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S의 친구들 대부분이 하나 같이 하는 말들 중 하나는 바로 “사진에는 돈을 아끼지 마라.” 였다. 한국에선 결혼식장을 잡으면 거기서 모든 걸 다 알아서 해주고, 사진사도 식장에 딸려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걸로 알고 있다. 물론 요즘은 사진과 비디오는 따로 하는 분들도 많은 듯 하지만서도. 미국 결혼식에서의 사진사는 그야말로 가족의 일원처럼 하루를 한 결혼식에서 봉사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에서는 결혼식 당일 사진보다는 스튜디오 사진에 더 공을 들이는데 반해 미국에선 중요한 사진을 전부 결혼식 당일에 찍기 때문에 사진사의 역할이 훨씬 중요할 수 밖에. 물론 그런만큼 보수도 많이 받는 편이다.

좋은 사진사는 아무래도 일찍 예약이 찰 것 같은 걱정에서 다른 준비에 앞서 사진사를 가장 먼저 물색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구글검색으로 우리 동네 Wedding Photographer를 찾아보고, 웨딩 전문 사이트에 들어가 우리 동네 사진사들을 몇 명 골라냈다. 그리곤 각각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샘플 사진들을 보고, 가장 중요한 가격을 알아보았는데…

이런 짜집기 사진.. 별로 마음에 안드는데 말이지.

대부분의 사진사들은 웨딩 패키지로 결혼식 당일 촬영에 앨범, CD, 스페셜 에디션 앨범, 등등을 끼워 최소한 2천-2천 5백 달러를 요구하는 것이다. 허걱… 아무리 사진이 중요하다해도 2천불을 쓸 정도로 사진에 목메인 우리는 아닌데..

사실 S나 나는 거창한 웨딩 앨범 만들어 봐야 보지도 않을거라는 것을 뻔히 알기에 거기에 많은 돈을 쓰기는 정말 싫었다. 그래서 앨범 같은 곁다리 옵션을 다 빼고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는지 알아보았는데, 그런 곳은 참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우리의 친구인 스캇이 자기 친구의 사진에 댓글을 달아놓은 것을 보았다. 그 사진은 그 친구가 직접 찍은 꽤 멋진 예술사진이었다. 문득 호기심이 들어 그 친구의 프로필을 봤더니… 오호, 사진사가 아닌가. 당장 스캇에게 연락해서 그 친구가 혹시 결혼사진도 찍는지 물어봤다. 대답은 예스. 우리가 앨범 필요없고 그냥 찍은 사진을 CD에 담아줄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그렇게 해 줄 수 있다고 해서 당장 약속을 잡고 일주일 뒤에 우리는 그의 작업실 겸 집으로 찾아갔다.

그의 이름은 존. 와인을 한 잔 씩 마시면서 우선은 그의 자기 소개 및 일하는 스타일에 대해 들었다. 그리곤 존이 이것 저것 우리의 결혼식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주로 결혼식 장소에 대해서, 그리고 어떤 피로연 분위기를 원하는지, 하객은 몇 명이나 되는지 등등. 그리고 혹시 한국인 하객들은 스냅 사진 – 포즈를 잡지 않고 꾸미지 않은 상태의 순간을 찍는 사진 – 을 마구 마구 찍어대는 것에 익숙한지도 물어봤다.

이런저런 질문과 답변과 농담이 오고 간 뒤에 존은 자기 컴퓨터에 담긴 다른 커플들의 결혼식 사진들을 보여줬다. 특별히 우와~할 것은 없었지만 – 결혼사진이 뭐 다 그렇지.. – 그가 인물을 중심으로 찍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커플이 원하는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찍는다는 말에 좀 안심이 되었다. 물론 그의 활발한 성격도 마음에 들었고.

그는 우리의 결혼식이 오후 5시 경이라 결혼식이 끝나고 사진을 찍을 시간이 조금 빠듯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결혼식 후 신랑 신부와 들러리들은 옥외에서 사진을 줄창 찍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 결혼식 날은 아마도 해도 짧을테고 날씨도 어떨지 모르니 말이다. 사실 우린 둘다 밖에서 폼잡고 사진찍는거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아 별로 걱정도 안했는데..

어쨋거나 존은 우리가 결혼식날 사진을 많이 못찍을것 같으니 대신 약혼 사진을 미리 찍겠느냐고 물어봤다. 약혼 사진은 흔히들 약혼한 커플들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찍는 사진인데, 캐주얼 차림으로 공원에서 찍기도 하고, 드레시하게 차리고 찍기도 하고, 완전 커플들 마음이다. 존이 약혼 사진은 돈을 따로 받지 않는다고 해서 그럼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최종 존이 요구한 가격은 1200불. S와 나는 바로 다음 주에 그에게 정식 계약서를 보냈다.