힘들게 한다며 그만만나자 이렇게 말하면 전 스트레스 받고..
    자주 화내는 성격의 남친이라 이제는 언제 폭발할지 무서워서 무슨 말 하기도 두려워요.
    이제는 거의 체념 상태..

    평상시에 그렇게 서로 얘기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말이죠..
    평소에 솔직녀님의 블로그를 들리다가 이렇게 댓글을 달기는 처음이네요.

    Reply
    1. 솔직녀 Post author

      @나무: 민감한 사람일 수록 솔직하게 얘기하기가 더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한쪽이 항상 참는다든가 말을 안해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상황이 호전되는 건 아니예요. 처음엔 조금 받아들이기 힘들고 껄끄럽더라도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자꾸 연습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Reply
  6. 나무

    저는 그냥 참아버리거든요.
    근데 남친은 저한테 눈치를 주는 성격이에요.
    근데 전 좀 둔해서 금방 알아채주지를 못하거든요…

    Reply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