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게 있어 결혼식 준비의 하일라이트라면 당연히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일일 것이다. 한국에선 웨딩드레스를 빌려 입는 것이 보통이고 때로는 예식장에 딸린 드레스 샾에서 무조건 빌려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웨딩드레스에 대한 집착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 결혼한 친구들이나 친지들은 그랬다.

미국결혼식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바로 웨딩드레스다. 왜냐고? 왜냐하면 미국에선 웨딩드레스를 대여해서 입는 일이 거의 없고 사서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생 한 번 입는 드레스를, 그것도 싼 것도 아닌 드레스를 왜 사서 입어야 하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혹시라도 웨딩드레스를 빌릴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인터넷으로 물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한 번 입는 웨딩드레스를 사야 한다는 것에 불만인 미국 여성들이 꽤 많다는 것, 하지만 마땅히 드레스를 빌릴 만한 곳은 없고 있더라도 선택의 폭이 무지무지 적어 원하는 드레스를 빌리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웨딩드레스 대여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건 당연지사. 그래서 몇몇 친구들과 S에게 아이디어를 얘기해 봤다.

하지만 사람들과 얘기하면 할 수록 미국에서 웨딩드레스 대여업이 힘들 수 밖에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미국 결혼식에서 웨딩드레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결혼식의 몇 배 이상이다. 한국에서야 결혼식은 길어야 한 시간, 그 사이에 사실 신부를 제대로 보고 돌아가는 하객들이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미국 결혼식에선 신부가 결혼식부터 피로연까지 대여섯 시간 동안 웨딩드레스를 입게 되기 때문에 드레스에 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루 종일 입는 드레스를 여러 사람에게 대여하기란 아무래도 한국만큼 쉽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내 생각에 더 큰 어려움은 미국 여성들의 신체 사이즈다. 거기서 거기인 한국 여성들에 비해 미국 여성들은 사이즈 0부터 16이상까지 다양하다. 그런 무지막지하게 다양한 체격과 체형의 여성들에게 다 맞춰주려면 드레스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하며, 또 수선도 얼마나 많이 해야 할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그래서 일단 웨딩드레스 대여업은 접어두고 내 드레스 고르는데 전념하기로 했다…

우선 예산. 난 드레스에 500불 이상은 쓸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비싼 브랜드 드레스들은 보지도 않고 대중적인 중저가 웨딩드레스 샾의 웹사이트들을 둘러봤다. 보아하니 가장 싼 드레스들이 100-200불 선이었고 내가 마음에 든 몇 가지가 300-400불 대였다.

마음에 든 서너 가지 드레스를 고른 뒤 드레스샾과 약속을 잡았다. 마침 두 곳이 바로 옆에 나란히 있어 하루에 두 곳 모두에 약속을 잡았다. 그리곤 약속한 날, 혼자서 드레스 샾에 들어섰다.

미국 여성들에게 웨딩드레스 쇼핑은 마치 여자친구들, 가족들과의 소풍 같은 날로 웨딩드레스 가게에 대 여섯 명의 친구들, 가족들과 동행하는 신부들을 흔히 본다. 그런 중 혼자 웨딩드레스 쇼핑을 온 사람은 아마도 나밖에 없었나보다. 나도 친구 몇 명을 데려갈까 생각 안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친구들의 취향과 나의 취향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들을 데려가서 괜히 내가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고르기 힘들어질까 걱정이 되었다. S에게 같이 가겠냐고도 물론 물어봤다. 친구들의 의견보다는 그래도 가장 예쁘게 보이고 싶은 사람의 의견이 더 중요하니까. 하지만 S는 결혼식장에 내가 들어설 때 까지 절대로 드레스를 보지 않겠다나. 그게 원래 미국 전통이라면서. 그리고 자긴 식장에서 ‘우와’하고 나의 드레스 모습을 처음으로 보고 싶단다. 그래서 그냥 혼자 갔다.

첫날 마음에 드는 두 벌의 드레스를 고르는데 성공했다. 그리곤 아무래도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데엔 제삼자의 의견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친구 하나를 데리고 다시 가서는 드레스 입은 내 모습을 사진찍었다. 그리곤 두 명의 다른 친구들과 엄마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다. 모든 사람들이 의견의 일치를 본 드레스가 나도 더 마음에 들어 주저않고 일주일 뒤에 다시 가서 500불이 조금 넘는 돈을 내고 드레스를 샀다. 예산에서 조금 넘긴 했지만 그 정도면 선방한거 아닌가? 흠..

결혼식이 내년 4월인데 드레스를 벌써 사야되나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막상 보니 미국에선 보통 드레스를 주문하면 완성된 드레스를 받기까지 최소한 두 달 정도가 걸린다고. 그리고나서 결혼식이 가까와져서 다시 피팅을 하고 수선을 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거기에 또 한 달 정도가 걸린단다. 그러니 지금 드레스를 사도 그다지 이른게 아니라는 것이 사람들의 얘기였다.

드레스를 사고 나니 정말로 결혼을 하나보나 실감이 쬐금 된다.


내 드레스 사진은 S가 볼지도 몰라 올리지 못하는 대신, 내가 입어본 드레스들 중 몇 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