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목을 보고 결혼 상대의 집안을 따지는건 당연한데 왠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계실거다. 하지만 조금 참고 끝까지 글을 읽어주시길 부탁드린다. 사귀는 남자의 집안을 전혀 따지지 않고 남자 하나만 보고 결혼을 결정하는 여성은 드물 것이다. 요즘은 남자보다 집안을 더 따지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이고.

그런데 소위 집안을 따지는 여성들의 대다수가 따지는 것은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지, 부모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아파트 한 채 해 줄 여력이 있으신지, 등등, 대부분 경제력과 재산에 치우친다. 그저 돈이 많으면 집안이 좋은 걸로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결혼전 상대방의 집안을 절대 따져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집안’은 그 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가 아니다. 내가 따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그 집안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집안 문화다.

엄마는 항상 나에게 말씀하셨다.
“우리집이 보통이고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말어. 우리집이 이상한거야. 혹시라도 남자를 사귈 때 그 쪽 집이 우리집 같겠거니라고는 절대 기대하지 마라.”
엄마는 큰 며느리로 시집오셨지만 소위 말하는 시집살이를 하신 적이 없다.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되시면서 엄마는 다시 일을 시작하셨고 – 시어머니와 하루종일 집에서 지내기 싫은 이유도 크게 작용을 하셨던 듯하다. – 그러면서 집안 살림은 할머니께서 도맡아 하셨다. 엄마와 할머니, 두 분 다 당신들의 세대에선 드물게 합리적인 분들인지라 일하는 엄마 대신 살림하는 것에 할머니는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으셨고, 대신 엄마는 할머니의 살림 방식에 전혀 가타부타 하지 않으셨다. 말하자면 서로의 영역을 절대 침범하지 않고 부담을 주지 않으시면서 근 30년을 동거하신 셈이다.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란 내가 시집살이와 시어머니의 간섭을 견더내기 힘들거라는 것을 엄마는 너무도 잘 알고 계신듯 했다. 그래서 중매가 들어오던 한 때 – 내가 20대 중후반이었을 때인가 – , 엄마는 무엇보다도 상대편 집이 얼마나 보수적인지, 남자가 장남인지 아닌지를 가장 먼저 따지셨고, 그렇다고 하면 남자를 보기도 전에 거절하셨다. (물론 다 나중에 들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시어머니를 이렇게 저주하면서 살 순 없잖어?

시댁 혹은 미래의 시댁 분들과의 마찰 때문에 적지 않은 고민을 하는 여성분들을 주변에서나 온라인에서 자주 보게 된다. 경제적인 문제로 부딪히는 경우는 그나마 돈으로 해결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문화적인 차이나 사고방식의 차이로 인한 갈등은 극복하기 더욱 힘들다. 그런 차이를 알고도 남자를 사랑하니까 결혼한다면 그 후의 갈등은 그녀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많다고 다 상식과 교양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혼수를 얼마만큼 해와야 된다고 따지거나, 내 자식만 잘났고 내 자식에게 시집/장가오는 너는 운 좋은 거라고 떵떵거리거나, 자기 딸 시집살이 하는 것은 못보면서 며느리 시집살이 시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하는 부모들은 적어도 내 기준에선 상식이 결여된 사람들이다. 그런 부모 아래에서 자란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내 상식에선 생각하기 힘든 행동을 그의 부모가 거리낌없이 하는 것도 참아낼 수 있다면 결혼해도 상관없겠지. 하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모든 사람의 행복을 위한 길이다.

내가 결혼준비를 하다보니 다른 분들의 결혼준비 얘기에 자꾸 눈이 가는데,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결혼이 오히려 부담만 되고 본인들이 원하는 결혼이 아닌 부모들을 위한 돈놀이가 되는 듯한 결혼준비 얘기가 답답하게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