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정말 중요한 배우자의 조건들에 이어 내가 생각하는, 그 조건들 만큼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배우자의 조건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S와 결혼 날짜를 잡고 같이 산 지 두 달이 넘었는데, 그러면서 ‘아.. 이런 점은 우리 둘이 잘 맞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결혼하고 고생할 뻔 했다’ 하는 부분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몰랐던 건 아니지만, 같이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이런 점들 때문에 우리가 더 잘 맞는 커플이라는 생각이 든다.

1. 종교관

나는 무신론자다. 배우자의 종교에 대해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 하는 대다수의 무신론자들과 달리, 나는 남자를 만날 때마다 그의 종교에 대해 아주 민감했었다. 물론 독실한 종교인들도 나를 좋아라 할 이유가 없으니 그런 남자들과 연애가 이루어진 적은 거의 없지만. 어쨋거나 S도 무신론자에 가까운 Agnostic (불가지론자)인지라 그 부분에 대해선 논쟁이 생길 염려가 없고, 내가 맘놓고 미국의 보수 기독교자들을 까는 얘기를 할 수 있어 무지 편하다.

어떻게 보면 종교관이나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가장 근본적인 가치관일 수 있는데, 그 부분이 전혀 다른 사람과는 결혼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2. 활동성

뭐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이렇데 적었는데, 말하자면 이런거다. 나와 S는 둘다 집에서 퍼질러 앉아있는 시간이 참 드물다. 하루에 티비를 보는 시간도 끽해야 한 시간? 며칠에 한 번씩 영화를 보기는 하지만, 보통은 주말에 집에 있으면 뭔가를 하느라 왔다 갔다 하는 편이다. 하다못해 청소를 하던지, 일주일 동안 먹을 요리를 하던지, 운동을 하러 가든지.. 둘 다 하루종일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몸이 쑤시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결국 맥주 한 잔 하러 나가기도 한다.

가필드 같은 남자...좋아할 여자는 없겠지.

두 사람의 활동량이 너무 차이가 난다해도 서로 어느 정도는 맞춰 주면서 살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비슷한 성향인 편이 서로 편하지 않을까? 특히나 나는 남자가 퍼질러 있는 것을 보면 짜증이 나는 성격이라… 흠..

3. 시간관념

어릴 때부터 시간관념이 너무 철저한 엄마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난 시간 약속 잘 안 지키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약속시간이 몇 시건 상관없이 왜 항상 20-30분씩 늦는건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약속 시간을 잘 안지키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시간관념이 나와는 다르고, 그것을 아무리 불평해봐야 피곤한 건 나이지 그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예전에 비하면 나도 시간 약속 잘 안지키는 사람들에 대해 너그러워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여전히 내 남자친구, 내 남편이 그렇다면 참을 수 없다. 다행히 S는 나만큼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어딜 가든 항상 시간의 여유를 두고 출발하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내가 좀 서둘러야 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 편이 항상 늦는 편보다는 천만배 낫지..

4. 솔직하기

커플 사이에 서로 솔직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지사.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솔직하게 속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를 봤다. 물론 지나치게 솔직해서 상대방이 몰라도 좋을 얘기까지 다 털어놓을 필요는 없겠지만. 내가 S와 사귀면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점 중 하나는 그가 나에게 불만이 있거나 내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즉각 나에게 얘기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얘기를 할 때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차분한 목소리로 왜 내 행동에 자기가 기분 나빴는지를 조목조목 얘기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미안해져서 사과를 안 할 수가 없다…. 물론 반대의 경우로 내가 그렇게 그에게 불만을 토로하면 아주 잘 받아주고 그 자리에서 사과를 한다. 그러다보니 마음 속에 꽁하게 쌓여있는 앙금들이 아직까지 전혀 없다.

누구에게나 이렇게 솔직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상대방에게서 불만이나 잘못을 지적받으면 자기 태도에 대해 돌이켜보기 이전에 무지무지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며 오히려 역공격을 퍼붓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배우자라면 그 때 그 때 불만을 말하기는 당연히 힘들테고, 그러다보면 불만이 쌓여가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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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들이 잘 맞지 않으면 결혼생활이 힘들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제목처럼 이건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조건들이고, 나는 이런 점들이 전혀 맞지 않는 사람과는 장기간의 연애가 불가능 했었다. 하지만 다른 분들에겐 나름대로의 더 중요한 조건들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여러분들에겐 과연 어떤 점들이 정말로 중요한 조건일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